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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붙든 한마디 "어떤 배가 물에 빠졌대"

2017 김성래 개인전, "안녕하세요?"

등록|2017.11.03 10:42 수정|2017.11.05 13:51

▲ 안녕하세요? 60x30x30cm . 돌출간판에 LED 점멸 프로그램 ⓒ 김성래



#1 

한 작가가 묻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그는 3년 전 어느 날을 잊을 수없습니다. 그 어느 날이 이 작가의 마지막 개인전(2014 Drawing & Booty 2 ;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 전당) 후 작업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사건'으로 비롯된 것이고, 그 사건으로 인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부담'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전을 마친 이틀 뒤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떤 배가 물에 빠졌데..."

아마, 차가 물에 빠졌다고 했다면 작품을 철수하는 대단히 번잡한 계획들로 꽉 찬 그의 좌우뇌를 번쩍 깨울 수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배와 물의 상관관계는 너무도 당연해서 전혀 그의 관심을 끓지 못했습니다.
 
그날 늦게 귀가한 그는 '배가 물에 빠진 사건'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미 배는 물속으로 가라앉은 뒤였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의 뇌는 다른 생각을 거부했습니다. 사라진 배와 그 배속에 여전히 있다는 사람들의 환영이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2
 

▲ 강을 건너는 소녀(1) ⓒ 김성래



김성래 작가의 개인전 "안녕하세요?"는 그와 3년간 동거했던 환영을 떠나보내는 씻김굿 같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조각, 설치, 페인팅, 드로잉의 형식은 때때로 모습을 달리하며 그의 앞에 나타났던 환영의 모습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그동안 저를 찾아왔던 소녀들이에요. 그 낯모르는 소녀들은 내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나타나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그리고 때론 왁자하고 때론 고요한 나의 일과 속에 머물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녀들은 뉴스 속 절규하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로 얼핏 얼굴을 보였던 그들이었습니다."
 
때때로 안부를 묻는 그 환영 속 소녀들에게 김 작가는 절규가 필요 없었던 시절로, 또한 더 이상의 절규가 없는 어느 곳으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7회 개인전은 "어떤 배가 물에 빠졌데..."라고 말했던 그 친구를 만났던 3년 전의 그날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소녀의 세상은 그저 풀과 나무가 자라고 꽃이 만발하며,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게 뛰놀면 되는 세상이기를 바랬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큰 사건 속에 끌려 들어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설적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고 소녀들을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3
 

▲ 후쿠시마 탈출. 60x85cm . 특수지에 유채 / 2017 ⓒ 김성래


소녀들로부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아야 하는 산자로 남은 작가는 여전히 그 소녀가 주인공이었던 사건의 세상을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뉴스는 매일 또 다른 사건을 전합니다. 원전 사고로 피폭된 사람들, 상륙을 거부당한 채 죽음의 바다로 떠밀려진 난민들, 연필 대신 총을 쥔 소년병들.. 그들은 여전히 작가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김성래 작가는 전시장 '아트스페이스오'로 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을 대신해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안녕하세요?"
 

▲ 2017 김성래 개인전, "안녕하세요?" ⓒ 김성래


-장르 | sculpture, installation, painting, drawing
-기간 | 2017_10_20~10_30
-장소 | 아트스페이스오(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5(B1))
-홈페이지 | www.artspaceo.com www.kimsungrea.com
-문의 | 070 7558 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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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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