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귀하가 요청한 세월호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팩트리포트 10호] '부존재' 자료들, 참사 이전부터 인양까지 의도적 은폐? 진실규명 방해는 기록부터

등록|2017.12.26 20:28 수정|2017.12.26 20:28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팩트리포트 ⑨] 참사 대응했다는 박근혜는 왜 무엇도 내놓지 못하나

▲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2일째인 4월 1일 오전 상하이셀비지 작업자가 반잠수정 화이트마린호로 올라가고 있다. ⓒ 이희훈


무더기 돼지뼈 왜? 해수부는 무얼 감추나

2017년 4월 1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이후 선체 및 참사해역 해저 수색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뼈가 확인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 확인 결과 발견된 동물뼈는 주로 돼지뼈로 판명되었다. 돼지뼈가 다수 발견된 이유로는 선내 식자재였거나 승객들의 간식이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동물뼈가 대량으로 발견되는 정확한 근거에 대해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입을 다물고 있어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그 와중에 가족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장기간 참사해역에 상주했던 상하이샐비지 선박들 사이에서 버려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근거가 부족한 의심이라는 기사들이 올라 왔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고자 세월호현장수습본부 해양수산부 책임자에게 수차례 질문을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동물뼈가 발견되는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한 적도 없었고 답변도 없었다. 그래서 416국민조사위원회는 해양수산부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다음과 같은 정보가 담긴 기록물이 있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 416참사로 인해 침몰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 상하이샐비지의 폐기물처리 관리감독 정보

기간 : 2015년 7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범주 : 대한민국 영해 내에서 활동한 상하이샐비지 소속 선박 전부
폐기물이란 선내 생활오폐수, 유류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등 선체에서 발생하는 해양폐기물 전부를 말함
1. 선박들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절차 및 계획 정보 (근거법령과, 절차·계획 수립 과정 정보를 포함해야 함)
2. 선박들의 폐기물처리에 관한 실제 관리·감독활동 일지 (기본적으로 날짜, 활동인원 명칭, 활동내용, 처리결과의 항목을 설정해야 함)
3. 선박들의 폐기물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부서 (책임부서를 포함하여 관련부서의 조직도 및 활동인원)
4. 선박들의 폐기물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절차별 책임자 (기간 동안의 변경사항과 이름, 직위, 책임업무)

5월 30일 해당 정보공개청구서를 보내고 해양수산부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서 각각 6월 12일, 13일에 정보를 받았다. 해양수산부는 위 내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없었으며 답변하지 않은 사유도 없었다. 같은 내용으로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정보 부존재(정보가 없음) 처리를 했으나 사유를 적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하가 요청하신 #416참사로 인해 침몰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 상하이샐비지의 폐기물처리 관리·감독 정보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하이샐비지 소속선박과 같은 외국적 선박은 국제협약(해양오염방지협약)에 따라 해상으로 모든 폐기물 배출이 금지되며, 선박에 비치된 폐기물관리계획서(선상장비의 사용법을 포함한 쓰레기의 최소화, 수집, 저장, 처리 및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절차)에 따라 선박 내에서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하고, 관련 서류를 본선에 비치하여야 합니다.

폐기물처리에 대한 국제협약 준수여부 확인은 외국적 선박이 국내항만에 입항하였을 때 항만국통제 점검 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나, 상하이샐비지 소속 선박들은 항만에 입항하지 않고 세월호 구난에 참여하기 위해 맹골수도 부근에 정박하였던 선박으로 점검대상에 선정되지 아니하여 귀하가 요청하신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영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몰랐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의 경우 사유를 적시하기는 했으나 근거나 타당성이 떨어진다. 상하이샐비지가 2015년 8월 19일 세월호 인양작업에 착수한 이후 대한민국 영해에 수많은 상하이샐비지 선박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몇몇 선박들은 항만은 아니지만 장시간 정박 상태를 유지했으며 선원들도 같은 기간 숙식을 해 왔다. 따라서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과정 전반에 대해서 감시, 점검하는 것은 물론 해양환경에 대한 부분도 확인하는 업무를 해야 하며 관련 기록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법 제59조를 통해서 연안에 있는 상하이샐비지 선박들에 대한 환경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해양환경관리법 침몰선박관리(제83조의 2) 관련조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기본적으로 선박에 대한 관리는 물론 환경영향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이밖에도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법에 근거하여 상하이샐비지의 폐기물 처리 및 여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근거 기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국제협약이 있으므로 따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산하기관인 해양환경관리공단을 통해서 답변을 하거나 세월호 인양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참사해역 해양환경관련 계획 등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런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인양 중 기름 유출 사실도 감추고

▲ 3월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수면위 13m까지 올라온 세월호가 2척의 잭킹바지선에 와이어로 묶여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하여 가장 큰 실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부서인 해양수산부의 폐쇄적인 정보관리는 비단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에만 비수를 꽂는 것이 아니다. 올해 3월 23일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 중 유출된 기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주변 섬 주민들의 어업 특히 미역, 전복 등 양식장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지만 기름 유출 사실은 물론 사전 대책과 사후 대책에 대한 정보를 섬 주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세월호 기름유출사건 이후 어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사건의 정보는커녕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측정망(제9조)과 해양환경정보망(제11조)을 구축하여 국민에게 해양환경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침몰선이 인양되는 지역인 만큼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하여 주변 주민들과 관리계획에 대한 긴밀한 소통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관련 근거기록은 물론 간단한 정보나 어떠한 근거 기록도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해양수산부는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 참사 직후에는 세월호와 관련한 기록물들이 검색에 걸리지 않도록 문서 제목과 내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들을 삭제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보은폐의 실례로는 최근 11월 17일 미수습자 유골 발견 은폐사건이 있었다. 2015년 7월에는 인양업체 입찰과정과 선정기준에 대한 정보은폐도 있다. 다른 입찰 참가 업체들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2015년 11월 19일 보도된 해수부 문건 사건도 있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이하 세월호특조위) 활동하는 여당추천 위원들에게 전달된 조사방해 지시문건에 대한 생산 여부도 최근에야 겨우 해수부 문건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특별조사업무를 위임받은 세월호특조위 조사관들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응하거나 불성실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당시 세월호특조위 조사관들이 증언하고 있다.

물론 해양수산부뿐만 아니라 국정원, 해경, 해군, 경찰, 대통령비서실 등 참사 관련 기관들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공개 가능한 정보들도 모두 감추고 있다. 4·16세월호참사뿐만 아니라 용산참사, 밀양송전탑건설강행사건, 제주해군기지건설 등 대다수 국민의 권리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사건들에서 기록정보 은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황교안의 대통령 기록물 봉인

▲ 7월 14일 오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청와대 민원실에서 지난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 청와대


4·16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났지만 단편적인 증거만 돌아다니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많은 기록들이 은폐,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황교안 전 총리는 대통령권한대행 권한을 이용하여 수많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지정한 기록물에는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기록물도 다수 있었다.

여기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에 근거하는 제도로 임기종료 후 대통령기록물 중 사적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15년에서 최장 30년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보호할 수 있게 한다. 이 법의 목적은 민감하지만 중요한 대통기록물이 최대한 많이 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대통령권한대행 권한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이 원칙상 불가하지만 법적인 공백을 노리고 악용하여 기록물을 은폐하는 도구로 활용하였다.

황교안 전 총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부 공무원들이 정보보호와 관련한 법제도를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근거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다고 하거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비공개 대상정보요건에 끼워 맞춰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앞서 설명한 해양수산부가 그러한 경우다. 지속적으로 은폐를 성공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보존연한을 넘기는 기록물들을 합법적으로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한 공무원들이 기록물의 보존연한을 짧게 책정하고 의도적인 은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4·16세월호참사의 경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기록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기관의 경우 보존기한 3년 이하의 참사 관련 기록물을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록 훼손·수정·폐기를 막아라

이러한 정보은폐와 근거 기록의 은폐, 폐기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된다. 정보은폐와 근거 기록의 폐기가 낳은 피해의 형태는 4.16세월호참사를 통해 단순히 두려움을 주거나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형식의 피해를 감수하고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련 기록물들이 보존연한 기산, 이관, 수정, 폐기 등의 사건의 진상파악에 방해되는 조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록물 동결(凍結, Freeze) 조치가 가능한 법이 필요하다. 물론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 제43조 국가지정기록물의 지정 및 해제를 포함하여 제25조 제3항과 제26조 제2항을 바탕으로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의도와 언어를 바탕으로 처벌조항이 붙는 강제력 있는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현문수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의 논문 '공공 기록의 처분 동결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이미 기록물 동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소송문제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적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는 인권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은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대통령이 재해와 관련한 전말을 밝혀 또 다른 큰 피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로 기록물 동결제도를 활용하였다. 동결제도 시행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연방규정 36 CFR Subpart B의 1228.32(처분 권한 변경 요청, Request to Change Disposition Authority)와 36 CFR Subpart D의 1228.54(보유 기간의 일시적 연장, Temporary Extension of Retention Periods)에 근거 하여 시행한다. 미국은 이 규정에 근거하여 정부부처가 기록물 보유기간 연장이나 전면 동결을 요청하면 미국의 국립기록관리기관인 NARA(Th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가 허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태풍 카트리나 관련 기록물 동결 요청서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호주의 경우에도 아동성범죄가 심각해지자 아동 성범죄 대응에 대한 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 into Institutional Responses to Child Sexual Abuse)를 설립하고 호주 국립기록관리기관(NAA)이 관련기록물을 동결하여 조사연구활동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호주는 아카이브법(Archives Act 1983)에 근거하여 호주 국립기록관리기관 NAA(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이 도덕적 지지를 기반으로 기록물 동결조치를 실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과는 달리 동결기록물의 형식을 지정하지 않고 광범위하며 동결 기록물의 대상도 주로 인권이나 시민의 복지와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룬다. 호주의 사례는 사회적참사법이 제정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호주와 미국 두 국가는 모두 동결에 대한 탄탄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관련된 기록물의 왜곡, 폐기를 방지했다. 그리고 동결된 증거와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도모했다. 한국도 사회적참사법에 의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중인 현재 기록동결에 대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래지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4.16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현행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특별조사위원회와 관련한 기록물들을 동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발생할 사건에 대비하여 철저한 기록물 동결이 가능한 짜임새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의 관심과 관계자들의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양심 있는 참사 책임 및 관계자들의 진실된 증언과 그들을 품어줄 국민들의 열린 자세가 절실한 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