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키즈존' 카페, 적자 감수하고 만들었습니다
[2017 전국일주-충남편] 예스 키즈존 카페 '토닥토닥' 대표 위민경씨
▲ 천안 쌍용동에 위치한 '예스키즈존' 카페 '토닥토닥'. ⓒ 지유석
영유아와 이들을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존'이 뜨거운 감자다.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가 없다"는 한숨 섞인 하소연까지 나온다.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카페 '토닥토닥'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다. '예스 키즈존'을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지난 10월 30일 공식 개점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여성들 또한 특별하다. 카페 매니저이자 대표인 위민경씨는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했다. 물론 모두 정규직이다. 손수 고른 원두로 만든 커피 가격도 2000원에서 4000원대로 '착하다.'
위민경 대표를 만나 개업을 마음 먹게 된 과정과 운영 철학을 들어보았다. 위 대표는 일곱 살 아들을 둔 엄마로, 결혼 전에는 사회복지사로 활동했다. 또 충남여성정책개발원에서 성평등 강사 교육을 이수하는 등 여성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래는 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카페 '토닥토닥'은 아이와 엄마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스 키즈존'이다. 이곳을 찾는 엄마들을 위해 아기자기한 수유실도 마련해 놓았다. ⓒ 지유석
"예스키즈존 카페는 맘카페에 대한 보답"
- 우선 개업을 축하 드린다. 토닥토닥 카페를 연 취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한다.
"2013년부터 온라인카페 '천안아산줌마렐라'(링크)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능력보다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토닥토닥 카페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회원 대부분이 육아기 및 학령기에 있는 자녀를 둔 천안아산 지역 여성들이다. 이들이 자녀와 함께 쉽게 찾을 수 있고,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쉴 공간이 필요한데, 사회적 인식이 그렇지 못해 늘 마음아팠다. 옛말에도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이에 엄마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콘셉트의 카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 카페 '천안아산줌마렐라'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달라.
"2011년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둔 주부가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녹록지 않다. 취업을 하면 안정적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커뮤니티 운영을 생각했다.
초반엔 단순히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자는 목표였다. 그렇게 2013년 온라인 맘카페를 개설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됐고, 부수적으로 광고 수입도 발생하기 시작했다.(2017.11.10. 기준 회원수 5만 9117명 / 즐겨찾는 멤버 1만 2040명)"
(※ 천안아산줌마렐라는 운영의 묘를 살리고자 올해 초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어 8월엔 '미드미즈 컴퍼니'를 설립했고, 9월에 벤처 승인을 받았다. 맘카페가 벤처 승인을 받은 건 미드미즈가 최초다.)
▲ 카페 '토닥토닥'은 공간 구성 부터 아이와 엄마가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 지유석
"수익? 당분간 적자 감수할 것"
- 공간과 고용 인력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수익이 목적이었다면, 우리가 개별 브랜드로 카페를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익만 따지면 프랜차이즈 카페와 협력해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했으리라고 본다. 회원들에게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한 방법으로 카페를 생각했고, 부담없는 가격에 질 좋은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걸 느꼈다. 당분간은 적자를 감수할 생각이다. 언젠가 '토닥토닥'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소소하게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노키즈존에 맞서 이곳을 엄마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시끄럽게 군다', '부모가 아이들을 감싼다'는 식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노키즈존과 예스키즈존의 설정은 업주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일정한 타깃의 소비자는 포기해야 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도 업주가 감수할 부분이다. 어떤 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규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이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소수이지 않을까? 아이들은 원래 울고 소리치고 시끄럽다. 그게 아이다운 것이다.
사람들이 불만을 품는 이유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 때문이다. '토닥토닥'은 아이를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한 방임 또한 하나의 아동학대라고 판단한다. 방임의 끝은 결국 아이의 크고 작은 안전 사고로 귀결된다. 부모가 온갖 관심을 다 기울이고 돌봐도 아이들은 울고 소리치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여기 오는 분들 대부분이 서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니까 그런 모습을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것 뿐이다."
▲ 지자체 역시 '예스 키즈존'에 관심을 보여 구본영 천안시장, 허승욱 정무부시장 등이 카페 '토닥토닥'을 다녀갔다. ⓒ 지유석
부모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 구본영 천안시장, 허승욱 충남 정무부시장이 개업에 발맞춰 이곳을 다녀갔다. 지자체에서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지자체로선 토닥토닥의 취지와 비슷한 사업을 하려 해도 민간 위탁운영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그래서 토닥토닥 카페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카페는 지자체의 지원은 받지 않는다."
- 토닥토닥 운영 철학이랄까, 그리고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한국은 여성에게 모성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다.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모성이라는 단어에 매몰시켜 버리고,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는 데 익숙한 사회란 말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산후우울증을 '모성이 부족해서 그렇다'라느니 '엄마답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난하기 일쑤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돼서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가 되기 위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고, 일정 수준 준비가 필요하다.
또 하나, 부모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토닥토닥'이 잠깐이나마 남들 눈치 안 보고 차를 마시며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재충전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이곳을 좀 더 널리 알려서 아빠들도 아이를 데리고 거리낌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아이를 동반하고 계신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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