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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힌 겨울, 새들에게는 투쟁의 계절

[포토에세이] 삶은 벽장 속의 명사가 아니라 벌판의 동사입니다

등록|2017.12.11 15:00 수정|2017.12.11 15:00

▲ 눈속의 하늘을 나는 새 ⓒ 이안수


파주 헤이리에 세 번째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밤, 늦게 잠자리에 들 때도
밖은 가로등 아래 요요하기만 했었습니다.
 
아침, 블라인드를 올리자 온통 하얬습니다.
도둑눈이었습니다.
 
여전히 포슬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길을 나섰습니다.
숫눈과 눈꽃이 나를 반겼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치우느라 바쁘고
새들은 먹이를 찾느라 바쁩니다.
 
딱따구리는 나무껍질을 쪼고
참새들은 잡목을 흔듭니다.
 

▲ 참새들의 먹이찾기 ⓒ 이안수


모든 것이 덮여버린 흰 세상.
 
새들에게 눈은 탐닉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상대입니다.
 
눈의 하루는 관조의 날이 아니라
살아남는 일이 중요합니다.

▲ 까치는 어디에서 먹이를 찾을 지를 궁리중 ⓒ 이안수


가지 끝의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나를 노려봅니다.
 
삶은 벽장 속의 명사가 아니라 벌판의 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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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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