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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2일,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 있었나?

재판부, 특검 공소장 변경 신청 허가... 안종범, 전날 급하게 삼성 말씀자료 챙겨

등록|2017.12.22 19:41 수정|2017.12.22 19:41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14년 9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3시간 동안 누구와 있었을까.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1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주장하는 2014년 9월 15일 1차 독대에 앞서 3일 전인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이 한 차례 더 있었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이 나눈 메시지를 증거로 들었다. 쟁점이 되는 9월 12일 전날인 11일, 안 전 수석과 김 전 비서관이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삼성 참고자료-말씀참고 포함-수정'과 'SK참고자료-말씀참고 포함-수정'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전 비서관이 "(삼성 측에서) 베트남 부분과 국내산업공동화 부분만 수정해오면 바로 보내겠다. 나머지는 다 돼 있다"고 보고하자 안 전 수석은 "바로 보내라"고 답했다. 이어 다시 김 전 비서관이 "USB에 옮기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바로 보내겠다"고 한 뒤 오후 10시 50분께 "보내드렸다"고 하자 3분 뒤 안 전 비서관은 바로 메일을 확인했다. 자료를 확인한 안 전 비서관은 "수고 많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안 전 비서관이 퇴근 후 늦은 시각에 급하게 '삼성 말씀자료'를 받아볼 수밖에 없던 이유를 다음 날 있던 '0차 독대'라고 보고 있다. 또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의 증언과 김 전 행정관이 작성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청와대 경호처에 따르면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은 안가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머물렀다. 특검은 이중 약 2시간 동안 삼성과 SK와의 독대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안봉근 진술,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 인정되나

이재용 "메르스 확산 못 막아 책임 통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유성호


앞서 안봉근 전 비서관은 지난 18일 이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기 전인 2014년 하반기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안가에서 독대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대기업 총수가 보통 안가에 혼자 들어오면 직접 면담 장소로 안내한 다음, 현관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이 경호원들과 도착하면 두 분이 말씀을 나누실 수 있도록 문을 닫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여태껏 2014년 9월 15일 혁신센터 개소식 때 5분 동안 잠깐 만난 게 첫 독대라고 주장해왔다. 뒤에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안가 독대는 각각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이기 때문에 "2014년 하반기에 안가 독대가 있었다"는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은 이 부회장의 주장과 엇갈린다.

이 부회장은 1심부터 "갑자기 박 전 대통령과 처음 개별적으로 만나 긴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달라고 해 듣기만 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만약 짧았던 개소식 만남 전인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인정된다면 이는 이 부회장에게 불리해진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과 '뇌물에 대한 합의'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즉각 반박했다. 삼성 측 이인재 변호사는 "이 부회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다. 내부 자료를 찾아봤지만, 흔적이 없다"며 "2014년 하반기에 있었다는 단독면담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9월 11일 안 전 수석이 받은 말씀자료는 "9월 15일 혁신센터 개소식에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모두말씀 자료"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안가에서 머무른 3시간에 대해서는 "그날 이 부회장이 안가에 방문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경호처 차량 기록에 이 부회장이 탔던 차량 번호를 토대로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양재식 특검보는 "전혀 문제없다. 그 차량이 이 부회장이 탄 차량이 맞느냐는 부분에 대해 에스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해놨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7일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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