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세 아들과 오른 뒷산 기행

등록|2017.12.04 10:35 수정|2017.12.04 10:35

▲ ⓒ 황주찬


▲ ⓒ 황주찬


▲ ⓒ 황주찬


▲ ⓒ 황주찬


▲ ⓒ 황주찬


3일 오후, 날씨가 좋다. 세 아들과 뒷산에 올랐다. 큰애와 둘째는 자전거로 동행했다. 두 녀석은 경사 심한 곳도 잘 올랐다. 둘째는 힘든 모양인데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정상까지 못 올라갔다. 둘째가 자전거로 정상까지 오르기엔 너무 벅찬 길이었다. 큰애와 둘째는 산중턱에서 자전거 핸들을 꺾어 환호성을 지르며 아래로 내달렸다.

헌데, 잠시 뒤 쏜살같이 내려갔던 큰애가 허겁지겁 산을 되짚어 올라왔다. 산 중턱에 윗옷을 두고 왔단다. 자전거는 산 아래 두고 걸어 올라온 큰애 모습이 마치 패잔병 같았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큰애 산만한 행동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 입었던 옷을 산에 두고 온 모습은 이해불가다.

투덜거리며 산에 오르는 큰애 불러 세워 핀잔주려다 침 한번 삼키고 관뒀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좋아야 한다. 단, 고생은 내 몫이다.

나는 큰애를 또다시 산 아래로 내려보낸 뒤 겉옷 가지러 되짚어 산을 올랐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 무게만큼 큰애의 경솔함이 미웠다. 하지만 산을 내려 오며 마음을 다잡았다.

큰애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 되돌아 보니, 세 아들과 즐겁게 산행한 기억이 희미하다. 그만큼 아이들과 가깝게 지낸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 '곱빼기 산행'은 그동안 아이들 내팽개치고 놀러 다닌 벌이다. 세 아들이 내린 벌치고는 가벼워 그나마 다행이다.

겨울은 점점 깊어가는데 여수 구봉산은 가을 기운이 여전하다. 혹여, 단풍 구경 놓친 분들 계시면 여수로 오시라. 여수는 여전히 붉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