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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끝없는 말 바꾸기... 이번엔 '기억의 착오'

원혜영 반박에 재해명... 하태경 "국회 특수활동비 청문회 열자"

등록|2017.11.21 12:40 수정|2017.11.21 14:14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 시대의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소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2년 전과 현재의 해명이 뒤섞이며 후폭풍까지 더해졌다. 그는 21일에도 해명에 나섰다. 홍 대표의 말은 벌써 두 차례나 바뀌었다.

"특수활동비에서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  - 2015년 5월 11일 기자회견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 매달 1500만 원씩, 원내행정국에 700만 원, 원내 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 씩,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운영비용으로 일정 금액 매월 보조했다. (생활비를 줬다는 말은)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준 것. " - 2017년11월 18일 페이스북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받지 않았다고 하면 그 부분은 기억의 착오일 수도." - 2017년 11월 21일 페이스북

당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원혜영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당시 국회운영위원장으로부터 어떤 명목이든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자 부랴부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며 재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내가 국회에 있을 때 국회 상임위원장은 매달 1000여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나오고 원내대표 겸 운영위원장은 국회 전체를 운영하기 때문에 매달 평균 4000여만 원이 나온다"면서 "상임위원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매달 상임위 여야 간사들에게 국회 활동비조로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을 '사쿠라 논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치권 은어인 '사쿠라'는 일본어 '사쿠라 니쿠(櫻肉 : 벚꽃 빛깔 말고기)'에서 나온 말로, 소고기와 색깔이 비슷한 말고기처럼, 겉과 속이 달라 주관이 없는 정치인을 빗댈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는 "사쿠라 논쟁을 일으킬 만한 일이 아니고 국회의 오래된 관행"이라면서 "상임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여야 간사들도 국회 상임위 운영주체니 특수활동비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이 관행을 잊고 사실과 다른 반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홍 대표는 "그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기억의 착오 일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기억의 착오라면서 어떻게 해명 신뢰하나"

핵심은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박도 거세다. 국회 특수활동비를 공적 용도가 아닌 사적 용도에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가 2015년 기자회견 당시 이미 국회 특수활동비 논란에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로 나온 4000~5000만 원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를 주곤 했다"고 밝힌 바에 따른 주장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수활동비를 자기 생활비로 썼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홍 대표의 말 대로 당시 상임위원장이 특수활동비를 다 받았다고 쳐도, 이를 사적 용도로 썼느냐가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지금의 이야기가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한다면 본인이 올린 내용도 신빙성이 없다는 이야기 아니냐"면서 "불필요한 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가 속한 이 단체는 오는 24일 홍 대표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에 정식 고발할 예정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홍 대표의 사태로 말미암아 국회 특수활동비 청문회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홍 대표가 특수활동비를 아내에게 줬다고 했다가 어제는 말이 바뀌어 월급을 준 것이지 특수활동비를 준 것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특활비 전체가 꼬인 상황으로, 국회 특수활동비가 잘 쓰이고 있는지 우리부터 국민에 공개할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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