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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실장 UAE 방문과 UAE 대사의 본국 방문, 관련 있다?

[주장] <조선일보> UAE 의혹 보도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

등록|2017.12.26 14:51 수정|2017.12.26 14:55

▲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여전하다.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둘러싼 계속된 의혹 제기

그런 가운데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에서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두고 새로운 추론이 기사화 되었다. 25일자 <조선일보>의 'UAE 교민들 "원전, 할 말 많지만 할 수가 없다"' 기사는 특파원이 작성했다. 기사 내용 가운데 아래와 같은 언급이 눈길을 끈다.

"임 실장의 UAE 출장 열흘 만인 지난 20일,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駐韓) UAE 대사는 본국으로 일시 귀국해 다시 한 번 긴장감이 감돌았다. 임 실장이 UAE 방문 때 만났던 왕세제(弟)의 조카가 지난 19일 갑자기 한국에 입국해 이틀을 머물고 있을 때였다."

같은 내용을 <조선일보> 25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싸고 의문이 계속 쌓이고 있다. 임 실장이 UAE 방문 때 만났던 왕세제(王世弟) 조카가 지난 19일 갑자기 한국에 입국해 이틀 머물렀다. 일부에서 청혼차 들어온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양쪽 모두 부인했다. 뭔가 다른 용무가 있었다는 얘기다."

위에 언급된 <조선일보> 특파원 기사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조카 자예드(Zayed bin Mansour bin Zayed Al Nahyan)의 뜬금없는(?) 방한과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의 본국행과 임 실장의 중동 방문 등을 연결하고 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누아이미 대사는 이날 아부다비의 한 전략연구소에서 UAE 주요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MB 정부가 UAE와 체결한 각종 에너지 사업을 열거하며 양국 경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특별 강연을 했다. 그는 이날 "UAE와 한국은 2009년 바라카 원전 사업 체결로 특별해진 관계"라며 "한국은 UAE에서 석유 개발 사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가 직접 날아와 설명해야 할 정도로 UAE 내부의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누아이미 대사는 당시 주변에 "휴가를 간다"고 하고 비밀리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아이미 대사의 강연 내용에 위 기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내용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확인한 전체 강연은 아주 일반적인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국이 남북한으로 분단되어 있다거나, 8개 정당으로 이뤄진 다당제 정치 형태, 자본주의 경제체제, 8개 광역시를 비롯한 17개 광역자치단체, 인구, 교역량 순위 등도 언급되었다. 강의안 전체에서 특이할 만한 긴급 현안을 담고 있지 않았다.

▲ 에미리트 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 에미리트 뉴스


그렇다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과 누아이미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의 본국 강연은 어떤 상관성이 있다고 봐야할까?  상호 독립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 이유는 누아이미 대사의 본국 강연은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이전에 잡혀 있던 일정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난 12월 13일 이후부터 이 강연 일정이 일반에 공지된 상태였다. 이런 점에서 누아이미 대사가 휴가를 간다고 비밀리에 본국으로 귀국하였다는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이미 언론에도 공개된 그의 강연 일정은 비밀스런 본국행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임 실장 방문 이전에 기획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누아이미 대사의 아부다비 소재 에미리트 전략연구소(ECSSR)에서의 강연을 아랍에미리트 내부에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는 추론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양국의 현안 관련된 주제에 강연을 주재 대사가 하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봐야하는 거 아닐까? 더구나 누아이미 대사의 강연 내용에, 이렇다 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긴급 현안에 관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

레바논 일정에는 왜 주목하지 않나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이런 추론과 의혹 제기에서 소홀하게 다루는 지점을 지적하고 싶다. 2박 4일의 일정 가운데 레바논에서의 임 실장 일행의 공식 일정이 그것이다.

임 실장 일행이 긴급 현안을 갖고 아랍에미리트의 왕세제를 급하게 예방하러 가는 길에, 즉흥적으로 레바논 일정을 잡고, 레바논의 미셀 아운 대통령 예방 일정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끼워 넣은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외교 관례 등을 고려하면 아랍에미리트 이슈만을 중심으로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을 해석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한 추측을 만들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림투게더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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