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AI 등장, 인간은 정말 로봇과 싸워야 할까?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참가기

등록|2017.11.24 14:17 수정|2017.11.24 14:21

한겨레 제 8회 아시아 미래포럼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위하여 ⓒ 한인정


지난 11월 15일~16일 한겨레경제사회 연구원이 진행하는 아시아 미래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의 주제는 '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였다. 유명 연사들은 일의 형태가 변화하는 시기에 정부와 재계, 노동계는 급변하는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연이어 토론을 이어갔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사람이 기계에 일을 빼앗기거나 정규직 중심으로 구축된 사회보험의 파편화로 문제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성이 높은 주제인 만큼 해외의 석학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또 김세균 국회위원장, 바른정당(유승민, 김세연), 더민주당(박영선, 서영수), 자유한국당(조경태, 이진복), 정의당(심상정)의원 외 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경제계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겨레 아시아 미래포럼 현장일의 미래에 '당신'은 어느자리에 서있는가. 리처드 프리먼 교수 ⓒ 한인정


[기조연설 1] 로봇을 소유할 이들은 누구인가

노동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프리먼 교수(하버드 경제학과)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일의 미래'라는 주제로 첫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의 첫 질문은 과연 어떤 직업이 AI보다 비교우위를 갖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35년 이내에 로봇이 모든 것을 다 수행할 수 있으며, 지금도 1,000개가 넘는 기사가 AI에 의해 작성된다는 설명이다.

"얼마 전 학생과 대화하면서, 내가 했던 말을 잊어버린 적이 있는데, 구글과 뇌가 연결되어 있는 로봇이라면 그렇지 않았겠죠? 그렇다면 제 자리도 로봇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로봇과 경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전날 만난 삼성의 웨이퍼라는 로봇의 예를 들었다. 과거에 인간이 자재를 운반하던 역할을 대체한 웨이퍼는 인간보다 훨씬 우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한국의 이세돌 기사와 대국 역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라고 전했다.

DEEP STEP이라는 토론토 대학에서 개발한 로봇은 상대방 선수의 표정 변화를 읽고 시각적인 인지능력을 갖고 감정을 파악한다. AI성장 부분을 확인하면, 월가의 거래수입, 의사들의 영상판독, 소셜미디어 분류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가히 비약적으로 AI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보다 AI가 더 나은 대체제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로봇의 비약적 발전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고, 사장은 사람이 아닌 로봇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증명된 사실이에요. 노동소득비율의 하락속도는 한국이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3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로봇에 비교우위로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가학습하는 AI를 이길수 있을까요. 얼마 전 네이쳐(NATURE)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의하면 바둑로봇은 단 2일만 소요하면, 가히 국가의 최고 바둑기사들을 100:0으로 이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로봇에 프로그램을 1000개 정도 넣게 되면, 만능이 되는 거죠."

"당신이 사장이라면 누구를 고용하시겠습니까. 기업의 윤리적 책임으로 인간과 로봇의 경쟁에서 인간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이라는 생태계에서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일인가요?"

그는 확신했다.

"우리는 이미 로봇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해답을 인간의 비극으로 결정짓지는 않았다.

그의 문제인식은 그 로봇을 '누가 소유할 것인가'와 관련한 문제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지금은 로봇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지만,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의 주식을 국가가 일정 부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지분을 분배한다면 어떨까.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로봇기술의 민간투자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상상력에 한 표를 던져본다. 만일 인간이 로봇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가. 이미 기울어진 로봇과의 경쟁에서 일자리를 두고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아테네의 학자들처럼 고상하게 사랑하며, 행복한 철학논쟁도 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로봇을 함께 소유할 수 있다면, 우리의 향후 고민은 훨씬 나은 삶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중요한 지적을 던지고 있었다. 자동화는 허상일 것이라고, 인간은 로봇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보다 어떻게 로봇을 통해서 우리의 나은 삶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열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는 아닌가 걱정된다고도 했다.

"우리는 앞으로 로봇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 아니라, 로봇을 가진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달려가는 급행열차에 타게 될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되는건 우연일까? 그의 지적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시아미래포럼폴리 토인비. 저임금노동자들은 24시간이 부족해라 일하고 있어요. 그들은 열심히 살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 한인정


[기조연설 2] 오로지 생존만 바라보고 달리는 노동자들

두번째 연설자로 나선 폴리 토인비는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의 손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BBC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를 연임하며, 1970년대와 2000년대의 저숙련노동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쓴 <일하는 삶>, <거세된 희망>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주장은 명확하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노동현장은 더 비참해졌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노동자들은 글을 써낼 수 있지만, 노동의 비참에 신음하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광산이나 아동노동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착취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평등했던 영국은 79년 대처 정부 이후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TINA)'이후 양극화 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최저임금을 받는 삶이 어떠한지를 경험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빌려 매일 콜센터, 청소업체, 베이비 시터, 요양보호사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제가 자는 시간을 빼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먼 미래의 일이며 매일 직업소개소에서 일하라고 하는 곳으로 저는 짐짝처럼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이요? 그걸로 저는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도 없었으며, 돈을 벌지 못할 때는 배고픔에 떨어야 했고, 난방조차 켤 수 없었습니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몇 km를 걸어야 했습니다. 과일하나 집는것 조차 걱정되었죠. 아플 때 진통제 하나 사먹지도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는 매일 아침 열심히 직업소개소에 나갔다는 겁니다."

그녀가 경험한 일터는 이러했다. 그녀는 70년대에도 같은 공립병원에서 일했다. 당시는 공립병원 소속직원이었다. 2000년에는 같은 일을 했지만 외주업체 소속으로, 30년 간의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면 20%의 실질임금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녀 주변에는 자영업자들이 넘쳐났다. zero hour 고용으로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이 시간대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현대용어로 대역하면 "유연성"있는 고용이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현실은 조금 달랐다.

"어떤 이들은 말하죠. '네가 선택한 유연성 이니까 너가 책임지라고'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개인사업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 세금구조가 달라지므로 고용보험은 본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4대 보험의 영역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일하다가 재해라도 발생하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거죠. 이들은 자신의 살을 깎는 전쟁이 돌입합니다. 이게 공정한 경쟁? 유연성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오로지 생존을 위해 연대를 내버리고, 싸워야 하는 싸움이?"

그녀는 얼마 전 1%에 달하는 초유부유층과의 인터뷰 경험도 덧붙였다.

"얼마 전 초부유층에 계시는 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들은 중위소득(전체 국민 소득을 일렬로 세운 뒤 가장 중간에 있는 값)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더군요. 자신들을 그렇게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 이렇게 말했죠. 가난한 사람들이요? 그들이 직업 선택을 잘 못했다고 말하는 거죠. 게으르거나 무기력해서 그런것은 아니냐고요."

그녀는 이러한 생각에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가 만난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느 누구도 게으를 수 없었다. 게으르면,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제가 만난 저임금 노동자들은 한 가지 직업으로는 생계를 연명하기가 부족해서, 일이 끝나고도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사치해서 가난한 것도, 게을러서 가난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살기 위해 노동하는데 24시간이 부족해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러나 그녀는 안타깝게도 곧 예정되어 있는 영국의 8차 긴축 재정이 공공예산이나 세액공제를 통한 삭감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삭감이 진행되면 2020년까지 37%의 아동을 키우는 가정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일의 미래를 둘러싼 대화를 하고, 합의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나요? 누구를 중심에 두고 일의 미래를 합의해야 하나요? 우리의 일의 미래에 빈곤층은 존재하나요?"

그녀는 바람과는 달리 사회가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겨레 미래경제 포럼 독일 지멘스 부사장 세드리크 나이케 "우리는 AI와 공존할 수 있습니다." ⓒ 한인정


[기조연설 3] AI? 인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발제자가 마지막 연사로 나섰다. 세드리크 나이케(독일 지멘스사 그룹 부회장)는 앞선 발제자들과는 조금 다른 이견을 표했다.

"제조업의 미래에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일각에서 비극적지만, 저는 그것이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진보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항상 상존했습니다. 19세기의 러다이트 운동이 단적인 예입니다."

그는 지멘스사의 예를 들었다. 독일 암베르크 공장에는 자동화 로봇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25년 간 고용률을 줄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은 1000%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될 수 있었는가. 그는 4차 산업혁명 이전에 무엇이 새로워 졌는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고객들은 다양화된, 개인화된 상품을 원합니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경우가 된거죠. 그리고 그 고객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것은 AI가 아닙니다. 인간의 창의력과 분석력이 여전히 필요로 합니다."

그는 앞서 발제자들이 지적한데로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영역에서 압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AI가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작업하고,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한 불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블루칼라만을 위협했던 산업혁명이 화이트칼라에도 동일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는 34%의 화이트칼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앞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확신합니다. 디지털 변혁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은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재교육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화이트 칼라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멘스에서는 2-3년 만에 교육만 하면 최고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스스로를 낙관주의자로 정의하는 지멘스사의 세드리크 나이케씨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멘스의 발전이 곧 고용이며, 국가의 발전이고, 개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외쳤다. "로봇아 비켜라" 할 것이 아니라, 로봇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국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하고자 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