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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열자 회천 모래톱 살아나고 새가 돌아왔다

낙동강 재자연화 가능성 보여준, 회천의 놀라운 변화

등록|2017.12.21 21:07 수정|2017.12.22 13:15
20일 낙동강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를 찾았다. 합천보의 수위는 20일 현재 해발 6.8미터다. 원래 합천보의 관리수위가 해발 10.5미터였으니 현재 정확히 3.7미터 수위가 내려갔다. 강물이 점점 빠지자 낙동강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 우곡교 하류에 드러난 넓은 모래톱과 습지. 반가운 변화가 찾아왔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구지 낙동강변에서도 거대한 모래톱이 되돌아와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낙동강은 곳곳에 모래톱과 습지가 드러나며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었다. 특히 우곡교 하류 좌안엔 드넓은 모래톱과 습지가 드러나면서 반가운 변화를 보이고 있었고, 조금 더 상류인 이노정 위의 좌우 양안으로도 넓은 모래톱이 형성되면서 큰 습지가 만들어져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들이 찾아왔다. 반가운 변화였다.

더 큰 변화는 지천에서 찾아왔다. 합천보 2km 상류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큰 지천인 회천은 낙동강의 수위가 내려가자 크게 변하고 있었다.

▲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의 수위가 올라가자 낙동강물이 역류해 지천인 회천의 수위도 동반 상승해 모래톱이 모두 물에 잠기고, 회천의 흐름도 사라져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낙동강 수위가 내려가자 회천의 수위도 동반 하강하면서 모래톱이 다시 되살아나면서 회천이 흐르고 있다. 재자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강 내성천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했던 회천은 4대강사업 후 들어선 합천보의 담수로 인해 강물이 회천으로 역류해 회천의 모래톱이 강물에 모두 잠긴 채, 흐름도 없는 강이 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합천보 수문 개방으로 회천으로 역류했던 강물이 빠지자 예전의 회천의 모습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수질분과원이자 인근 고령군 포2리가 고향인 곽상수 이장은 다음과 같이 회천을 회생했다.

"모래톱이 드넓고 그 모래톱과 물이 얕고 깨끗해 어린시절 회천에서 많이 놀았다. 재첩도 엄청 많았다. 재첩을 잡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을 다시 보니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 회천 모래톱에서 반가운 생명체를 만났다. 바로 재첩이다. 크기가 엄청 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랬다. 희고 깨끗했던 회천의 모래톱이 그대로 드러나며 '모래강 회천'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반갑고 아름답다. 그런데 그 모습이 사람만 좋은 것이 아닌 모양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와도 같은 모습의 회천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생명들이 찾고 있었다.

모래톱 돌아오고, 새들이 찾아오는 회천의 놀라운 변화

특히 강의 변화는 새들이 빨리 파악한다.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새들이 다시 되살아난 '모래강 회천'을 찾아왔다.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가 모래톱 위에 앉아 당당한 위용을 뽐내는가 하면 왜가리 한 마리는 자신의 주둥이보다 더 큰 잉어를 사냥해 한 입에 꿀꺽 삼키고 있다.

▲ 되돌아온 모래톱 위를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당당한 위용을 뽑내며 앉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왜가리는 얕아진 물길에서 자신의 주둥이보다 더 커보이는 잉어 한 마리를 사냥해 꿀꺽 삼키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물이 빠지자 얕아진 회천의 드넓은 모래톱 위를 고라니 한 마리가 쉽게 건너가더니 쏜살같이 내달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왜가리가 멋진 사냥을 즐기고 있는 사이 저 풀숲에서 부시럭하는 소리가 나더니 고라니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내달린다. 껑충껑충 뛰더니 이내 강을 건너 반대편 모래톱으로 달려간다. 동물들이 마음 놓고 건널 수 있는 강. 이것이 바로 원초적이고도 기본적인 강의 모습이다. 원래 우리 강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조금 상류로 올라가니 천연기념물 고니 가족도 회천을 찾아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리도 떼를 지어 회천을 찾아왔다. 강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었다.

▲ 천연기념물 고니 가족도 회천을 찾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오리도 떼로 찾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특히 회천의 큰 변화는 막혔던 흐름을 되찾았다는 데 있다. 회천이 드디어 흐르기 시작한 것. 되돌아온 드넓은 모래톱 위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난다. 비록 그동안 쌓였던 시꺼먼 뻘들이 곳곳에 뭍어나지만 그것도 곧 씻겨내려갈 것이고 그리 되면 이전의 깨끗한 모래톱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처럼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의 합수부에서 보여주는 변화는 크다. 이곳에서부터 낙동강 재자연화는 시작되는 것 같다. 4대강 보의 수문이 열릴수록 낙동강은 점점 이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보의 수문이 더 많이 열려야 하는 이유이고, 더 많은 보가 하루바삐 열려야 하는 까닭인 것이다. 

▲ 하얀 모래톱 위로 얕은 물길이 흘러가는, 이전의 회천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재자연화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모래톱이 훤히 비치며 맑은 강이 흐르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편 합천보는 21일부터 수위를 다시 내린다. 6.8미터에서 6.3미터까지 수위를 내린다고 한다. 강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 낙동강의 기분 좋은 변화가 또다시 시작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9년 동안 낙동강 4대강사업 현장을 기록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이 열리자 죽었던 강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낙동강 보가 하루빨리 철거돼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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