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수사 검찰, '권력의 개' 안 되려면
[取중眞담] 다시보는 '백종문 녹취록'... 납득가능한 수사결과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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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전 사장이 지난 9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서 직원들의 해고, 정직, 비제작부서나 부당한 교육프로그램 인사발령 조치에 대해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진·진행자를 제작 현장에서 배제시키라는 지침을 받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30일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수사 중인 검찰을 '권력의 개'에 비유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30일 김 전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전영배 MBC C&I 사장, 2011년 당시 MBC 담당 국정원 직원 등의 자택과 사무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압수수색했다. 31일엔 백 부사장과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이 같은 정황을 극구 부인했다. 압수수색 당한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찾은 김 전 사장은 자신이 사장 재직 시 한 인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MBC에서 수많은 기자와 PD들이 공정방송을 하다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년 1개월간 사장으로 재직했는데, 부당인사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국정원 문건이 만들어진 뒤에 여러 인사 조치들이 일어났는데 왜 그런가'라는 질문에는 "서류를 본 적도 들은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손사래를 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검찰이 김 전 사장과 방문진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을 겨냥해 "검사로서의 의기는 간데 없고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충견들만 난무하는 그야말로 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이 결백을 주장하는 한편 제 1야당은 검찰이 정치권력의 필요에 적극 충성하고 있다고 역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보는 '백종문 녹취록'
▲ MBC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이사회를 앞두고 참석하는 백종문 MBC 부사장을 향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MBC는 지난 2011년 3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하던 최승호 PD를 외주 프로그램 관리 담당자로 발령내는 등 <PD수첩> 제작진 다수를 타 부서로 발령냈다. KBS에서도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추적60분> 심인보 기자가 국제부로 전보조치됐다. 이같은 공영방송사의 인사에 대해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조차도 국회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였다.
이후 한 차례 파업 뒤 사측의 보복성 인사가 잇따랐다. <PD수첩>의 이우환 PD, 한학수 PD 등이 시사교양국에서 방출됐고 라디오방송에서 김미화씨를 하차시키는 등의 조치가 잇따랐다. 다시금 170일간의 파업이 벌어졌고 김 전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정영하 위원장,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 박성호 MBC기자협회장,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 등 6명을 해고했다.
김재철 전 사장은 '보도 듣도 못했다'지만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진·진행자를 제작 현장에서 배제시키라는 국정원의 지침은 충실히 수행됐다. 지난해 최민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엔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이던 백종문 부사장이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해고가 부당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내용이 등장해 충격을 줬다.
지난 2014년 4월 1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백 부사장과 MBC 관계자들, 인터넷신문 <폴리뷰>의 박한명 대표와 소속기자 등은 진행 중인 해고취소소송에 대해 얘길 나눴다. 백 부사장은 "4명의 집행부는 해고 유지, 박성제하고 최승호 얘는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될 수 있다"라면서 "왜냐면 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고 실토했다.
백 부사장은 이어 "걔네(최 PD 등)들이 후견인이야. 노조 파업의 후견인인데, 이놈들 후견인은 증거가 남지를 않잖아. 뭘 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라며 "그런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 소송을 제기해서 들어오면(부당해고 판결이 나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서 (해고했다)"라고 말했다.
MBC 임원진 스스로가 이유 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한 증거가 나왔지만, 검찰은 관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해 3월 백 부사장을 방송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MBC의 언론인 해고가 정상적인 징계과정을 통해 이뤄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권력의 개'는 누구인가
엄밀히 말해 지난해 검찰이 수사한 '백종문 녹취록'과 지금 수사하고 있는 '국정원 방송장악 문건'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하지만 두 사건이 모두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해 MBC 노조원들의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선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보기도 힘들다.
비슷한 두 사건에 대해 한 사건은 박근혜 정부 때 이미 수사를 했고, 한 사건은 촛불 혁명 뒤 문재인 정부 때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태도도 현격히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 야당이 검찰을 향해 '권력의 시녀' 공세를 펴기도 용이하다. 궤변을 펼친다면 과연 누가 '권력의 개'인지 헛갈릴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검찰이 고려해야 할 단 한가지는 명확하다. 바로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사자의 입으로 '징계의 근거가 없다'고 실토한 녹음파일을 갖고도 검찰은 '정상적인 징계과정'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선 '시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야 한다. '백종문 녹취록'에 대한 스스로의 결론을 뒤집는 상황이 되고 재수사를 하게 되더라도 MBC의 언론인들을 기나긴 투쟁의 길바닥으로 몬 근원이 어디었는지, 관련 수사는 왜 흐지부지 끝났는지 검찰 스스로 밝혀내야 '권력의 개'가 누구인지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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