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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의 바다에 빠져"

창원 경일고등학교, 27일 저녁부터 28일 아침까지 '밤샘독서' 열기로

등록|2017.10.27 10:34 수정|2017.10.27 10:34

▲ 창원 경일고등학교는 올해로 세번째 '밤샘독서'를 연다. ⓒ 경일고등학교


"어쩌면 이미 패배감이나 열등감이 깊이 내면화되어, 스스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운 아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위로하면서 '목표 찾기'가 만능열쇠인양 설교해온 건 아닌지 교사로서 깊이 반성해 보면서 밤샘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창원 경일고등학교가 '밤샘독서'를 열면서 밝힌 취지다. 송호찬 담당교사는 "오늘도 입시경쟁으로 숨 막히는 학교현장. 한 줄 선 대학과 아이들. 학교는 아이들에게 희망보다는 절망과 좌절을 먼저 배우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본다"며 "가을밤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의 바다에 빠져 보려고 한다"고 했다.

경일고 '밤샘독서'는 27일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6시에 마무리된다. 학생들이 자지 않고 밤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소감문도 쓰는 행사다.

이 학교가 '밤샘독서'를 열기는 이번이 세 번째. 2015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해는 통영 사량도에서 1박2일로 진행되었다. 올해는 경남도교육청의 공모에 선정되어 지원금도 받게 되었다.

이미 가정통신문을 통해 신청을 받았는데, 1~2학년 55명이 신청했고, 일부 학부모들도 함께 한다.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성장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학생들 앞에 저희 교사들은 오늘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며 "입시 중심의 경쟁교육 속에서 우리 학생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알고, 스스로의 소중한 가치를 찾고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지치고 피곤한 학생들의 삶 속에서 정작 중요한, 자아를 찾고 스스로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교는 "무작정 빨리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 우직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자기 인생의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라며 "그러한 고민 끝에 밤샘독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학교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학생들이 자기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더디더라도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에 부모님께서도 함께하여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밤샘독서의 주제는 '희망의 인문학'이다. 참가자들은 '독서로 하는 게임'부터 한다. 글자의 초성만 알려주면 학생들이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찾아오는 게임이다.

이어 학생들은 이윤정 강사를 초청해 "자기 혁신을 위한 독서" 강의를 듣고, 개인 독서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새벽 0시30분부터 영화 <핵소고지>를 감상한다. 2016년 개봉한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의무병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던 데즈먼드 T. 도스에 대해 다루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뒤 학생들은 소감을 나누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생각을 쓴다. 마지막에 학생들은 '엽서에 담는 책 이야기' 프로그램을 갖는다.

송호찬 교사는 "학생들은 하룻 밤에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얼마 전부터 책을 선정해 이미 읽기 시작했고, 밤샘독서에서 마지막 부분을 읽을 것 같다"며 "그런 뒤 친구들한테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했다.

경일고는 밤샘독서에 참가한 학생들이 쓴 글 가운데 골라서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 창원 경일고등학교는 2016년 여름, 통영 사량도에서 1박2일간 '독서캠프'를 열었다. ⓒ 경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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