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둑해진 길이었다. 도서관을 나와 골목 길에서 대로변 모퉁이를 도는데 과일을 실은 트럭 한 대가 서있다. 거의 팔렸는지 트럭엔?과일이 별로 없다. 그래도 사과는 많이 남았다. 한봉지 살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과일 장수가 큰 소리로 외친다.
▲ ⓒ 김인철
"사과가 10개에 천원! 떨이에요. 떨이"
나는 순간 가던 길을 멈췄다. 본능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가만있자, 사과가 10개에 천원이면 1개에 100원. '이거 레알 실화냐? 우와 무지 싼 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신선한 과일을 넣어 본 지도 까마득했다. 가던 길을 돌려 트럭 쪽으로 향했다.
"10개에 사천원요"
엥, 사...사천 원요. 그럼 그렇지. 배가 고파서 사천원을 천 원으로 잘못 들은 모양이다. 그래도 10개에 사천원이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사과 10개 주세요"
"옙"
과일장수가 콧노래를 부르며 사과를 검은 봉지에 하나씩 담고 있는데 아가씨 한 명이 오더니 과일장수에게 사과의 가격을 묻는다.
"아저씨, 이 사과 얼마에요?"
"10개에 사천원이에요"
"네?"
머리가 긴 여자는 뭔가 무지 많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두세 번 갸웃거리더니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감 하나는 보너스입니다"
과일 장수는 큰 선심이라도 쓰듯 작은 감 하나를 검은 봉지에 쿡 쑤셔넣었다.
"감사합니다"
지갑에서 천원짜리 네 장을 건네고 한 손에 사과봉지를 들고서 가던 길을 다시 가는데 한 이십 미터쯤 갔을까. 과일장수는 사람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사과가 10개에 천원. 떨이에요. 떨이"
나 방금 과일장수한테 낚인 거 레알 실화냐??다시 가서 따지기도 뭐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한입 베어 물었더니 새콤달콤 맛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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