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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맛은 정해진 게 아니다" 시골 마을 양조사의 도전

최도영씨 충남 공익활동 지원센터에서 수제 맥주 제조 활동 공유

등록|2017.12.18 16:23 수정|2017.12.18 16:23

▲ 18일 충남공익활동 지원센터에서 양조사 최도영씨가 수제 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재환


맥주는 현지의 특성을 담아 독특한 맛을 낼 수 있고, 제조자의 개성을 담아 실험적인 맛을 선보일 수 있는 술 중 하나이다. 적어도 수제 맥주의 세계에서는 비교적 다양 맛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평균 5도 정도의 도수를 지닌 맥주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가 높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알음알음 수제 맥주를 만들어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홍동에 살고 있는 양조사 최도영씨는 마을에서는 수제 맥주 전도사로 통한다. 18일 충남 공익활동 지원센터에는 공익활동 공유회가 열렸다.

최씨는 이날 3분가량의 비교적 짧은 발언을 통해 수제 맥주에 대한 그의 '철학'을 쏟아냈다. 최씨는 지난 6월 충남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마을에서 수제 맥주 만들기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최씨는 "맥주 맛에 스타일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 스타일에 맞춘 것만이 맥주 맛이라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맥주에 엿기름을 넣으면 맥주에서 막걸리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그것도 맥주 맛의 일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맛에 대한 평가와 선택은 제조자가 아닌 '마시는 사람'의 몫이다.

최씨는 "모든 술의 재료는 그 지방에서 나오는 특산물"이라며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는 보리와 밀을 이용해 술을 만들고, 중국에서는 수수로 고량주를 만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야말로 술의 가장 좋은 원료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씨는"맥주의 쓴맛을 내기 위해 홉 대신 민들레 뿌리나 환삼덩굴 꽃도 사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홉은 맥주의 쓴맛과 은은한 향을 담당한다. 민들레 뿌리의 쓴맛이 홉을 대체 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수제 맥주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수제 맥주 제조를 전통 보리 농업과 연결한다면 농가 수익에도 도움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보리는 지난 1990년대까지도 농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2년 보리 수매제가 전격 폐지되면서 보리의 수확량은 8만 톤 이하로 내려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보리 수매제가 폐지되기 직전인 지난 2010년부터 보리 수확량은 급감했다. 판로가 막힌 농민들이 보리 심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산 보리를 이용해 수제 맥주를 만들고 농업인과의 상생을 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농촌사업 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유기농업의 메카인 홍동에서 벌이고 있는 최도영 씨의 수제 맥주 제조 실험이 의미 있게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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