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과연 '피난갱' 표현이 최선입니까?
'비상대피통로'가 더 쉽고 이해가 빠르다
▲ ⓒ 김학용
▲ ⓒ 김학용
▲ ⓒ 김학용
고창담양고속도로의 한 터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전광판에 이런 안내문이 번쩍인다.
"터널 화재 시 소화전, 피난갱 이용"
아마도 여기서 지칭하는 '갱(坑)'은 사전적 의미로 '(광물 등을 파내기 위해) 땅속을 파 들어간 굴이나 굴 안에 뚫어 놓은 길'을 이르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피난갱'이라는 이 단어를 잠깐 스치는 몇 초 사이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도로 터널 방재시설 지침을 찾아보니, 피난갱은 화재 발생 때에 터널 안의 운전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비상통로다. 이와 같은 피난 대피시설은 또 있다. 터널 내 사고 때 안전한 구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시설로는 피난갱 이외에도 피난연락갱이나 피난대피소 등이 있다.
피난연락갱은 본선 터널과 병설된 상대 터널이나 본선과 평행한 피난갱을 연결하는 통로이며, 피난갱은 본선 터널과는 별도로 설치하여 화재 발생 때 운전자를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통로다. 둘 다 화재 발생 때 피난 대피를 위한 주요한 비상통로다.
현행 관련법 상 1000m 이상의 터널은 화재 시 공기 환기와 연기 제거 기능을 하는 '제트팬'과 상하행선 터널을 서로 연결하는 '피난갱'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난갱은 일반적으로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재 시 터널 내부가 순식간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이 피난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을 통해 터널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과 대인용으로 구분된다.
터널 안에서 사고나 차량결함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차량을 갓길이나 비상 주차대에 세우고, 엔진을 끈 다음 키를 그대로 둔 채로 차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나 터널 안의 긴급전화를 이용해 신고하고, 터널 밖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초기 화재 발생 시 진화가 가능하면 터널 안의 소화전을 이용할 수 있지만, 화재가 커진 경우에는 먼저 대피부터 해야 한다. 이때 연기 반대 방향의 터널 밖으로 이동하거나 비상대피통로를 통해 옆 터널로 대피한다.
전광판에 번쩍이는 '피난갱'이라는 표현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오히려 '비상대피통로'나 '반대편 차선 연결통로'가 더 와 닿는다. 유럽에서는 'Cross Passage'(교차통로, 횡단통로)라는 표현을 쓴다. 쉽고 이해가 빠른 단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다. 대책 없는 축약어나 한자어가 능사는 아니다.
"터널 내 화재 시 반대편으로 대피하는 비상통로를 이용하세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