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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의 백기완 선생 시로 밝힌 촛불집회

촛불의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한 백기완 선생의 출정가

등록|2017.12.22 13:43 수정|2017.12.22 13:43
며칠 전 백기완 선생님의 시와 활동하시는 모습에 대해 소개했다. 1980년 12월 지으신 걸로 아는 시 '묏 비나리'는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식에 기념곡으로 제창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안 된다는 주장으로 맞섰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시다. 2008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기념곡으로 제창되어 왔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다시 기념곡으로 제창된다.

백기완지난 2017년 5월 1일 촛불집회에 대한 기록으로 광화문미술행동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100일간의 기록>전을 열었다. 이때 백기완 선생님께서 참석하셔서 전시된 촛불광장에 걸었던 <응답하라 1987 한 걸음 더 2017> 현수막에 <노동미학 해방의 미학>이란 서명을 남기셨다. ⓒ 정덕수


기왕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전에 <광장에서 불쌈꾼 백기완 선생과 함께 한 163일!>에 소개했던 묏 비나리에서는 "    "로 표시를 해 두긴 했으나 그 부분만을 먼저 원본 그대로 만나보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시와 노래가 느낌은 같지만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도 많으리라. 노랫말은 약간의 편집이 가해진 뒤 악보에 맞춰지다보니 원작시 그대로를 노랫말로 쓰지 못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제 익히 아는 노래로 눈에 쏙 들어오리라. 조금 다르게 편집이 되었어도 여전히 그 감동은 살아있다. 백기완 선생의 뜨거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말이다.

바로 이 시를 쓰셨던 백기완 선생님께서 지난 촛불정국에서 여러 편의 시를 촛불시민들에게 전하셨다. 먼저 "왜 촛불을 들었느냐"란 질문들을 받았을 때 답변으로 딱 맞는 시부터 소개한다.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앞만 밝히자는 게 아니다
죽을죄를 짓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없는
저 뻔뻔한 박근혜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의
극한까지 넘어선 끔찍한 범죄꾼이란 걸
우리 온 세계에 선언하자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비록 길거리에 섰으나
어떤 것이 사람이요
어떤 것이 참이며
어떤 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란 걸
이 하늘땅에 나부기는 깃발이 되자

그렇다. 그 희망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박근혜와 그 부패의 뿌리를 발칵 갈아엎어야 한다
하지만 이 썩은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사람만 바꾸자는 건 우리가 겪어온 것처럼
새시뻘건 사기 협작이다

촛불이여 그 무엇도 믿질 말자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촛불만 믿자
제 몸을 태워 거짓과 참을 바꾸고
세상과 역사를 왕창 바꾸는 촛불만 믿자

우리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말자
맨손 맨몸으로 나왔으되 길 잃은 앞날의 길라잡이로
촛불이여 눈물 젖은 촛불이여 한없이 가물대면서도
해와 달이 꺼져도 너만은 너만은
거침없이 타올라라 남김없이 타올라라

-민중총궐기에 띄우는 불쌈꾼 백기완 선생의 '촛불출정 비나리'

촛불은 조용한 선언이고, 행복한 세상을 향하여 끊임없이 갈구하는 우리들의 희망 바로 그것이다.

제9차 촛불집회2016년 12월 24일 제9차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 촛불집회에 백기완 선생님께서 시 한 편을 기원(비나리)으로 내셨다. 행진도 광장을 넘어 청와대가 멀지 않은 곳까지로 서서히 넓혀지기 시작했다. ⓒ 정덕수


광장에 늘 울려 퍼지던 노래가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로 시작되는 노래다. 이 노래를 제목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제목입니다"라 대답을 하자 "왜 진실과 침몰을 동시에"란 질문이 재차 돌아왔다. 윤민석이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경쾌한 느낌이라 많은 이들에게 별 거부감 없이 전달되었고 부르게 된 걸로 본다.

광장에서 바로 그 노래를 들으며 백기완 선생님의 시를 만났다. 2016년 12월 24일 제9차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 촛불집회에 백기완 선생님께서 시 한 편을 기원(비나리)으로 내셨다.

오늘도 나는

오늘도 어째서 빈손이냐고 하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비록 빈주먹이지만 불끈 쥐고 나왔다고 말하겠다
그런데 어찌해 지팡이냐고 하면 보시라
내 눈에 활활 불을 당기고 있다고 하겠다
그 까닭이 무어냐고 하면
세상을 몽땅 쌔코라뜨린 박근혜가
나는 하나도 죄가 없다는 그 소름끼치는 거짓말
그건 한낱 개수작이 아니다
이 세상의 참과 도덕을 몽조리 학살하는 범죄요
인류의 문명에 대한 참혹한 침략이라
그것을 깨트리지 못하면 우리 사람이 죽되
창피하게 죽는 거라 벗이여
우리 모두 살기가 힘들어도 호미와 삽이 되시라
그리하여 저 거짓의 무덤 그 바닥까지를 왕창 엎어버리자
이 피눈물은 곡괭이가 되고
이 시름은 쇠스랑이 되어
착한 것이 주인 되고 어진 것이 기둥이 되는 아,
우리 천 년의 한을 푸는 그날까지
우리부터 몸과 마음이 갈라서질 말자
나 하나와 역사가 갈라지지도 말고
그렇다 끝장이다 박근혜의 거짓말 독재 끝장 낼 때까지
벗이여 오늘도 말없이 앞장서는 벗이여

그렇다. 이 시는 우리가 대대로 끊지 못했던 참과 도덕의 말살에 맞서는 민중을 위한 격문이다. 광장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주인이다. 주인이 그동안 억압을 받아왔었다. 그 억압의 굴레를 벗고자 촛불을 들고 나왔던 것인데 또 다시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서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백기완2017년 1월 10일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오픈식에 참석하신 백기완 선생님. 촛불의 현장엔 늘 백기완 선생님께서 맨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함께 하셨다. ⓒ 정덕수


이 무렵 그동안 비교적 조용하다 싶던 수구세력들도 서서히 준동하기 시작했다. 박근혜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 파면이 되는 걸 막으려는 준비를 그들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할 때 광장은 조용하지만 늘 깨어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투쟁방식이 아닌 조용하면서도 끈질기고 굽혀지지 않는 저항운동이 시작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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