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재명이 하니까, 민주당 시장이니까 무조건 반대?"

[取중眞담] '성남 무상교복', 천박한 정당 정치에 학부모 가슴 멍든다

등록|2017.11.01 15:33 수정|2017.11.01 15:34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학부모들의 흥겨운 집회 ⓒ 이민선


▲ 학부모 집회 ⓒ 이민선


고교 무상교복을 원하는 경기도 성남시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힘도 넘쳤다. 퍼포먼스는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 10월 30일 오전, 성남시의회 앞에서 열린 '성남시 초중고 학부모 네트워크' 집회. 학부모들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 가사를 바꿔서 춤을 추며 불렀다. 그 내용을 보면 이들의 요구가 무엇이고, 그동안 무상교복과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1절 : "성남은 왜 안 하나? 무상교복 용인도 하는데 네 번의 부결도 마음이 아픈데, 다섯 번은 화가 나는 걸, 오늘 본회의에 여와 야가 만나, 통과를 외쳐라, 무상교복 만장일치 통과, 조건부로 협치를 해라."

2절 : "성남은 왜 안 하나? 옆 동네 용인도 하는데, 외쳐도 외쳐도 느끼지 못하면, 내년에는 두고 보자 다! 내년 6월에 후보자로 만나, 동그라미 찍을까. 다시는 안 찍어 준다. 소문내서 낙선시킨다. 오늘 본회의에서 여와 야가 만나 통~과를 외쳐라, 무상교복 만장일치 통과, 조건부로 합의해라."

기자회견문에도 학부모들의 염원은 잘 나타나 있었다.

"고교 무상교복 29억 원 예산 먼저 무조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라, 선출직은 시민의 뜻으로 표결하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합리적인 표결을 하라, 무기명이 아닌 기명으로 투표하라."

학부모들 노력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무상교복 지원을 원하는 시민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집회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을 마친 학부모들은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무상교복 예산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과는 또 부결이었다. 학부모들의 바람이 다섯 번씩이나 무너진 것이다. [관련기사] 성남시 고교 무상교복, 또다시 무산

투표 결과는 찬성 16 대 반대 16이었다. 과반인 17표를 못 넘겨 성남시가 추가경정예산으로 제출한 고교 무상교복 지원비 약 29억 원(약 1만명 대상 1인당 29만 원 지원)이 삭감됐다.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무기명이 아닌 기명 투표를 했다는 점이다. 무기명 뒤에 숨지 말라는(기명 투요 하라는) 학부모들의 압박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4번째 무상교복비 지원 예산 심의를 위해 무기명 투표로 했을 때는 '찬성 14, 반대 16, 기권 1'로 기명 투표보다 찬성표가 더 적었다.

"용인 자유한국당은 무상교복 찬성, 성남은 왜?"

▲ 고교 무상교복비가 포함된 수정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의원들 반대로 수정안이 부결됐다. ⓒ 성남시민


▲ 부결결과 상황판 ⓒ 박정훈


▲ 성남시청 앞에 걸려 있는 펼침막 ⓒ 이민선


학부모들 압박을 무릅쓰고 반대표를 던진 것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다. 반대 이유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지급하기 위한 조례 개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학부모들은 이 주장을 믿지 않았다. 핑계라고 생각했다.

"용인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예산 지원을 위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분들이 법과 원칙을 몰라서 그랬을까? 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일단 예산을 통과시킨 다음에 하면 된다. 지급을 하기 위한 조례 개정도 마찬가지고."

집회 장소에서 만난 최미경 성남시 초중고 학부모 네트워크 공동대표 주장이다. 이어 최 대표는 "당이 다르니까, 민주당 이재명 시장이 하니까 무조건 반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의 공적이 되면 자기들한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다분히 정치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성남시 관계자도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 이유는 '반대를 하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1일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교복비를 지급하는 데 근거가 될 만한 조례는 이미 만들어져 있고, 복지부와 협의도 진행 중"이라며 "그분들 주장은 좀 억지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성남시 교복 지원 조례 5조에는 "시장은 학생에게 교복 지원금 또는 현물을 줄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또한, 성남시 해당 부서에 확인해 보니 교복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보건복지부와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지방자치 단체, 특히 성남시와 갈등이 심했던 박근혜 정부가 동의해 주지 않아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방자치 강화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동의해 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관계자도 "현재 동의 여부 결정을 위한 재심의가 진행 중인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등의 계속되는 반대로 올해 성남시 고등학생 교복 지원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반대가 계속된다면 내년에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천박한 정당 정치로 인해 학부모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