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 <삼성서림> / 032.762.1424.
인천 동구 금곡로 9-1
책을 사러 책방에 갑니다. 오늘날 책을 사려면 집이나 일터에서 셈틀을 켜도 되고, 손전화로 톡톡 눌러도 돼요. 그렇지만 바깥마실을 나오는 길이라면 으레 책방으로 찾아갑니다. 책을 놓은 책꽂이를 돌아보고, 책방이 깃든 마을을 거닐며, 책방을 가꾸는 책방지기 숨결을 느낍니다.
새책방에서는 어디에서나 똑같은 새책입니다. 헌책방에서는 어디에서나 다 다른 헌책입니다. 똑같은 값을 매기는 새책은 똑같을 수밖에 없으나, 다 다른 값이 붙을밖에 없는 헌책은 책방지기가 어느 만큼 손질하거나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리고 헌책방에 들어오기 앞서 '헌책으로 거듭난 새책'을 처음 장만해서 읽은 사람 손길이 묻어납니다.
곱게 손에 쥐고 읽은 책손이 있습니다. 거칠게 아무렇게나 읽은 책손이 있습니다. 밑줄 하나조차 반듯하게 그은 책손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하게 밑줄을 그은 책손이 있습니다. 지은이가 선물한 책이 있고, 여느 책손으로서 '이 좋은 책을 만난 기쁨'을 속종이에 정갈한 글씨로 적바림한 책이 있어요.
<내 동생 푸딩>(가와시마 에쓰코·우에다 마코토/임윤정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불꽃놀이와 유리구슬>(가와시마 에쓰코·다카하시 가즈에/한누리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보름날 여우>(가와시마 에쓰코·스도 피우/김혜란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가와시마 에쓰코라는 이름을 모릅니다. 오늘 처음 만납니다. 그런데 이분 책이 나란히 세 권입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궁금한 마음에 한 권씩 집습니다. 열 몇 쪽씩 읽어 보고는 세 권 모두 장만하기로 합니다. 따스하면서 고운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하는 지은이 넋을 읽을 수 있어요. 이 글에 붙이는 그림도 사랑스럽습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잘 안 팔리거나 안 읽힌 작품일는지 모르나, 나한테는 매우 아름다운 문학으로 남습니다.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지식산업사, 1990)
이오덕 님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책이든 스무 번이나 서른 번은 거뜬히 읽었습니다. 그래도 헌책방에서 예전 책이 눈에 뜨이면 걸음을 멈춥니다. 다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더욱이 숱하게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어느 분이 예전에 이 책을 손에 쥐고 읽었으려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삼성서림>에서 문득 마주한 <글쓰기, 이 좋은 공부>는 이오덕 님이 어느 분한테 선물한 자국이 있습니다. 어쩌면 어느 분이 이오덕 님한테 손글씨를 받으려고 손수 찾아갔을 수 있어요.
이 책은 어떻게 헌책방에 나왔을까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이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헌책방 책꽂이에서 곱게 새로운 책손을 기다릴 수 있으니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더군다나 속종이를 오리거나 뜯지 않고 곱게 헌책방에 내놓아 주었으니 더욱 고마워요. 애틋한 손길을 더 느낍니다.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편집부, 땡땡책협동조합, 2014)
아마 누리책방에는 없는 책이지 싶습니다. 요새는 누리책방뿐 아니라 교보문고 같은 데에도 안 넣는 책이 퍽 늘어납니다. 참 재미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이란 얼마나 마을스러운가요. 마을책방에서 마을사람이 사랑하기를 바라는 책은 얼마나 마을다운가요.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요,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답니다. 아이랑 사랑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는 하루를 책 하나로 즐거이 마무리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사러 책방에 갑니다. 책방에 머물며 책내음을 맡습니다. 책내음을 맡고서 가만히 책 여러 권을 집어듭니다. 책방마실을 가는 길에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버스길이나 전철길로 지나가는 마을을 돌아봐요. 버스나 전철에서 내린 뒤 책방까지 걸어가며 책방을 둘러싸며 어떤 마을이 있는가를 살핍니다. 책방이 있는 마을은 참으로 곱다고 새삼스레 생각하면서 묵직한 가방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인천 동구 금곡로 9-1
책을 사러 책방에 갑니다. 오늘날 책을 사려면 집이나 일터에서 셈틀을 켜도 되고, 손전화로 톡톡 눌러도 돼요. 그렇지만 바깥마실을 나오는 길이라면 으레 책방으로 찾아갑니다. 책을 놓은 책꽂이를 돌아보고, 책방이 깃든 마을을 거닐며, 책방을 가꾸는 책방지기 숨결을 느낍니다.
▲ 책방마실을 하며 책 하나 ⓒ 최종규
새책방에서는 어디에서나 똑같은 새책입니다. 헌책방에서는 어디에서나 다 다른 헌책입니다. 똑같은 값을 매기는 새책은 똑같을 수밖에 없으나, 다 다른 값이 붙을밖에 없는 헌책은 책방지기가 어느 만큼 손질하거나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리고 헌책방에 들어오기 앞서 '헌책으로 거듭난 새책'을 처음 장만해서 읽은 사람 손길이 묻어납니다.
곱게 손에 쥐고 읽은 책손이 있습니다. 거칠게 아무렇게나 읽은 책손이 있습니다. 밑줄 하나조차 반듯하게 그은 책손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하게 밑줄을 그은 책손이 있습니다. 지은이가 선물한 책이 있고, 여느 책손으로서 '이 좋은 책을 만난 기쁨'을 속종이에 정갈한 글씨로 적바림한 책이 있어요.
▲ 책방에서 ⓒ 최종규
▲ 책꽂이 살피기 ⓒ 최종규
<내 동생 푸딩>(가와시마 에쓰코·우에다 마코토/임윤정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불꽃놀이와 유리구슬>(가와시마 에쓰코·다카하시 가즈에/한누리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보름날 여우>(가와시마 에쓰코·스도 피우/김혜란 옮김, 느낌이있는책, 2012)
가와시마 에쓰코라는 이름을 모릅니다. 오늘 처음 만납니다. 그런데 이분 책이 나란히 세 권입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궁금한 마음에 한 권씩 집습니다. 열 몇 쪽씩 읽어 보고는 세 권 모두 장만하기로 합니다. 따스하면서 고운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하는 지은이 넋을 읽을 수 있어요. 이 글에 붙이는 그림도 사랑스럽습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잘 안 팔리거나 안 읽힌 작품일는지 모르나, 나한테는 매우 아름다운 문학으로 남습니다.
▲ 이오덕 님 손글씨가 깃든 묵은 책 ⓒ 최종규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지식산업사, 1990)
이오덕 님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책이든 스무 번이나 서른 번은 거뜬히 읽었습니다. 그래도 헌책방에서 예전 책이 눈에 뜨이면 걸음을 멈춥니다. 다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더욱이 숱하게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어느 분이 예전에 이 책을 손에 쥐고 읽었으려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삼성서림>에서 문득 마주한 <글쓰기, 이 좋은 공부>는 이오덕 님이 어느 분한테 선물한 자국이 있습니다. 어쩌면 어느 분이 이오덕 님한테 손글씨를 받으려고 손수 찾아갔을 수 있어요.
이 책은 어떻게 헌책방에 나왔을까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이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헌책방 책꽂이에서 곱게 새로운 책손을 기다릴 수 있으니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더군다나 속종이를 오리거나 뜯지 않고 곱게 헌책방에 내놓아 주었으니 더욱 고마워요. 애틋한 손길을 더 느낍니다.
▲ 책을 마주하다 ⓒ 최종규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편집부, 땡땡책협동조합, 2014)
아마 누리책방에는 없는 책이지 싶습니다. 요새는 누리책방뿐 아니라 교보문고 같은 데에도 안 넣는 책이 퍽 늘어납니다. 참 재미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이란 얼마나 마을스러운가요. 마을책방에서 마을사람이 사랑하기를 바라는 책은 얼마나 마을다운가요.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요,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답니다. 아이랑 사랑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는 하루를 책 하나로 즐거이 마무리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 새책방에는 없는 책을 헌책방에서 찾다 ⓒ 최종규
저는 책을 사러 책방에 갑니다. 책방에 머물며 책내음을 맡습니다. 책내음을 맡고서 가만히 책 여러 권을 집어듭니다. 책방마실을 가는 길에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버스길이나 전철길로 지나가는 마을을 돌아봐요. 버스나 전철에서 내린 뒤 책방까지 걸어가며 책방을 둘러싸며 어떤 마을이 있는가를 살핍니다. 책방이 있는 마을은 참으로 곱다고 새삼스레 생각하면서 묵직한 가방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 책 하나를 ⓒ 최종규
▲ 책방에서 ⓒ 최종규
▲ 책 하나 ⓒ 최종규
▲ 책방 앞모습 ⓒ 최종규
▲ 책을 마주하는 마실길 ⓒ 최종규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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