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최순실 "국정농단이라 부르지 마"
[현장] 고영태 재판에 출석 "공소사실만 물어보라"… 재판부 제지에도 '마이웨이'
▲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최순실'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정농단이라 표현하지 마십쇼."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안하무인이었다.
이날 최씨는 고씨에게 세관장 인사를 지시했는지 등 사건과 관련된 증언을 하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 그러나 최씨는 재판 내내 예민하게 반응하며 큰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하기 바빴다. 재판부가 "물어보는 내용을 끝까지 듣고 답하라", "잘 생각하고 말씀하라"고 그를 제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씨는 "내일 이화여대 학사비리 항소심 선고가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됐다. 오늘 굳이 나온 건 고영태 피고인이 알선수재, 마약사범 전과가 있는데 국회의원 33명이 탄원서를 냈다고 하니까 충격과 우려감이 들어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인으로 나온 경위를 설명했다.
뇌물수수 등 다른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는 자기방어에 급급했다. 그는 "세관장 김씨말고 청와대에 누구를 추천했나"라는 고씨의 변호인단인 김용민 변호사의 질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저는 공소사실에 관해서만 얘기하러 나왔다"며 "의혹 제기를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가 국정농단 사태를 피해 2016년 9월, 독일로 떠났다는 의혹인 '도피성 출국'에 대해서도 "그걸 왜 묻나. 고영태, 김수현, 노승일, 류상영이 싸우는 것에 제가 샌드위치로 끼워진 게 재연되는 건데 일일이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재판 기다리는 박근혜-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최씨는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국정농단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김 변호사가 "측근인 류상영씨가 독일에 있을 당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일을 보고한 것 같은데 맞느냐"라고 묻자 최씨는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 변호사님이 고씨를 얼마나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국정농단이라고 말하지 말라. 저도 당한 사람"이라고 화를 냈다.
"그냥 최서원이라고 불러라"
김 변호사가 "달리 부를 표현이 없으니까 그렇게 이해하라"고 대응했으나 최씨는 "그렇게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냥 최서원(개명한 이름)이라고 불러라"라며 맞받아쳤다. 김 변호사는 '증인과 관련된 사건'으로 부르겠다고 정리했다.
최씨는 변호인단의 질문을 대놓고 비웃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최씨에게 연설문을 유출한 사실에 대해 "류씨와 논의한 게 아니냐"고 묻자 최씨는 "류상영이 그런 급이 되느냐"며 코웃음을 친 뒤 "광범위한 정치적인 질문은 안 받겠다"고 맞섰다.
변호인단뿐 아니라 검사에게도 껄렁한 태도를 보였다. 조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에도 최씨는 "마이크가 잘 안 들린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히겠다"며 재판 절차와 관계없는 말을 했다.
검사가 "고씨가 세관장으로 김아무개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추천했나"라고 묻자 "고영태가 제가 대통령 뒤에서 일하고 있다는 약점을 잡았다. 이런 문제가 터질 걸 알았으면 그냥 그때 터뜨렸을 걸 후회한다"고 화를 냈다. 검사는 "제 질문을 들어보라.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달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증인신문이 마무리되자 "한마디 하겠다"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딸의 출전과 체류 목적으로 독일에 갔는데 제가 없는 한 달 사이에 고영태 등이 기획해 제가 국정농단으로 몰렸다"며 "제가 몸이 아프고, 선고를 앞두고 있는 데도 증언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4일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에 가담한 혐의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국정농단 공범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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