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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중환자실 준비물, 병원 측에서 준비하면 안 될까

울며겨자먹기로 특정회사 물품 구매해야

등록|2017.11.27 14:29 수정|2017.11.27 14:29

▲ ⓒ 김학용


▲ ⓒ 김학용


▲ ⓒ 김학용


가족 중의 한 분이 급하게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곳은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곳으로 응급환자 전용 중환자실이다. 환자의 생과 사가 갈리는 곳이라 한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모르니 보호자들은 초조하게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자리를 떠날 수도 없다.

환자가 들어가니 잠시 후 간호사가 보호자를 부른다.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구입할 물품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진료과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안내문에 적힌 기본 준비물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크리넥스 1통, 물티슈 2통, 일회용 장갑 2통, 언더패드 2통, 디펜드 2개, 스폰지 베개 5개, 종이컵 1줄, 수건 2장. 백조 기저귀 1통, 소변기...'

가뜩이나 초조한 보호자에게 병원 측에서 요구하는 준비물은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하지만. 급하게 입원을 하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보호자에게는 그저 난감할 뿐이다. 특히 준비물로 명시한 '크리넥스(티슈)'와 '디펜드(성인 기저귀)', '백조 기저귀' 등은 특정 회사의 생활용품 브랜드로 선택권까지 제한하고 있다.

'크리넥스'는 티슈(뽑아 쓰는 화장지)를 지칭하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어찌 됐든 특정 회사의 상표이고, '디펜드'의 경우에도 주로 요실금을 앓는 환자들이 쓰는 특정 회사의 성인용 기저귀 대표 브랜드다. 그런데 이를 '티슈'나 '성인용 기저귀'로 표기하지 않았으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 내에 있는 지정 의료기상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위생용품 몇 가지만 사는데도 5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지출됐다. 중환자실에 들어간 가족은 그곳에서 48시간도 채 보내지 못했는데, 보호자가 넣어준 그 많은 물품을 다 쓰긴 한 걸까.

지역거점 국립병원이라면 다른 병원과 환자와 보호자를 응대하는 서비스 역시 달라야 한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응급센터 중환자실이라면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병원 측에서 먼저 의료보험 대상 물품으로 먼저 청구하여 사용한 다음 치료비에 함께 포함하는 방법은 없는가? 꼭 입원 준비물을 보호자가 구매해야 한다면, 특정 브랜드를 안내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국립대 권역별 거점 응급병원이 환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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