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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수단이지 결과가 아니다

프레임 전쟁 뿐만이 아닌 실질적 행동이 뒤따라야

등록|2017.11.08 09:17 수정|2017.11.08 09:17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우선시한다. 그렇기에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과정에서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프레임은 무엇보다도 큰 영향력을 가진다.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정치권이 특히 프레임 전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정치의 세계에서 프레임 전쟁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DJ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벌어진 당시 여당과 야당의 '햇볕정책 vs 퍼주기 정책'이라는 프레임 싸움,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벌이는 '세금감면 vs 증세'의 프레임 전쟁 등. 그리고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한 집단은 큰 성공을 이룬다. 기존의 반공 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평화와 대화를 강조한 햇볕정책은 한동안 대북 프레임에서 우위를 점했고, DJ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탄생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세금 구제라는 프레임을 사용한 공화당은 세금 고통을 해결해 주는 사람은 영웅으로, 이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악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선거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대북정책과 세금 문제 외에도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프레임 전쟁의 분야가 있다. 바로 노동시장 문제,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다. 재계와 이를 대변하는 보수 정당은 '비정규직을 없애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라고 말한다. 반면 노동계와 이를 대변하는 진보 정당은 '일자리의 규모를 늘려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비정규직은 일자리의 질만 낮출 뿐이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노동 유연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보수 측의 프레임이 우세를 점해 왔다. 노동 유연화 정책을 통해 기업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어야 기업과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프레임은 대중을 사로잡았다. 민주정부였던 DJ 정부와 참여정부 또한 이러한 프레임 하에서 비정규직을 늘렸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일자리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어났다. 그 결과 진보 측의 프레임이 힘을 얻었고 다시금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대선은 프레임 전쟁의 승리자를 가를 중요한 지점이었으나, 박근혜 게이트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그 답이 유보됐다. 현재 프레임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프레임 전쟁의 승리가 문제의 해결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 승리는 단지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얻었음을 뜻한다.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프레임 전쟁 후 법 개정 등의 실질적인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은 프레임 전쟁 그 자체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 측의 프레임이 우세했던 근 20년의 역사 속에서 비정규직 활성화에 근거로 제시한 경제성장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래로 한국경제성장률은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세계경제성장률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리고 비교적 진보의 프레임에 가까운 현 정권 하에서도 여전히 비정규직의 일자리 질 문제는 진행 중이다.

따라서 프레임 전쟁에 몰두하기에 앞서, 프레임 전쟁을 벌이는 정치권과 프레임 전쟁의 승패를 가리는 유권자로서의 우리는 먼저 현실을 되돌아 봐야 한다.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제성장률과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지를 말이다. 프레임은 수단이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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