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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 선포... 스페인 헌정 사상 '최악 위기'

스페인 "반역죄 처벌 검토"... 카탈루냐 자치정부·의회 해산

등록|2017.10.28 11:07 수정|2017.12.07 15:11

▲ 스페인 카탈루냐의 독립 선포를 보도하는 AP 뉴스 갈무리. ⓒ AP


스페인 카탈루냐가 끝내 독립을 선포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7일(현지시각) 자치의회에서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한다'는 결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전체 의원 135명 중 72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했다.

독립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표결을 거부하고 의회를 떠났으며 10명이 반대, 2명이 기권했다. 의사당 앞 대형 스크린으로 표결 과정을 지켜보던 독립 찬성 주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를 휘날렸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연설에서 "카탈루냐는 오랫동안 염원하며 싸워온 것을 이뤘다"라며 "앞으로 우리는 평화와 존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지켜야 하며, 그것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라고 강조했다.

독자적 문화가 강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지역이지만, 막대한 세금을 내면서도 충분한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스페인 정부로부터 홀대당한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하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90%에 달하는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와 독립을 선포할 권한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립 선포를 유예하고 주민투표 결과를 내세워 자치권 확대를 위한 협상을 제안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독립 추진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카탈루냐는 결국 독립을 선포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선포는 위헌"... 자치권 몰수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의 독립 선포를 위헌으로 규정하고 자치권을 몰수하고 직접 통치하기 위한 헌법 155조 발동 절차를 완료했다. 스페인 헌법 155조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자치정부가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거나 위헌을 저지를 경우 자치권을 몰수할 수 있다.

스페인 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한 것은 헌정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푸지데몬 수반을 비롯해 분리독립을 추진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회 인사들을 '반역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카탈루냐가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자치권을 몰수하겠고 강제 해산하겠다고 경고했던 스페인 정부는 이날 마리아노 라오히 총리 주재로 비상 국무회의를 열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회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어리석음이 법을 압도하면서 스페인 역사에서 전례 없는 사태를 맞이했다"라며 "카탈루냐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것이 법과 민주주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호이 총리는 "이는 카탈루냐 주민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2달 내 조기선거를 치러 새로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회를 구성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돌려주겠다"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스페인 지지... EU "스페인이 유일한 교섭상대"

▲ 카탈루냐 자치의회 독립 표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카탈루냐가 독립 선포를 강행하고, 스페인 정부가 자치권 몰수에 나서며 양측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자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앞서 스페인 경찰이 카탈루냐 주민투표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900여 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국제사회는 스페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포하더라도 EU 회원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리의 유일한 교섭대상(interlocutor)은 스페인 정부"라며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포했으나, 앞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스크 의장은 "스페인 정부가 무력의 힘이 아닌 논쟁의 힘을 선호하기를 바란다"라며 이번 사태를 인해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일부이고, 미국 정부는 강력하고 단결된 스페인을 지키기 위한 중앙정부의 합헌적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AP, CNN 등 주요 외신은 스페인과 카탈루냐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는 스페인 헌정 사상 한 번도 본 적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 될 것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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