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파업과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알게 해준 것
'팔기 쉽게' 잘 쪼개자, 철도 민영화의 시작
"요금 내려라" "시간 좀 지키자" "청소 잘하자."
2012년 12월 영국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s)이 페이스북을 통해 야심차게 준비한 「더 나은 철도서비스를 위한 고객 제안」에 쏟아진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1992년 4월 영국총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보수당이 승리하자 존 메이저 수상은 자신의 핵심공약인 철도민영화를 강행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회자되는 영국철도 민영화는 철도산업의 최대장점인 통합성을 파괴하는 '쪼개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기반시설과 운영의 분리는 물론 운영부문도 가능한 모든 것을 '팔기 쉽게' 잘게 쪼갰습니다. '철도산업에 무지한 자본가들에게 큰 돈 들이지 않더라도 철도회사를 운영할 자유를 주자!' 창시자 대처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는 신자유주의 주술을 외웠습니다. 공공독점지옥, 시장경쟁천국.
훗날 "시민들은 알지 못하는 복잡한 계약들로 이뤄졌지만 결국 납세자 돈을 빼내어 민간 주주 호주머니를 채우는" 방식으로 평가된 철도 프랜차이즈는 통신, 항공, 가스, 전기, 수도, 철강, 석탄 등 영국 공공부문 민영화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노선별 25개로 쪼개진 여객회사 경우 적자(날 수밖에 없는)노선에는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각종 특혜들이 주어졌고, 한국의 수서KTX처럼 수익(낼 수밖에 없는)노선에는 입찰경쟁(사실상 정치적 로비)이 치열했습니다.
버진트레인은 런던과 멘체스터를 연결하는 황금노선 운영권을 낙찰 받은 민영화 최대수혜자입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차량정비를 아웃소싱하고, 다양한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시간대와 발권시기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사실상 요금인상은폐)입니다. 만약 급한 사정으로 예약 없이 역으로 갔다가는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시장경쟁과 혁신경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민영철도회사의 제안에 대해 네티즌들은 더 나은 철도란 저렴한 요금과 안전하고 친환경적 공공철도라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입니다.
이익의 사유화, 전형적인 민영화 재앙
그런데 이와 같은 일들이 한국에서도 벌어졌으니 오늘로서 파업5일째를 이어나가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입니다. 3조원의 총사업비 16.3%만 투자하고 무려 30년간(버진트레인은 15년)운영권을 가진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운영을 서울9호선운영(주)에 위탁했고 서울9호선운영(주)는 차량정비를 메인트랜스(주)에 다시 위탁합니다.
복잡한 계약만큼 내부거래비용은 증가하고 10량이나 8량 기본인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의 절반인 4량 편성 열차 투입으로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높은 혼잡도로 불편한 만큼 기관사들은 반복운전으로 피로도가 급증합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전형적인 민영화 재앙입니다.
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내려졌을 때 파리바게뜨 본사와 경총 등 재계는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을 모르는 반자본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봉건사회 지주와 농노를 매개하던 마름의 중간착취는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소멸했습니다. 이윤이 있는 곳에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자본주의사회가 유지되듯이 복잡한 계약으로 위장된 프랜차이즈와 아웃소싱, 불법파견이야말로 반(反)자본주의적 방식입니다.
파라바게뜨 노동자들 투쟁이 '일하는 사람. 우리 모두는 노동자'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해줬다면 서울지하철9호선 노동자들 투쟁은 신자유주의 적폐, 우리사회 야만의 기원을 찾게 해줬습니다. 신자유주의 광풍 20년을 맞이하는 이번 겨울 투쟁하는 청년 노동자들과 연대해야할 또 하나 분명한 이유입니다.
2012년 12월 영국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s)이 페이스북을 통해 야심차게 준비한 「더 나은 철도서비스를 위한 고객 제안」에 쏟아진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1992년 4월 영국총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보수당이 승리하자 존 메이저 수상은 자신의 핵심공약인 철도민영화를 강행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회자되는 영국철도 민영화는 철도산업의 최대장점인 통합성을 파괴하는 '쪼개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기반시설과 운영의 분리는 물론 운영부문도 가능한 모든 것을 '팔기 쉽게' 잘게 쪼갰습니다. '철도산업에 무지한 자본가들에게 큰 돈 들이지 않더라도 철도회사를 운영할 자유를 주자!' 창시자 대처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는 신자유주의 주술을 외웠습니다. 공공독점지옥, 시장경쟁천국.
훗날 "시민들은 알지 못하는 복잡한 계약들로 이뤄졌지만 결국 납세자 돈을 빼내어 민간 주주 호주머니를 채우는" 방식으로 평가된 철도 프랜차이즈는 통신, 항공, 가스, 전기, 수도, 철강, 석탄 등 영국 공공부문 민영화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노선별 25개로 쪼개진 여객회사 경우 적자(날 수밖에 없는)노선에는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각종 특혜들이 주어졌고, 한국의 수서KTX처럼 수익(낼 수밖에 없는)노선에는 입찰경쟁(사실상 정치적 로비)이 치열했습니다.
버진트레인은 런던과 멘체스터를 연결하는 황금노선 운영권을 낙찰 받은 민영화 최대수혜자입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차량정비를 아웃소싱하고, 다양한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시간대와 발권시기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사실상 요금인상은폐)입니다. 만약 급한 사정으로 예약 없이 역으로 갔다가는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시장경쟁과 혁신경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민영철도회사의 제안에 대해 네티즌들은 더 나은 철도란 저렴한 요금과 안전하고 친환경적 공공철도라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입니다.
이익의 사유화, 전형적인 민영화 재앙
▲ 9호선 총파업 출정식30일 오전 서울시청 옆에서 열린 9호선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들이 한국에서도 벌어졌으니 오늘로서 파업5일째를 이어나가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입니다. 3조원의 총사업비 16.3%만 투자하고 무려 30년간(버진트레인은 15년)운영권을 가진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운영을 서울9호선운영(주)에 위탁했고 서울9호선운영(주)는 차량정비를 메인트랜스(주)에 다시 위탁합니다.
복잡한 계약만큼 내부거래비용은 증가하고 10량이나 8량 기본인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의 절반인 4량 편성 열차 투입으로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높은 혼잡도로 불편한 만큼 기관사들은 반복운전으로 피로도가 급증합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전형적인 민영화 재앙입니다.
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내려졌을 때 파리바게뜨 본사와 경총 등 재계는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을 모르는 반자본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봉건사회 지주와 농노를 매개하던 마름의 중간착취는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소멸했습니다. 이윤이 있는 곳에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자본주의사회가 유지되듯이 복잡한 계약으로 위장된 프랜차이즈와 아웃소싱, 불법파견이야말로 반(反)자본주의적 방식입니다.
파라바게뜨 노동자들 투쟁이 '일하는 사람. 우리 모두는 노동자'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해줬다면 서울지하철9호선 노동자들 투쟁은 신자유주의 적폐, 우리사회 야만의 기원을 찾게 해줬습니다. 신자유주의 광풍 20년을 맞이하는 이번 겨울 투쟁하는 청년 노동자들과 연대해야할 또 하나 분명한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영훈(정의당 노동본부장. 전 민주노총 위원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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