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비어천가' 부르던 언론, '문재인 지지자 일베 닮았다?'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 방중 보도와 비교해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사드로 인한 경제적 보복 철회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인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이라는 가슴 아픈 일도 벌어졌습니다. 한국 기자 폭행 사건으로 기자들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많은 설전이 오고 갔습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 '언론의 문재인 홀대론'이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박근혜 정권 때와 비교해봤습니다.
'신문 1면 보도에서 드러난 의도적인 폄하'
박근혜씨가 2013년 중국을 방문했던 6월 29일 신문 1면과 2017년 12월 15일의 지면을 비교해봤습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씨와 시진핑 주석이 마주 보면서 선물 교환을 하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12월 15일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식을 마치고 떠나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진만 보면 마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일보>는 2013년 6월 29일에는 박근혜씨와 시진핑 주석이 악수를 하는 사진을 2017년 12월 15일에는 중국인 경호원에 폭행당한 한국 기자의 사진을 1면에 배치했습니다. 신문 지면 1면 사진은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한국일보>는 한국 기자 폭행을 더 중요하게 보도한 셈입니다.
<매일경제>는 박근혜씨 방중 때는 '박 대통령, 한 중 기업인들과 세일즈 외교, 중국 내수시장 개척 정부가 적극 지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선물 교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한국경제>도 '중국 내수시장 적극 진출하자'라는 제목으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씨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 <매일경제>는 폭행당한 기자를 병문안 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롯데 사드 피해 2조, 기업에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기업 피해 사례를 1면에 보도했습니다. 마치 박근혜씨 방중은 기업을 위한 외교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 방중은 기업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인용, '박근혜 방중은 성공, 문재인 방중은 실패?'
2013년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근혜씨 방중을 '중국 서열이 총출동한 호의를 보여줬다'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중 삼각협력체제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외교적 업적이 분명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서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었다'라며 '한국은 미국 입장에선 배신자, 중국 입장에선 기회주의자로 비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진영 교수는 '잘못된 외교를 계속해 나갈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의 말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실패자로 규정하면 그 말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서 교수의 입을 빌려 나온 것이 아닐까요?
같은 기자, 그러나 정권에 따라 전혀 다른 보도
2015년 한국일보 김광수 기자는 '한중 국방 핫라인 가동도 초읽기'라는 제목으로 '핫라인은 북한의 군사위협을 놓고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상징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김 기자는 <핫라인? 수화기 안 들면 그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를 저장해도 스팸으로 돌리거나, 착신을 전환하거나, 아예 수화기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왜 그럴까? 전화 받기가 귀찮고 성가시기 때문이다"라며 핫라인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보입니다.
김광수 기자의 기사는 이후 <[뒤끝뉴스] 한중 핫라인 개설, 갈 길이 멀다>라는 제목으로 수정됐습니다. 기사 내용도 아래와 같이 수정됐습니다.
<수정 전>
그런데도 기존 라인부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상간 핫라인을 또 만들겠다니 한편으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아빠가 기껏 사다 준 네발 자전거를 창고에 처박아 놓고는 두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비겠다는 철부지 아이와 영락없이 닮았다.
<수정 후>
그런데도 기존 라인부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상간 핫라인을 또 만들겠다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는 패션 외교에 네티즌 반응까지 보도, 문재인 지지자는 일베 닮았다?
2013년 6월 29일 <매일경제>는 박근혜씨의 방중을 많은 지면을 통해 중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패션외교, 노랑, 황금색.. 중국인 사로잡고 품격도 살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씨의 패션외교를 칭송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박씨의 방중이 중국에서 연일 화제라며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박근혜라는 단어가 검색순위 14위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은 전혀 달랐습니다. '중국경호원 기자 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기자가 폭행당할 때 김정숙 여사는 중국인들의 환심을 사기 바빴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유승호 기자는 '중 공안에 기자가 맞을 짓 했다. 극성 문 지지자들, 어느나라 국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베를 닮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기자의 폭행으로 한국 언론사와 기자들이 분노하고 있음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문재인 지지자들이 기자의 폭행에 냉소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는 공익적인 보도를 위해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MB와 박근혜 정권 때 기자들이 작성했던 기사들은 '공익'이 아닌 권력자의 '사익'을 위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박비어천가'와 같은 기사가 아니라 '진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 '언론의 문재인 홀대론'이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박근혜 정권 때와 비교해봤습니다.
'신문 1면 보도에서 드러난 의도적인 폄하'
▲ 박근혜씨가 방중했던 2013년 6월 29일 조선일보,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1면과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했던 2017년 12월 15일 1면 ⓒ 임병도
박근혜씨가 2013년 중국을 방문했던 6월 29일 신문 1면과 2017년 12월 15일의 지면을 비교해봤습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씨와 시진핑 주석이 마주 보면서 선물 교환을 하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12월 15일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식을 마치고 떠나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진만 보면 마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일보>는 2013년 6월 29일에는 박근혜씨와 시진핑 주석이 악수를 하는 사진을 2017년 12월 15일에는 중국인 경호원에 폭행당한 한국 기자의 사진을 1면에 배치했습니다. 신문 지면 1면 사진은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한국일보>는 한국 기자 폭행을 더 중요하게 보도한 셈입니다.
<매일경제>는 박근혜씨 방중 때는 '박 대통령, 한 중 기업인들과 세일즈 외교, 중국 내수시장 개척 정부가 적극 지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선물 교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한국경제>도 '중국 내수시장 적극 진출하자'라는 제목으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씨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 <매일경제>는 폭행당한 기자를 병문안 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롯데 사드 피해 2조, 기업에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기업 피해 사례를 1면에 보도했습니다. 마치 박근혜씨 방중은 기업을 위한 외교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 방중은 기업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인용, '박근혜 방중은 성공, 문재인 방중은 실패?'
▲ 고려대 서진영 교수가 2013년 박근혜 방중 성과를 평가했던 한국경제 인터뷰와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평가한 2017년 12월 중앙선데이 ⓒ 임병도
2013년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근혜씨 방중을 '중국 서열이 총출동한 호의를 보여줬다'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중 삼각협력체제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외교적 업적이 분명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서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었다'라며 '한국은 미국 입장에선 배신자, 중국 입장에선 기회주의자로 비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진영 교수는 '잘못된 외교를 계속해 나갈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의 말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실패자로 규정하면 그 말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서 교수의 입을 빌려 나온 것이 아닐까요?
같은 기자, 그러나 정권에 따라 전혀 다른 보도
▲ 한국일보 김광수 기자가 2015년 핫라인과 관련해 보도한 기사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방중과 연관된 핫라인 기사. 김 기자의 기사 제목과 내용은 일부 수정됐다. ⓒ 임병도
2015년 한국일보 김광수 기자는 '한중 국방 핫라인 가동도 초읽기'라는 제목으로 '핫라인은 북한의 군사위협을 놓고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상징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김 기자는 <핫라인? 수화기 안 들면 그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를 저장해도 스팸으로 돌리거나, 착신을 전환하거나, 아예 수화기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왜 그럴까? 전화 받기가 귀찮고 성가시기 때문이다"라며 핫라인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보입니다.
김광수 기자의 기사는 이후 <[뒤끝뉴스] 한중 핫라인 개설, 갈 길이 멀다>라는 제목으로 수정됐습니다. 기사 내용도 아래와 같이 수정됐습니다.
<수정 전>
그런데도 기존 라인부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상간 핫라인을 또 만들겠다니 한편으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아빠가 기껏 사다 준 네발 자전거를 창고에 처박아 놓고는 두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비겠다는 철부지 아이와 영락없이 닮았다.
<수정 후>
그런데도 기존 라인부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상간 핫라인을 또 만들겠다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는 패션 외교에 네티즌 반응까지 보도, 문재인 지지자는 일베 닮았다?
▲ 2013년 박근혜 방중 때 매일경제는 패션 외교를 칭찬했으며 한국경제는 중국 네티즌들이 박근혜 관련 글을 올리고 검색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MBN은 한국 기자 폭행과 김정숙 여사를 연관시키는 뉴스를 보도했고,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일베를 닮아간다고 주장했다. ⓒ 임병도
2013년 6월 29일 <매일경제>는 박근혜씨의 방중을 많은 지면을 통해 중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패션외교, 노랑, 황금색.. 중국인 사로잡고 품격도 살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씨의 패션외교를 칭송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박씨의 방중이 중국에서 연일 화제라며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박근혜라는 단어가 검색순위 14위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은 전혀 달랐습니다. '중국경호원 기자 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기자가 폭행당할 때 김정숙 여사는 중국인들의 환심을 사기 바빴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유승호 기자는 '중 공안에 기자가 맞을 짓 했다. 극성 문 지지자들, 어느나라 국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베를 닮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기자의 폭행으로 한국 언론사와 기자들이 분노하고 있음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문재인 지지자들이 기자의 폭행에 냉소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는 공익적인 보도를 위해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MB와 박근혜 정권 때 기자들이 작성했던 기사들은 '공익'이 아닌 권력자의 '사익'을 위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박비어천가'와 같은 기사가 아니라 '진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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