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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구] 프랜차이즈 안 잡는 두산, 괜찮을까

[케이비리포트] 김현수-민병헌 떠나보낸 두산, 효울성만이 답은 아냐

등록|2017.12.20 16:55 수정|2017.12.20 16:55

▲ 민병헌에 이어 김현수 마저 이적한 두산 베어스 (출처: [야구카툰] 야알못 : '추상화' 두산, '초현실주의' LG 중)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FA 시장 개막 후 외야진의 리더 민병헌을 롯데로 떠나보냈던 두산에 더 큰 파도가 닥쳐왔다.

2년 전 팀에게 우승을 안기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던 김현수가 국내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복귀팀이 두산이 아닌 LG 트윈스라는 점. 김현수는 LG와 4년 총액 115억이라는 역대 2번째로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

민병헌에 이어 김현수까지 타구단에게 보내게 된 두산으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두산 팬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민병헌이 이적할 때만 해도 김현수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여겼지만 현실은 달랐다.

특히 김현수가 이적한 팀이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LG 트윈스라는 점이 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김현수의 경우 자신의 SNS를 통해 정중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잡음없이 떠났기에 두산 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난의 화살은 김현수 복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구단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 두산 베어스팬들에게 손편지로 작별인사를 남긴 김현수 (출처: 김현수 SNS) ⓒ 김현수


김현수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한층 인기가 많아진 두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김경문 감독시절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을 맛보았던 아쉬움의 순간에도 김현수는 항상 중심에 있었다.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2015년 감격의 순간에도 선수단의 중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김현수였다.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두산의 중심타선을 지키며 타격기계로 명성을 날린 김현수는 팬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2년 전 팀을 떠날 때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선수의 꿈을 존중해 박수로 보내준 것일 뿐 절대 김현수의 이적을 반겼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김현수가 매 경기 출장이 어려운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오고 싶어했다. 당연히 원 소속팀인 두산 복귀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두산은 적극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고 결국 김현수는 타선 강화가 시급한 LG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 2010년대 이후 두산 프랜차이즈들의 외부 이적 사례(사진제공=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 케이비리포트


두산의 주축 선수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민병헌과 김현수의 FA 이적 전에도 2014시즌을 앞두고 손시헌과 이종욱이 동시에 신생팀 NC로 이적을 한 기억도 있다.

사실 FA 제도가 시행된 이후 두산이 내부 FA를 잔류시킨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진필중, 박명환, 정수근, 심재학 등 2001년 두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우승을 달성했던 시절의 주역들은 모두 FA를 선언하고 두산을 떠났다. 2015년 14년 만의 우승 당시 팀에 남아있었던 2001년 멤버는 홍성흔 뿐이었다(홍성흔 역시 첫 FA에는 롯데로 이적했었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 시절 세대교체 주역이었던 이종욱, 손시헌, 김현수, 민병헌 역시 다른 구단과 FA 계약을 맺으며 팀을 떠나갔다.

문제는 내년 이후 또 거물급 내부 FA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김태형 감독과  왕조를 이끌었던 주역이자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나 판타스틱4의 중심인 장원준이 당장 내년에 FA 자격을 취득한다. 두산 팬들 중 다수는 양의지와 장원준의 잔류를 지레 걱정하고 있다.

두산은 KBO리그의 트렌드가 된 '자체 육성'을 통해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화수분야구라 표현되는 성공적인 선수 육성을 통해 10개구단 중 가장 두터운 야수층을 구축했다. 그 덕에 민병헌-김현수의 이적에도 불구하고 내년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야구단 운영은 효율성이 전부는 아니다. 내년 시즌 두산이 성적을 거둔다 해도 애정을 쏟았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번번히 떠나보내며 싸늘해진 팬심이 과거처럼 달궈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김현수-민병헌 같은 젊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팬들에게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팬들에게 자부심과 추억을 안겨주는 존재이고 단순 전력으로 봐도 뛰어난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들이다.

착실한 육성을 통해 강팀의 토대를 마련한 두산이 갑자기 하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와 개운치 않게 작별하는 현재의 기조가 이어진다면 과거처럼 뜨거운 팬들의 애정과 지지를 받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성공은 효율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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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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