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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무너뜨린 한·중 신뢰, 회복했다

"모든 분야 교류협력 강화 합의" 합의문 발표, 한중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초석 마련

등록|2017.10.31 13:50 수정|2017.10.31 14:01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며 미소 짓고 있다. ⓒ 연합뉴스


한중 관계가 1년이 넘는 긴 암흑기를 탈출했다. 한중 양국 외교 당국은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후 발생한 양국 간의 갈등 해소에 물꼬를 텄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양국 정부는 31일 각각 외교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한·중 양국은 남관표 대한민국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하여 외교당국 간의 소통을 진행했다"며 그동안의 협의 성과를 공개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경색돼 있던 양국간의 교류협력을 정상화 하는 것에 합의한 내용이다.

양국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측은 한·중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또 한·중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의견을 정리했다.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대립하지만 그것을 외교나 교류협력에 문제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소통은 군사채널을 통해 계속하고, 그와 별개로 교류협력을 정상화 한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는 동시에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7월 한미 군 당국이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한 이후 비공식적으로 보복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금지하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에 이어 한국 관광 금지 조치, 중국 진출 국내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가 민간 중심으로 가해졌다. 

이 같은 기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정상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양국의 관계 개선에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또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던 지난 8월에도 기존에 공동행사를 개최했던 것과 달리 양국 정상과 외교장관이 수교 축하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중국과의 관계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수차례 물밑 교섭을 벌여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사드를 '임기 내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중국에 사전 설명 없이 뒤엎고 전격적으로 사드배치를 발표하면서 무너진 중국 측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대외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이 태도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를 사전 통보도 없이 바꿨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게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역시 사드 레이더가 중국 등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양국의 합의로 오는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서 한중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연중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창올림픽 참석 가능성도 높아졌다. 양국은 APEC 이후에도 정상 간의 접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양 정상의 만남을 통해 이번 합의에 담기지 않은 양국 간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에 언급된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합의를 하고 나서 중국으로부터 어떤 구체적 조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당초 중국은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국민들의 사드에 대한 불만이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제 한중 관계가 바람직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합의문 발표 직후 남관표 2차장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개최 합의는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 이행에 첫 단계 조치"라며 "아울러 한·중 양국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기간 중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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