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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하루 앞둔 포항 고3들 "내일은 아무 일도 없기를"

[현장] 포항 수험생 5500여 명 예비소집, 김상곤 부총리 수능일까지 포항 상주

등록|2017.11.22 16:18 수정|2017.11.22 16:19

▲ 포항여고 학생들이 22일 오후 2시 수능 예비소집을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조정훈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졌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포항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22일 오후 수험생들에게 수험표를 나눠주고 지진에 대비하는 요령을 숙지하는 등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당초 수능 시험장으로 예정됐던 포항여고 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 학교 운동장에 모여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포항여고 수험생들은 포항이동중학교로 옮겨 시험을 치른다. 교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지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며 아쉬운 심정을 표했다. 학생을 따라온 부모는 두 손을 모으고 걱정스러운 듯 지켜봤다.

김민(포항여고 3년) 학생은 "많이 불안하고 원래 실력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지진이 나고 일주일 동안 불안감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져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공부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속상해했다.

한현아(포항여고 3년) 학생도 "독서실에서 공부했는데 계속 여진이 발생하니까 두려워 여러 번 밖으로 뒤쳐나왔다"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언니들과 함께 위로하면서 버텨냈는데 수능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또 "인터넷에서 포항 지역 수험생들을 비난하는 글을 볼 때마다 같은 수험생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좀더 넓은 마음으로 우리들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조그만 떨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험생을 따라온 학부모 하아무개씨는 "또 시험이 지연될까 걱정이 되고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일주일 동안 수능 준비에, 지진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학부모로서 마음도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어 "약간 흔들림이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외부에서 우리 아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직접 우리 아이들을 봤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하루 남았으니 함께 보듬어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포항 두호고 3학년 수험생들이 22일 오후 학교 강당에서 예비소집을 갖고 수능일 시럼과 지진 등에 대비한 요령 등에 대해 듣고 있다. ⓒ 조정훈


포항고와 포항여고 등으로 나뉘어 시험을 치기로 했던 두호고등학교 학생들도 학교 강당에서 예비소집을 갖고 지진에 대비하는 요령 등을 숙지했다. 이 학교 수험생 285명 중 100여 명은 당초 포항고와 포항여고, 대동고, 장성고로 나뉘어 시험을 칠 예정이었다.

이해영 두호고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시험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교사들이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지역 28개 학교 5523명의 수험생들은 23일 오전 12개 고사장에서 수능 시험을 치른다. 이번 지진으로 고사장이 변경된 학교는 모두 4곳으로, 포항고는 포항제철중에서, 포항여고는 포항이동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른다. 또 대동고는 포항포은중, 장성고는 오천고로 장소를 변경했다.

▲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예비소집을 마친 학생과 학부모가 23일 실시될 수능 시험장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 조정훈


교육부는 더 이상 고사장 변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사장마다 소방관 4명, 경찰관 2명, 건축구조기술사 1명, 전문상담사 1명, 의사 1명, 수송 담당자 3명 등 13명씩을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12개 수능시험장에 지진계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 감독관이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지진계에 나타난 수치 등을 참고해 수험생 대피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만일 시험 도중 발생한 지진 등 재해로 수험생들의 대피를 결정한 교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법률 지원도 할 예정이다.

한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22일과 23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머물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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