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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잃은 아쉬움 민병헌으로 달랜 롯데, 우승은?

민병헌과 4년 80억 계약한 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 공백은 큰 부담

등록|2017.11.29 10:54 수정|2017.11.29 10:54

롯데, 민병헌 선수와 FA 계약롯데 자이언츠가 프리에이전트(FA) 민병헌 선수와 4년 총액 80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전했다. 사진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 ⓒ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2017 자유계약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등극했다. 롯데는 28일 "자유계약선수(FA) 민병헌과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민병헌은 지난 2006년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이래 올해까지 1군에서 11시즌 통산 1096경기 타율 2할9푼9리 933안타 71홈런 444타점 578득점 156도루 284볼넷 284삼진 출루율 3할6푼5리 장타율 4할3푼 OPS .810을 기록 중이다. 장타력을 갖춘 리드오프로서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도 민병헌의 강점이다.

롯데로서는 지난 26일 내부 FA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과 4년 98억 원 규모의 재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또 한 번의 대형 계약이다. 이로서 롯데는 간판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놓친 아쉬움을 다소나마 떨쳐내고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당초 롯데의 이번 FA 시장 최대 과제는 강민호-손아섭의 잔류였다. 하지만 강민호가 지난 21일 예상을 깨고 삼성과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하며 팀을 떠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묘하게 흘렀다. '어떻게 프랜차이즈스타를 놓칠 수 있냐'는 팬들의 원성과 함께 당장 '핵심 포수의 이탈로 롯데의 다음 시즌 전망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발빠른 후속대응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던 손아섭을 잔류시키며 한숨 돌렸고, 내친김에 민병헌까지 영입하며 강민호가 빠진 중심 타선의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당초 기대했던 플랜A는 아니었지만 차선의 플랜B를 완성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단연 국가대표급이라고 해도 손색 없는 롯데 외야진

이로써 손아섭-전준우에 민병헌까지 가세한 롯데의 외야진은 단연 국가대표급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다. 세 선수 모두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가 가능한 호타준족형인데다 나이도 30대 초반으로 야구선수로서는 전성기에 돌입할 시기다. 특히 민병헌은 2015~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의 주역으로서 롯데에 부족한 우승 DNA를 더해줄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롯데는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라인업이었지만 약점이 많은 팀이었다. 이대호-최준석의 중심타선은 파괴력은 있지만 발이 느려서 '병살타 공장'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 어디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민병헌의 가세는 이런 약점을 보완해줄뿐만 아니라 4번타자 이대호의 폭발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플러스 효과가 예상된다. 손아섭은 우익수, 전준우는 중견수에 특화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민병헌은 중앙과 코너 외야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중견수와 우익수에 비하여 좌익수 경험은 많지 않다는 게 약간 걸림돌이지만 롯데의 외야 구성상 현재로서는 민병헌이 선발 좌익수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여기에 김문호, 박헌도, 이병규, 나경민 등 풍부한 백업 외야진까지 구축하며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롯데와 두산은 묘하게도 주축 선수들의 FA 이적으로 인한 인연이 깊다. 두산의 프랜차이즈스타 이미지가 강한 홍성흔은 2009년 FA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한 뒤 4시즌을 활약하면서 주장까지 역임했고 야구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부산에서 보낸 '부전드'로 등극했다. 롯데의 프랜차이즈스타였던 장원준은 2015년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후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하며 우승청부사로 등극했다. 민병헌이 홍성흔-장원준의 뒤를 잇는 FA 모범생의 계보에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하여 성적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올해만도 내부 FA 문규현(10억)과 손아섭을 비롯하여 민병헌까지 FA에 투자한 금액만 공식적으로 188억 원에 이른다. 아직 협상이 진행중인 내부 FA 최준석-이우민까지 잔류시킨다면 200억 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이는 2015년 한화의 191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FA 단일 시즌 구단 최고액이 된다.

일시적인 투자가 아니다. 롯데는 2015년 겨울 불펜 보강을 위하여 마무리 손승락을 4년 60억, 윤길현을 4년 38억 원에 영입한 것을 비롯하여, 내부 FA 송승준도 4년 40억 원에 잔류시키며 FA시장에 총 138억 원을 썼다. 2017시즌을 앞두고서는 KBO무대로 복귀한 이대호에 FA 역대 최고액인 4년 150억 원을 안겼다. 3년간 롯데가 FA시장에 쏟아부은 금액만 476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17시즌 5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꾸준한 투자가 낳은 결실 중 하나였다.

물론 이 정도 비용을 투자한 롯데의 야심이 단순히 가을야구 진출에서 만족할 리는 없다. 내친김에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KBO 역대 최장기간인 25년째 이어지고있는 무관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강민호가 빠진 주전 포수의 공백은 여전히 큰 부담

하지만 롯데가 과연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인지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린다. 엄청난 투자 금액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와 달리, 손아섭-문규현은 기존 전력의 잔류인만큼 플러스 효과라고는 할 수 없다. 올겨울 실질적인 외부 영입은 아직까지 민병헌 한 명뿐이다. 정작 강민호가 빠진 주전 포수의 공백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롯데가 만일 강민호를 잡았을 경우 민병헌과 손아섭 두 외야수까지 한꺼번에 잡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강민호를 잃은 대신 민병헌을 영입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병헌은 올해 123경기 타율 3할4리 14홈런 71타점 73득점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130경기 타율 2할8푼5리 22홈런 68타점 62득점을 올렸다. 단순히 기록으로 비교하면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민병헌이 강민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 외야 수비와 주루에서도 더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전 포수가 전반적인 팀수비와 마운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강민호의 공백을 민병헌으로 대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강민호는 올해 10개 구단 포수 중 최다 수비이닝(1032.2이닝)을 소화했다. 그만큼 롯데의 백업 포수진이 약하기도 했지만 강민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투수리드와 내야수비의 안정감이 달라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공격형 포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 받은 측면이 있지만 도루저지율이 최근 4년 평균 31%로 리그 평균보다 높았고 뛰어난 견제능력에 최고의 내구성까지 갖췄다.

삼성에서 강민호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유망주 나원탁을 비롯하여 김사훈, 나종덕, 안중열 등이 강민호의 공백을 메울 포수 후보군들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자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내년 주전 포수로 내세울 만한 카드는 확실하지 않다. 이점은 다음 시즌 롯데의 가장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대호, 손승락, 송승준, 최준석 등 롯데의 핵심을 이루는 주전급 선수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유능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이들을 대체할 만한 자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로서는 이들의 전성기가 지나기 전에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롯데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겨우 5강 언저리에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더 큰 결실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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