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문철
▲ ⓒ 유문철
눈 내리는 겨울은 절기를 따르는 농사꾼에겐 자연이 주는 휴가이자 방학이다.
험난한 농번기를 겪어내고 애써 거둔 농작물을 거두어 이리로 저리로 보내고 나면 한겨울 동안 닳고 닳은 몸을 다독인다.
농사꾼 아빠는 눈 내리는 날, 재 넘어 학교 다니는 한결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읍내 목욕탕 가는 날.
한겨울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데는 뜨끈한 목욕탕만 한 것이 없다. 아들 녀석과 물놀이도 하고 서로 때도 밀어주는 이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발그레하고 윤기나는 아이의 보드라운 손잡고 제법 값나가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칼질도 해 본다. 농사꾼 아빠가 큰맘먹고 한턱냈다. 그런데 농사꾼 아들도 시골 촌놈이긴 마찬가지.
"아빠, 이건 보긴 좋은데 맛이 이상해. 그리고 매워. 에이~ 못 먹겠다. 아빠가 다 먹어. 난 크림 수프가 좋아."
이런, 아들 주려던 무려 2만 5천원짜리 상하이 스테이크와 볶음밥을 내가 다 먹었다. 그래도 산골 집으로 돌아오는 농사꾼과 산골 아이는 행복하다.
풀 한 포기 없는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자동차 소음과 매연, 밀려오고 밀려가는 도시의 번잡함이 없는 달빛과 별빛 찬란한 고요한 시골집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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