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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의도적으로 어린이집 지원예산을 누락했다고?

연령대별로 다른 지원 기준 등 검토 필요

등록|2017.12.21 16:25 수정|2017.12.21 16:25

▲ 12월초 충남도 의회. 일부 도민들이 충남도의회의 교육관련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이재환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폐회한 충남도 정례회의를 통해 교육 관련 예산 122억 원을 최종 삭감했다. 인권 관련 예산 마을 공동체 과련 사업 등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은 물론, 청소년노동인권 관련 예산조차 잘려 나갔다.

이런 가운데 예산삭감을 주도한 장기승 의원이 최근 충남도 내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도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식품비 지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장 의원은 "충남도가 사립유치원에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식품비를 지원하지만, 정작 어린이집 유아들에게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의 지적처럼 충남도는 어린이집에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산 지원의 형평성을 지적한 장 의원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라면서도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장기승 의원의 지적은 단지 비판을 위한 비판일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사립 61억 예산, 국공립과 형평성 맞추기 위한 것
장기승 "편중 지원 더하는 문제 지적했다"

충남도와 도교육청은 예산을 반반씩 부담하는 조건으로 오는 2018년부터 사립유치원에 61억 원의 식품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유아 1인당 일일 식비 1850원을 지원 받게 된다.   

충남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원아들에게 지원될 예정인 61억 원의 예산은 국공립유치원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은 원아들에게는 식비가 전액 지원되고 있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식비가 전액 지원되지 않고 있다. 61억 원의 예산은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인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해당 예산이 지닌 의미를 축소했다.

그렇다면 장 의원의 지적대로 충남도청은 어린이집에 있는 유아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을까. 충남도청 관계자는 "장기승 의원의 비판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어린이집의 경우 지원체계가 다른 0~2세와 3~5세 유아들이 혼합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0~2세 유아는 식비를 포함한 보육료가 전액 지원되는 반면 3~5세는 전액 지원이 안 된다"라며 "어린이집과 원아를 전수 조사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부득이하게 사립유치원부터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도가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기승 의원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예산 범위 내에서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유치원의 경우 보조금이나 지원금 혜택이 더 많다. 그쪽에만 지원을 더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은 "어린이집 지원 문제가 좀 더 복잡한 것은 잘 알고 있다"라며 "충남도가 다음에는 어린이집 지원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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