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정리, 퇴직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
<양복을 벗고 다시 인생의 절반을 시작합니다>를 읽고
이 땅의 50대 남성들은 신과 같은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더는 신이 아니었다. 한참 가정을 꾸리고 자리를 잡아갈 때 터진 IMF는 신화의 추락을 보여줬다.
아직 어린 자식들은 "아빠 힘내세요"를 외치며 등을 떠밀더니 퇴직을 하자 삼시세끼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삼식이"가 되었다. 중장년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서 50대 남성이 가장 행복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백세시대라 50대면 이제 인생의 절반을 겨우 돌아왔는데 사회는 일찍 퇴직을 권하고 가족들은 나를 부담스러워한다. 직장을 다니느라 소홀했던 아내와 소박한 퇴직 이후 생활을 꿈꿨는데 그 아내는 무슨 모임이 그리 많은지 곰국을 한 솥 끓여놓고 없어지기 일쑤이다.
<양복을 벗고 다시 인생의 절반을 시작합니다>는 곰국이 두려운 삼식이들에게 혹은 삼식이가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언이다. 저자는 '노전정리(노인이 되기 전에 정리)'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제 삶의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왔음을 그리고 그에 맞게 환경이 변화해야 함을 알려준다.
내 삶의 전환점이 왔음을 인정하고 '샐러리맨' 시절을 정리하고 '남편' 혹은 '아저씨'로서의 삶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짊어지고 온 명함이나 서류뭉치들을 집안에 쌓아두지 말고 언젠간 읽겠다고 쌓아둔 책들도 정리하고 철지난 양복이나 추억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아내와 은퇴 후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운다. 자식들의 물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자녀들의 물건도 독립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대인관계의 정리에 대해서도 말한다. 이제 00회사 부장님의 인간관계는 없어졌다는 것을 직시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아내들이 수많은 모임과 활발한 대인관계를 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나고 친밀함을 쌓고 유대감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편들도 그러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물건을 정리한다고 삶이 달라지겠어?'라고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샐러리맨 시절 입었던 낡은 양복, 언젠가 쓰겠다며 쌓아둔 서류 그리고 영광의 명함을 버린다는 건,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의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노전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법이 아니라 퇴직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 우리는 더 이상 곰국이 무서운 삼식이가 아니라 은퇴 후를 충실히 지내는 멋진 꽃중년이 될 것이다. 은퇴 후는 설렘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50대의 은퇴는 이전세대가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이다.
그래서 더욱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런 은퇴 후의 삶이 멋지다 식의 가이드북이 아니라 서서히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줄 가이드북 말이다. <양복을 벗고 다시 인생의 절반을 시작합니다>는 기꺼이 그런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미니멀리즘'이란 말도 유행했다. 마음의 헛헛함을 물건을 채우고 나니 이를 다시 치우란다. 그래도 여전히 헛헛하다. 왜일까? 우리의 소비와 정리 사이에 우리의 인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을 중심으로 내 가치관을 중심으로 우리는 환경을 변화시켜본 적이 없다. 이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노전정리'가 다른 세대에게도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이 어쩌면 50대의 아버지의 아들과 딸들에게도 좋은 가이드 북이 되어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어린 자식들은 "아빠 힘내세요"를 외치며 등을 떠밀더니 퇴직을 하자 삼시세끼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삼식이"가 되었다. 중장년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서 50대 남성이 가장 행복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백세시대라 50대면 이제 인생의 절반을 겨우 돌아왔는데 사회는 일찍 퇴직을 권하고 가족들은 나를 부담스러워한다. 직장을 다니느라 소홀했던 아내와 소박한 퇴직 이후 생활을 꿈꿨는데 그 아내는 무슨 모임이 그리 많은지 곰국을 한 솥 끓여놓고 없어지기 일쑤이다.
▲ <양복을 벗고 다시 인생의 절반을 시작합니다> ⓒ 위즈덤하우스
내 삶의 전환점이 왔음을 인정하고 '샐러리맨' 시절을 정리하고 '남편' 혹은 '아저씨'로서의 삶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짊어지고 온 명함이나 서류뭉치들을 집안에 쌓아두지 말고 언젠간 읽겠다고 쌓아둔 책들도 정리하고 철지난 양복이나 추억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아내와 은퇴 후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운다. 자식들의 물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자녀들의 물건도 독립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대인관계의 정리에 대해서도 말한다. 이제 00회사 부장님의 인간관계는 없어졌다는 것을 직시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아내들이 수많은 모임과 활발한 대인관계를 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나고 친밀함을 쌓고 유대감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편들도 그러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물건을 정리한다고 삶이 달라지겠어?'라고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샐러리맨 시절 입었던 낡은 양복, 언젠가 쓰겠다며 쌓아둔 서류 그리고 영광의 명함을 버린다는 건,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의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노전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법이 아니라 퇴직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 우리는 더 이상 곰국이 무서운 삼식이가 아니라 은퇴 후를 충실히 지내는 멋진 꽃중년이 될 것이다. 은퇴 후는 설렘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50대의 은퇴는 이전세대가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이다.
그래서 더욱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런 은퇴 후의 삶이 멋지다 식의 가이드북이 아니라 서서히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줄 가이드북 말이다. <양복을 벗고 다시 인생의 절반을 시작합니다>는 기꺼이 그런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미니멀리즘'이란 말도 유행했다. 마음의 헛헛함을 물건을 채우고 나니 이를 다시 치우란다. 그래도 여전히 헛헛하다. 왜일까? 우리의 소비와 정리 사이에 우리의 인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을 중심으로 내 가치관을 중심으로 우리는 환경을 변화시켜본 적이 없다. 이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노전정리'가 다른 세대에게도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이 어쩌면 50대의 아버지의 아들과 딸들에게도 좋은 가이드 북이 되어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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