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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멀 수도..." 고1 막내 아들이 당뇨에 걸렸다

[세계 당뇨병의 날] 당뇨와의 전쟁 7개월

등록|2017.11.13 14:45 수정|2017.11.13 14:45
올해 4월 초, 고교에 입학한 막내 아들이 동네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5~6%가 정상이라는 혈액 내 당화혈색소가 12.6%로 아주 높게 나왔다. 병원측에선 아주 심각하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왔나"면서 절망감을 느끼고 눈물만 흘렸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지난 11월 9일, 막내는 울산대학교병원으로부터 "이제 당뇨 수치와 모든 검사 항목이 정상이니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온 가족이 겪었던 절망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수는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기준으로 약 337만 명에 달하며 이런 추세면 2030년에는 약 5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11월 14일은 당뇨병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든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막내 아들의 당뇨 치유기가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이 땅의 당뇨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자 말-

고교 1년생 아들에게 찾아온 당뇨

올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가 막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며 무언가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다. 물어봐도 잘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슬쩍 뒤져본 노트에는 막내의 소변 보는 횟수와 물 먹는 횟수가 매일 기록되고 있었다.

부산에서 대학에 다니는 큰 아들이 울산 집으로 올라온 4월 초순 어느날. 내가 잠든 밤늦게까지 아들 둘과 아내가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 그날 새벽 막내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 그제서야 아내는 "막내가 당뇨가 온 것 같다. 살이 빠지고 소변을 자주 보고 물을 자주 마신다"고 했다. 아내와 막내는 토요일 집 앞 동네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월요일날 나온다고 했다.

아내가 걱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과거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당뇨를 앓으신 경력이 있는 데다 최근 아내의 친구 아들 사례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친구 아들은 군대 간 지 3개월 만에 휴가를 왔는데 몸무게가 엄청나게 빠졌다고 한다. 이후 당뇨 진단을 받고 거의 매일 복부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아내는 이처럼 소아청소년에게 잘 오는 제1형 당뇨가 막내에게도 온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 고교1년 생인 막내 아들이 당뇨를 진단받자 가족이 충격에 빠졌다. 울산대학교병원의 처방전과 병원에서 당뇨병알기 교육때 나눠준 책자 ⓒ 박석철


주말 불안한 밤을 보낸 월요일 아침, 두려움에 차마 병원에 가지 못하겠다는 아내를 대신해 동네병원에 갔다. 간호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막내의 당뇨 수치가 엄청나게 높다며 진단서와 진료의뢰서를 봉투에 넣어주며 "시급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간호사의 입에서 나온 "눈이 멀 수도, 휴학해야 할지도" 등의 말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아내에게 대충 이야기하니 아내가 거의 까무러치듯 했다. 그날 따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내리는 비가 병원으로 가는 차창을 때릴 때면 아내와 나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인근에 있는 울산대학교병원으로 갔다. 한참을 대기한 후 나온 말은 "예약을 하면 일주일 뒤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시가 급한데 일주일이라니...' 예약을 않은 채 급히 차를 몰아 근처 병원 몇 군데를 찾았다. 그러나 한결같이 "당뇨 수치가 너무 높다. 대학병원에 가라"는 말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간 울산 동구 한 병원에서는 나의 간절한 호소에 약을 처방해주고 울산대학교병원에 예약까지 해줬다. 하지만 예약일자는 역시 일주일 뒤였다. 해당 의사는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 이 처방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나의 호소에 따라 처방해 주는 것임을 암시했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온 막내는 돌아가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거의 절망하는 눈치였다. 애써 안심시켰지만 내 눈에서 먼저 눈물이 나왔다. "내가 꼭 너를 지킬 것이다"는 내 말에 막내는 더 서러워 했다.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를 앞둔 일주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내가 걱정하는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제1형인지 여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아침과 저녁으로 먹었다.

울산대학교병원 진료 기다린 일주일

▲ 친구가 소개해 준 집 인근 약수터에서 떠온 물. 유황성분이 들어있어 맛이 특이하다 ⓒ 박석철


드디어 일주일이 흘렀다.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온 막내와 울산대학교 병원에 갔다. 울산지역의 당뇨병 권위자라는 이 의사는 동네병원에서 받아온 혈액검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나"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긴장하고 있는 막내에게 더 큰 불안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의사는 한 달간의 약을 처방하고 그후 혈액검사를 하자고 했다. 의사의 진료에 이어 대학병원 내 교육실에서 당뇨교육을 받았다. 익히 들어온 절제된 식사와 운동 등이 주 내용이었다.

이후 한 달간 아들은 틈틈이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운동도 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다. 집에서는 막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하지만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막내는 조그만 일에도 신경질을 내고 이따금 괴로워했다. 지켜보는 나와 아내의 심장은 타는 듯했다.

드디어 한 달이 흘렀다. 운명을 가를 혈액검사의 날이 왔다. 학교 등교를 감안해 토요일 아침 금식 혈액채취와 소변검사를 했다. 이날 모든 결과가 나올 줄 알고 갔지만 다시 5일 후 진료 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말에 허탈했다.

드디어 한 달 후, 아내와 나는 울산대학교병원 의사와 마주 앉았다. 긴장되는 순간, 의사는 "당뇨 수치가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나와 아내의 눈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3달간 처방한 약을 먹고 다시 혈액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다음 혈액 검사와 이에 따른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3개월은 역시 긴장의 연속이었다. 수치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당뇨 약'을 먹는 데다 다음 검사 때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개월이 흐른 8월 중순, 혈액 검사의 결과는 좋았다. 특히 걱정했던 혈액 내 당화혈색소가 5%대로 아주 정상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좋아진 수치에 의사도 기뻐하고 우리 가족은 말할 것도 없이 기뻤다. 의사는 앞전과는 다른 약으로 3개월치를 처방했다. 하루 두 번 복용에서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줄었다는 것도 아주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 달을 복용하던 막내가 손발이 차다고 호소했다. 아내와 의논 끝에 약을 반 개로 잘라 먹이기로 했다. 이 사실을 의사가 알면 크게 호통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난 11월 5일 막내는 금식 혈액 검사를 받았다. 5일 뒤인 11월 9일 나는 의사와 마주앉았다. 욕 들을 각오로 "아이가 호소해 약을 반 개로 잘라 먹였다"고 토로했다.

컴퓨터를 보고 있던 의사는 의외로 "아주 잘하셨습니다"고 했다. 연이어 "모든 게 정상입니다. 이제 약을 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고 했다. 막내의 당뇨가 치유됐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막내의 살이 빠지고 소변이 잦고 물을 자주 마시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막내의 당뇨와의 전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3개월 뒤 있을 검사는 두렵지가 않다. 7개월간의 노력을 답습할 테니까.

에필로그-막내 당뇨가 치유되기까지 7개월

▲ 소나무에 기생하며 자라는 담쟁이인 송담을 말려 잘게 잘라놓은 모습. 높은 산 큰 소나무에 붙어 있으며 늦가을에서 겨울에 채취한다고 한다 ⓒ 박석철


다음은 내가 막내의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시도했던 민간요법이다. 이것 때문에 막내의 당뇨가 나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방법도 있음을 참고 바란다.

4월 중순 막내가 동네병원에서 당뇨진단을 받던 날 밤,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울먹이며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친구는 고맙게도 다음날 새벽같이 출발해 아침 7시쯤 우리집에 도착했다. 효능있는 물이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려고 밤을 샜다는 그는 울산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약수터를 소개했다. 자기가 울산에 있을 때 당뇨 등 효험을 봤다며 적극 권장했다.

친구의 안내로 반말들이 물통 4개를 구입해 약수터로 갔다. 이 물은 유황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했다. 먹어 보니 계란 삶은 듯한 냄새가 났다. 약수터 주변에는 벌들이 윙윙거리며 모여 있었다. 막내와 우리 가족은 7개월간 이 물을 마시고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먹었다.

막내에게 당뇨가 온 후 나는 눈물이 잦아졌다. 지역에서는 모질고 독한(?)기자쯤으로 소문난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당뇨 호소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모습을 본 지인들은 모두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강해져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막내가 당뇨 약을 먹은 지 3주쯤 지난 4월말, 나는 고교 선배님의 가게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예의 이같은 호소를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남자가 내게 "말굽버섯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가을이면 송이를 채취하는 등 틈만 나면 산에 올라 약초와 버섯을 캐는 것이 취미이자 부업이라고 했다.

처음 본 그 남자는 바로 다음날 내게 말굽버섯을 선물했다. 돈도 받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그에게 들은 대로 말굽버섯을 차처럼 끓여 막내는 물론 온 가족이 물처럼 마셨다. 그로부터 3주일 뒤 그 남자는 다시 연락을 해와 "말굽버섯처럼 좋은 것을 주겠다"고 했다. 그것은 지난해 겨울 경북 영덕의 높은 산에서 채취해 말려 놓은 '송담'이었다.

검색 결과 송담은 소나무에 기생하며 자라는 담쟁이인데 당뇨와 암 예방 등에 좋다고 나와 있었다. 그에게 받은 송담을 떠온 약수물에다 끓여 온 가족이 먹었다.

나는 이번 막내의 일을 계기로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하게 되고 왠지 겸손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정도였다. 경건한 마음으로 매일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석가, 예수, 본존, 신이 따로 없었다. 그저 경건한 마음이면 됐다.

막내는 막내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왠지 찜찜해하던 야간자율학습을 가족의 동의로 끊고 학교가 파하면 집근처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다녔다. 친구들이 하굣길에 먹는 군것질 유혹도 잘 참았고 스스로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거의 매일 막내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될 수 있으면 기름이 많은 육식을 피하고 튀김 음식은 삼갔다. 생선, 두부, 무우, 양파, 마늘 등이 내가 하는 요리의 주재료 였다. 식사 한끼를 차리는데 내 정성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결국 막내의 7개월 만의 당뇨 치유는 병마를 이겨보자는 자신과 가족의 의지를 바탕으로 앞서 이 모든 것의 결합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성을 다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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