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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MBC 장악, 모두 기록" MBC노조, '백서' 만든다

[현장] 김연국 MBC노조 본부장, 기자간담회 열어... "승리는 촛불 시민 덕"

등록|2017.11.15 09:51 수정|2017.11.15 11:05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 "권력에 점령되지 않는 자유 언론 만들겠다"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김연국 노조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마지막 집회에 참석해 “다시는 권력에 점령되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완전한 자유 언론 만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가 이긴다"는 절박한 외침으로 시작된 파업은, "우리가 이겼다"는 환희의 함성으로 끝이 났다. 김장겸 사장을 몰아내고 승리로 끝난 이번 파업은 단지 2017년 9월 4일 시작된 72일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에 앞서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을 외치며 시작한 39일 파업이 있었고, 2012년 170일 파업도 있었다. 처절하게 싸웠지만, 지난 7년 7개월간 MBC는 완전히 망가졌다.

김연국 언론노조MBC 본부장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2012년 파업 이후 처참한 몰락의 길을 걷던 MBC 내부에서, 지치고 회의감만 안고 있던 구성원들에게 다시 일어나 싸울 기회를 준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하다. 오늘의 결과는 모두 민주주의 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촛불을 들어주신 시민들의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김 본부장은 "많은 시청자분이 MBC에 실망하고 마음이 떠났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채찍질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번 파업의 승리는 MBC 구성원들의 승리일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들의 승리"라면서, "앞으로도 많은 감시와 비판으로 MBC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해직자 복귀는 언제?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김연국 노조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새로운 경영진이 결정되면 해고자 복직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파업은 14일을 끝으로 잠정 중단되지만, MBC에 누적된 적폐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장 한 사람이 해직됐을 뿐, 새 사장이 선임돼 새 인사가 단행되기 전까지, 김 전 사장이 임명한 경영진과 간부들은 모두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MBC는 정확히 지난 7년 7개월 동안 철저하게 망가졌기 때문에,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초미의 관심사는 해직자 복직 시기다. 아직 MBC에는 이용마 전 MBC본부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등 6명의 해직 언론인이 있다. 해직자들의 해고 무효 소송은 이미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사측이 상고해 2년째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노조 측은 해직자 문제를 "새 사장이 선임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제1과제"라고 했지만, YTN의 경우 조준희 전 사장이 사임한 뒤, 노사합의를 통해 해직자들의 복직이 결정됐다. 하지만 김연국 본부장은 "지금 경영진은 MBC 몰락의 주범이다. 수많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인정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 경영진과는 어떠한 노사협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직자들의 복직을 위해서는 대법원이 빨리 판결을 내리거나, 새로운 경영진이 상고를 철회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2012년 파업 지도부의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 소송, 해직자들의 해고 무효 소송, 2012년 파업에 대한 195억 손해배상 소송 등 총 3건이 모두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각각 6번의 소송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공정방송의무는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방송 종사자 모두에게 함께 부여된 것이다, 공정방송 실현 여부는 언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결했다.

이는 한국 방송 노동운동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기 때문에, 해직자 중에서도 대법원까지 가서 판례를 남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다. 새로운 경영진의 상고 취하를 통해 (해직자 문제를) 풀지, 대법원까지 가볼지 해직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 하지만 가장 좋은 해결법은 대법원이 정치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빠른 판결을 내려주는 것이라도 본다." (김연국 본부장)

"깜깜이 사장 선임 관행 없애야..."

또 다른 관심사는 차기 사장 선임 문제다. 김연국 본부장은 "정치권의 개입 근절, 사장선임 절차 공개, 신속한 사장 선임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9년간 권력 장악에 협력한 이들로 인해 MBC가 바닥까지 추락한 현 상황에서, 어떤 분이 새 사장이 되느냐는 MBC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장겸 전 사장은 청와대가 내리꽂은 인물로, 친박·극우·어용 학자들이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해서 뽑았다. 이렇게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 사장을 뽑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노조는 정부나 여야 그 어떤 정당의 간섭 시도도 단호하게 배격할 것"이라면서, "법 취지에 따라 방문진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논의해 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MBC 사장 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능력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사장 후보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본부장은 "이런 깜깜이 절차를 통해 자기들끼리 뽑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새 사장의 자격 요건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저널리즘에 대한 확고한 가치"를 꼽았다. 그것이 MBC 안에 쌓인 적폐를 깨끗이 청산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자, 이 과제를 함께 해결할 내부 종사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MBC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만큼, 새 사장은 과거의 관행과 완전히 단절하고 오로지 시청자 뜻을 받들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면서, "노조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사장 면접 과정 공개 등 모든 안을 놓고 고민해 방문진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알렸다.

어두운 '부역의 역사', 낱낱이 기록하겠다

총파업 승리 자축하는 MBC 조합원들 "모두 힘 모아 MBC 다시 세우자"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마지막 집회에 참석해 총파업 승리를 자축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노조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MBC 재건의 청사진을 그릴 예정이다. 지난 9년간 MBC 안에서 벌어진 방송 장악과 노동 탄압, 공영방송 훼손과 저널리즘의 붕괴를 낱낱이 파헤치고 기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우선 <MBC 방송장악 백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현재 직능별로 방송 장악의 현장을 목격한 조합원들의 증언과 진술을 취합하고 있으며, 강독회 등을 거쳐 내용을 확인한 뒤 전 조합원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김철영 편제부위원장은 "지난 9년은 단지 외부 특정 권력이 내부자들과 결탁해 한 회사를 망가뜨린 게 아니었다. 국가권력기관이 내부에 충성스러운 부역자들을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시스템을 마비시킨 것"이라면서 "권력이 어떻게 MBC를 장악했는지, 그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잘못은 없었는지를 처절한 자기반성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MBC 방송장악 백서>는 MBC 재건을 위한 연구의 기초 자료를 쓰일 예정"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방송 장악이 MBC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기록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경영 부문 역시 인사, 감사, 예산, 회계 등 분야의 적폐를 조명한다. 부당 징계와 전보가 난무한 인사 전횡과 조직 개편, 신입 사원 채용 중단과 밀실 채용은 물론, 부역 경영진의 방만한 예산 낭비 역시 규명 대상이다. 조소영 경영부위원장은 "현재 초안 마무리 단계에 있다. 각종 발령, 승진, 평가, 보상 등 인사에서 노조 친화적인 인물에게 불이익을 주고, 임원에게 충성한 직원들에게 각종 보상을 한 사례까지 꼼꼼하게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백서작업을 통해 수집된 사례들을 모아 현 경영진, 간부 등 부역자들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영진이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데 쓰인 비용은 물론,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 받고 있는 현직 경영진의 변호사 비용이 어디에서 지출됐는지도 철저히 조사 중이다. 김연국 본부장은 "만약 MBC의 공적인 재산을 사적 소송비용을 위해 사용했다면, 사임 여부와 관계없이 개개인에게 배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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