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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시민단체 활동가들... 현실 정치의 벽 넘을까?

가난한 활동가들 걷고, 만나고, 대화하고, 돈 안드는 선거 준비

등록|2017.12.14 15:14 수정|2017.12.14 15:14

▲ 2018 지방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일부 충남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일반 활동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이재환


지방에는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인건비를 받으면서도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많다. 딱히 자본과 조직력도 없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경우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에 가깝다. 가족의 반대는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시민운동가도 현실 정치를 할 수 있다"라는 꿈을 갖게 했다. 하지만 지방은 향우회나 동문회 등 정당과 정치 이념을 떠나 '아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정치에는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충남의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2018 지방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13일 내포신도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일반 활동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에는 아산 시장으로 출마할 뜻을 밝힌 전성환(전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전 아산YMCA사무총장), 예산 군수 출마 의사를 밝힌 김영우(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충남도의회 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인 이정일(태안참여자치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비록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들 활동가들이 출사표를 던진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전성환 전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은 "문화산업진흥원장을 지내면서 행정 권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예산의 효율적인 분배 측면에서도 지방자치 단체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아산 시장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성환 전 원장은 내년 지방 선거와 관련해 "2018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는 연장선상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동문회, 향우회 등 지역 개발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른 투표 성향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본과 조직력이 부족한 활동가들에게 지역주민과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정일 태안참여자치연구소장은 "태안은 유권자의 30~40%가 고령"이라며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언어를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예 발로 뛰는 경우도 있다. 김영우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걸어서 예산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대술, 신양, 삽교, 고덕 등 예산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일손도 돕고 주민들과 대화도 나누고 있다. 

김영우 사무국장은 "머리가 아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며 "소속정당의 경선에서조차 떨어질 확률도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걸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짠'했을까. 시민단체 활동가 A씨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활동가들은 혼자서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일 때가 많다"며 "시민단체들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들을 적극 도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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