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창기
▲ ⓒ 변창기
▲ ⓒ 변창기
▲ ⓒ 변창기
▲ ⓒ 변창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가실 분 접수 바랍니다."
올해로 전태일 노동열사가 근로기준법 책을 들고 분신하신 지 47주기라 합니다. 아울러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난지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매년 5월 1일 노동절과 함께 11월 13일도 중요한 기념절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전태일 노동열사 추모날로 역사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에 비정규직 10여년 다니다 정리해고 당했고, 다시 7년여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냥된 게 아니고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 여깁니다. 그래서 저도 노동자의 연대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게 되어 서울 상경 노동자 집회에 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11일(토) 오전 10시 30분에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문에서 출발한 버스는 버스기사님의 안전운전을 고려하여 휴게소에서 점심도 먹고 쉬면서 가 오후 6시경 여의도 문화광장에 도착했습니다.
현대차 노조에서 버스 32대가 서울 전노대에 간다고 했습니다. 대당 40여명만 잡아도 1200명이 넘는 규모가 노동집회에 결합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구요. 이미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전태일 47주기 열사정신계승과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노동문화제는 노동연극, 노동노래 그리고 투쟁 사업장 이야기와 농악 길놀이, 노동노래 대합창으로 다채로이 진행되었습니다.
밤 9시가 넘어 노동문화제는 끝났습니다. 우리반에서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빈방이 없어 일부는 찜질방에 간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무대옆 천막에서 노동영화제 한다하여 보았습니다. 사회적 파업 연대기금이란 단체서 진행했습니다. 노동영화는 1920년대 배경으로 한 외국영화였습니다. 탄광노동자들이 업자의 착취와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130분짜리 영화로 좀 길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뒷풀이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광화문 갈건데 변 동지는 어쩔거요?"
저는 딱히 가 잘곳도 없고해서 "같이 가도 되느냐" 했더니 "빈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사파기금 일행과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었으므로 피곤하여 정해주는 곳으로 들어가 쉬었습니다. 어디서 하는 천막농성인지는 모르나 우리는 여러동 되는 천막으로 흩어져 잠을 청했습니다.
"방한복 두텁게 입고 오세요. 요즘 일교차가 심하고 서울은 춥습니다."
울산은 더웠고 서울 와서 문화제 볼 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침낭을 펴고 잠자리에 누우니 그때부터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먼저 주무시던 분이 뭔가를 하나 던져주었습니다.
"그냥은 차가워 못자요. 이거라도 하나 놓고 자요."
안엔 모래가루 같은게 들었는데 어떤 원리로 따뜻해지는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손바닥 만한걸 바닥에 놓고 누우니 등이 따스해지더니 춥지 않았습니다.
아침 6시 넘겨 일어나보니 날이 샜습니다. 천막 밖으로 나가 주변엔 어떤 풍경인지 살펴 보았습니다. 오늘 오후 노동자대회 하는 곳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광화문 간판이 보이고 멀잖은 곳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간판도 보였습니다.
제가 잠잔 천막은 여러 노동자들이 해고 당하고 해서 억울한 사연을 가진 천막농성장 중 하나였습니다. 짧게는 몇 년전, 길게는 10년째 천막농성 중에 있었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이란 현수막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된 열정, 하나된 대한민국"
관의 큰 건물 앞면엔 이런 글귀의 커다란 현수막도 보입니다.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 3권 쟁취!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여기에 절규하는 듯한 현수막 내용이 가슴 아프게 합니다.
전태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책을 끌어안고 산화해 가신지 47주기,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난지 30주년. 그렇게 강산이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바뀌고 있어도 여전히 70년 전 노동자로 살아야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하룻밤 자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