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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예쁜 마음'

[모이] 각박한 세상, 소소한 나눔 일상화됐으면...

등록|2017.11.06 14:27 수정|2017.11.06 14:27

▲ 아파트 입구에 놓인 상자에는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 김학용


요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아파트 생활, 그래도 봄날처럼 따뜻한 분들이 있어 살맛 나게 한다.

지난 주말,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우편함 아래에 못 보던 상자 하나가 보인다. 각종 잡동사니를 담은 듯한 이 통,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

그랬다. 누구든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상자 안에는 인형 저금통, 색연필, 사인펜, 필통, 크레파스, 조각도, 원고지, 노트류, 장난감 등이 쌓여있다. 아마도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필요가 없어진 물건이었으리라. 

그런데 쓰던 물건이지만 하나하나 새것처럼 온전하다.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는 12색이나 24색 모두 빠진 색 하나 없이 세트 그대로다. 일부러 쓸만한 것들만 담은 흔적과 고민이 역력했다. 소소한 나눔에 담은 예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 이 상자에 담은 물건들은 내놓은 분이 일부러 쓸만한 것들만 담은 흔적이 역력했다. ⓒ 김학용


▲ 상자 안에는 인형 저금통, 색연필, 사인펜, 필통, 크레파스, 조각도, 원고지, 노트류, 장난감 등이 가득했다. ⓒ 김학용


이런 걸 누가 가져갈까 싶겠지만 내놓은 분은 경험으로 느꼈을 것이다. 막상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몹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걸. 이런 소소한 나눔이 일상화돼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형성됐으면 한다.

곧 아들이 수능을 치르고 나면, 교복과 쓰던 물건들을 정리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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