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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박 안 통한 유엔, '예루살렘 결의안' 압도적 찬성

한국 비롯한 128개국 찬성... 미국, "기억할 것" 엄포

등록|2017.12.22 14:23 수정|2017.12.22 14:23

▲ 유엔 총회의 '예루살렘 결의안' 통과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유엔 총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무효로 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21일(현지시각) 긴급 총회를 열어 이른바 '예루살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128개국이 찬성했다. 반대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9개국에 불과했으며 35개국은 기권했다.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강력히 반발하는 아랍권 국가들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9개국은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토고, 통가, 팔라우, 마샬 군도, 과테말라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적은 국가들이다. 네마냐 베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대표를 던진 국가들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 위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지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예루살렘 선언을 무효로 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되자 총회에 올린 것이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미국이 표결에 앞서 회원국들을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국가들을 주시할 것이며, 원조를 끊겠다고 노골적인 엄포를 놓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오히려 망신을 당했다.

미, "표결 찬성한 국가들, 기억할 것" 엄포

▲ 유엔 총회 '예루살렘 결의안' 반대를 촉구하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연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미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헤일리 대사는 "앞으로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표를 던진 국가들이 우리의 도움을 요청할 때 이번 표결 결과를 기억할 것"이라며 "미국은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방송의 국제관계 분석가로 활동하는 존 커비 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유엔에서 완패를 당했다"라며 "전 세계 128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규탄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라며 "미국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의 투정과 불량배 같은 행동은 미국을 더욱 하찮게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앙정보부(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도 "미국의 입장에 반대한다고 해서 보복으로 위협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독재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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