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오해'에 비정규직 노동자 호소
비정규직 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오해와 억측을 중단해달라"
▲ 인천국제공항 전경 ⓒ 시사인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지부)는 14일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중단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그런 주장이 사실도 아닐뿐더러 지부의 대안과도 다르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한편,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공사 노조)은 지난 10일 '공사직원 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이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규직 전환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 노조는 공사의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인천공항 협력사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비정규직 노조(지부)와 구별된다.
공사 노조는 성명서에서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들어가는 공기업 일자리를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평등한 기회에 반한다"며 "비정규직 전원 직고용은 청년들의 선호 일자리를 강제로 선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는 호소문을 발표해 오해를 풀고 한국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지부의 호소문을 정리 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호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존 정규직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지부는 그러한 주장이 사실 관계에도, 우리 노조의 대안과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공사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에 받던 급여에 비해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존에 공사가 용역회사에 지급하는 '사업비'가 '인건비'로 항목이 전환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규직 직원의 임금수준으로 맞춰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규직 직원과 승진 경쟁이 발생할 것이다?
지부 요구안에는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은 별도의 직군을 만들고, 근속과 숙련을 반영한 별도의 승진·승급 체제를 만들자는 것 입니다. 정규직과도, 정규직 입사를 기다리는 취업준비생과도 경쟁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기존 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사라질 것이다?
기존 정규직 직원의 권리를 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 정규직과 전환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별도로 노사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노조법 상 비정규직 교섭창구 분리 혹은 자율교섭으로 각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조 간 합의를 만들겠습니다.
-회사 운영에서 숫자가 많은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만 높아질 것이다?
앞서 교섭권 보장에서 밝힌 것처럼, 회사 내 여러 주체들이 참여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돼야한다는 것이 우리 노조의 입장입니다.
-기존에 확보된 복리후생을 나누게 되면 기존 직원의 권리가 줄어들 것이다?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예산은 정규직과 별도로 조성돼야 합니다.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복리후생 예산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회사가 추가출연하면 되므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를 경쟁채용이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 전환하는 방식은 취업준비생에게 역차별인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군은 기존의 정규직 정원과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이 기존 공사의 정규직 채용을 잠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용역업체의 관리자 일부가 사라지게 되므로, 이 업무를 할 정규직 관리 직원을 더 뽑아야 해서 정규직 신규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업준비생과 경쟁시험이 공정한 것이다?
지금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고용불안 속에서도 인천공항을 세계공항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등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보안·시설관리·설비수리·안내·청소·운전 등의 업무를 해왔습니다. 청년 선호 일자리로 일컬어지는 사무직 입사시험을 준비한 이들이 원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새로 입사할 일자리는 제2터미널 개항으로 인해 충분합니다.
-공사로 직접 고용 시에는 경쟁 채용해야 한다?
모회사(공사)로 전환하든, 설사 자회사를 설립해 전환하든, 그것이 채용 방식을 구별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기존 정규직 직원과 같은 처우, 동일 직제에 편입되는 경우라면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재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이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온 사람들로, 최소한의 자격검증으로 전환되면 충분한 직종입니다.
-청년 취업준비생들께 말씀드립니다.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공사 정규직 취업을 준비한 분들의 기회를 줄이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이 개선될 경우, 여러분은 저희와 같은 직종에 입사해도 좋은 일자리의 희망을 찾을 날이 올 것으로 봅니다. 저희가 노력과 투쟁으로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일자리 군을 열겠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호소드립니다.
저희는 인천공항 개항 이래 17년간 고용불안, 저임금으로 차별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갈등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동자 서로의 '연대'가 가장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면서 배운 교훈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안에는 철도, 가스, 서울대병원, 서울지하철 등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앞장서 연대하고 지원하며,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연대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실현될 것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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