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여성혐오를 이기는 힘, 월경에 치얼스

[에코페미니즘 컨퍼런스] 초록상상활동가 은박지

등록|2018.01.10 18:09 수정|2018.01.10 18:09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보다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동네 페미니즘은 어쩌면 가장 하드코어한 페미니즘 운동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몸, 특히 월경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기 쉽지 않은 주제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라고 불리기보다 동네 페미니즘 활동가를 자처하는 은박지는 직장 내에서의 여성 차별, 우리 사회의 가부장 문화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동네 언니들 조차도 자신의 몸과 그 몸이 겪어내는 월경에 대해서는 말하기 꺼려하는 이유가 오랜 역사를 가진 월경혐오에서 비롯되었다고 짚었다.

2017년 10대 뉴스에 선정될 만큼 생리대 이슈는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월경은 단순히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면 끝이 나는 문제가 아니다. 월경을 경험하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진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생리대 이슈는 뜨거울 전망이다. 월경에 치얼스!

▲ 은박지가 무대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은박지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월경과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우선, 월경을 하고 계시고, 해 오셨던 많은 여성분들에게 통증이나 부정적 증상, 경험에 대해 여쭤보려고 합니다. 통증의 정도와 부정적 증상을 단계별로 0부터 10까지 중 스스로 몇 점이라고 느끼는지 생각해볼까요?

다양한 여성, 다양한 월경

여성분들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릅니다. 정도가 심해질수록 많은 분들이 손을 드시는 것 같은데요, 물론 0점도 있었습니다. 혹시 체감정도가 7~10에 해당하셨던 분들은 어떤 증상이 있으신가요? 몸살, 복통, 밑이 빠질 것 같다 등의 증상이 있으시군요. 저 같은 경우는 잠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경에 대한 경험은 여성들마다 다릅니다만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월경증세는 대다수가 복통에 해당합니다. 보통 자궁에서 피가 나오기 때문에 배가 아플 것이라 생각하는 이미지가 많은데 유료이미지 사이트에 검색한 월경통은 모두 배가 아픈 증상일 뿐입니다. 이미지를 준비할 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보았다면 하나같이 똑같은 이미지만 나왔을까요? 이렇듯 우리 사회가 월경에 대해 이렇게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무지한 것에 대해서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볼트모트'처럼 그거, 공산당, 빨갱이, 홍장군, 매직 등 다양한 표현으로 '월경'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변, 대변보는 것을 생리현상이라고 하잖아요. 생리 또한 월경을 돌려 말하기 위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는 월경을 보고 스테이크를 녹인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는 많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月經, 성스러운 경험

저는 월경이라는 단어에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경의 '경'은 성경, 불경처럼 성스러운 '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학교에서 숭어잡이를 하러 갔는데요, 이것을 '체험학습'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경험학습'이라고 할까요? 맞습니다. 이런 건 체험학습이라고 하죠. 평소 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은 체험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자취를 하면서 밥상을 차려보았다는 것은 경험이라고 합니다. 경험은 이럴 때 쓰입니다. 내게 반복적으로 체화되고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을 경험이라 합니다. 월경은 그러한 의미에서 경험, 성스러운 경험입니다. 이렇듯 월경은 고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겨야만 하는 존재

우리가 월경이라는 말을 잃어버리자 월경은 홍장군, 빨갱이, 그날이 되었어요, 우리가 말을 잃어버린 사이에 많은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경과 관련하여 요즘 제일 분노하게 되는 것은 여성청결제입니다. 광고에서 보통 세가지를 많이 얘기합니다. '냄새를 없애고 꽃향기가 나게 해준다, 탄력을 회복한다, 하얗게 해준다'고 어떤 세제를 사용한다고 탄력이 좋아질까요? 소중한 곳에 왜 꽃향기가 나야 하죠? 그곳은 꽃이 아닌데. 억지로 다른 냄새가 나게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점점 교묘해져서 주사기를 사용하여 더 깊숙이 세척하라고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의료적 관점에서 정말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마케팅이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걸 보고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광고 좀 보세요, 한 달에 한번 산부인과에 와서 질내벽을 깨끗이 청소하라는 광고를 붙여놨습니다. 비포, 애프터를 비교하며 한쪽을 매우 깨끗하게 표현하고 있죠. 물론 월경을 오랫동안 해보신 분들은 이러한 발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초경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분들이나 잘 모르는 분들은 월경이 더럽다거나 씻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광고입니다.

인스타그램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곳입니다. 그러한 곳에 한 예술가가 월경으로 인해 이불과 팬티에 피가 묻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공감하실 텐데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규정상의 이유로 삭제한 일이 있었죠. 누드사진도 아니며 저작권도 확실한 사진이기에 예술가는 다시 올렸지만또 다시 삭제되었습니다.  예술가는 이 사실을 공론화했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인스타에서는 실수였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뉴욕 지하철에 월경팬티 광고가 거부당할 뻔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유는 너무 적나라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이 많은 성형광고들은 무엇이냐며 되묻자 결국 지하철 광고에는 허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택시광고에는 실패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 은박지가 무대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여성환경연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월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하고 무지한 구석이 있습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를 알렸을 때 받았던 반응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어떤 분의 항의전화를 받았는데 "여성환경연대가 뭔데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느냐"라고 화를 내셨어요. 최근 문제가 된 일회용생리대회사에 다니는 동생을 두고 있어 화가 난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저는 20년간을 일회용생리대를 써 왔고 지금도 앞으로 필요할 때 써야하는 일회용생리대를 이용하는 당사자인데 더 화가 나지 않겠냐며 이건 꼭 고쳐야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이 말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어요. 책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저자 은수연 선생님이 성폭력에 대한 강의를 하셨는데 강의가 끝나고 20대 초반의 관객이 손을 들고  '정조'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하더래요. 그래서 선생님은 드디어 정조를 모르는 세대가 탄생했다 우리가 이루어냈다고 하셨답니다. (웃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탐폰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나온 발표자 학생이 처녀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그러자 '처녀막 아닙니다. 질주름이에요.' 이렇게 또다른 학생이 정정을 해주더군요. 그런 분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체감하게 합니다.

우리가 말을 하다보니깐 바뀌더라구요! 우리는 앞으로도 월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생리공결제가 여자들이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쓰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분들에게, 월경을 하는 여성의 몸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을 인정받는 것, 몸이 늘 한결같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받는 것이 여성의 몸을 그대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리대 지원은 누구에게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방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도 해야합니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생리대 석달치를 연말에 몰아서 주겠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실제로 종종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대안월경용품에 대해 아는 것 또한 힘이 될 수 있어요. 누구나 정보를 가지고 내 환경과 내 삶의 방식을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주세요. 우리의 소소한 경험과 이야기들이 모이고 쌓여서 우리가 우리 몸을 인정하는데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월경에 치얼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월경에 '치얼스!(cheers)'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