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동화가 아닌, 판타지 동화를 읽는 즐거움
김나월 작가 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
'백설공주',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헨젤과 그레텔', '콩쥐팥쥐' 등은 모두 '동화'로 불린다. 이런 동화들처럼, 동화의 거장으로 언급되는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 페로의 작품들을 만나면 독자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실과 다른 신비한 판타지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그것이 동화의 힘이자 매력이다.
어린이를 위해 창작되는 대표 문학 장르인 동화는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판타지적 요소로 동심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어야 비로소 '동화'로 여겨질 수 있으며, 이 판타지의 유무는 동화와 소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동화'와 '그림책'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점 더 넓혀 가고 있다. 특히 '동화'의 경우, 작가군이 늘어나고,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독서논술지도와 맞물려 어린이 독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런데 사랑 받고 있는 동화들 대부분이 일상에서 겪는 현실 중심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시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에 머물러 있다. 즉,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고, 생활, 관계, 사람, 사건, 소재 중심으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흔히 '생활 동화'라고 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류의 작품들은 '동화' 본연의 개념에서 살짝 벗어난 '어린이 소설'에 가깝다. 실제로 머지 않은 과거에 이런 작품들을 담은 '아동 소설', '소년 소설', '어린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했었다.
판타지가 가미된 진짜 '동화'
김나월 작가가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도서출판 소야 주니어/10,000원)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제대로 판타지가 가미된 '동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동화는 모두 어린이 맞춤형 '판타지'를 담고 있다. '포뢰의 노래', '하늘을 나는 거미', '바다를 떠난 은빛이',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 등 네 작품 모두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를 잘 버무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더군다나 이 책에 담긴 판타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 속 멀리 있는 판타지가 아니라, 어린이들과 친근한 소재와 연결된 현실성 있는 판타지라는 점에서 어린이 독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보인다.
자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미와 잠자리, 바닷물과 소금, 꽃샘추위와 봄바람 등의 소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친근한 것들이다. 용왕의 셋째 아들인 '포뢰'의 경우는 상상 속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이야기들에서 수없이 다뤄져왔기에 어린이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이처럼 친근한 소재는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여기에 결합된 판타지는 전혀 엉뚱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모험과 여정'의 정통성을 살린 작품들
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가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수록된 동화들이 모두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과 여정'이라는 정통 이야기 구조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장편동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떠남'과 '만남', '시련'과 '극복', '회기'라는 명확한 플롯을 제대로 구현해 내고 있어서, 단편을 읽어도 잘 여문 장편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표제작인 '하늘을 나는 거미'와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의 경우는 '모험과 여정'의 구조를 모범적으로 구현해내고 있어 동화적 정통성을 제대로 따르고 있다. 반면 '바다를 떠난 은빛이'는 '떠남'의 이미지가 부각되지만, '기다림'으로 '여정'을 대체함으로써 '모험'의 새로운 느낌을 보여준다.
'포뢰의 노래'는 주인공의 존재적 여정을 주된 테마로 설정하여, '방황'과 '만남'의 여정을 넘어서 '변형'을 받아들이며 장엄한 결말을 그려내고 있어, 어떤 작품보다 모험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이야기들을 잘 살려낸 그림의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각각의 작품마다 고유 톤을 설정하여 각 작품의 일관된 느낌을 제공해 주며, 구체화시키기 어려운 상황들을 제대로 형상화시켜주고 있다.
또한 '봄바람'이나 '바닷물방울' 같은 추상적인 느낌의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힘, 바닷물방울의 점진적 변화를 그림으로 뒷받침 해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점 등은 그림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번 겨울방학, 제대로 된 정통 동화를 읽히고 싶다면, 김나월 작가의 '하늘을 나는 거미'를 추천한다.
어린이를 위해 창작되는 대표 문학 장르인 동화는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판타지적 요소로 동심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어야 비로소 '동화'로 여겨질 수 있으며, 이 판타지의 유무는 동화와 소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동화'와 '그림책'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점 더 넓혀 가고 있다. 특히 '동화'의 경우, 작가군이 늘어나고,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독서논술지도와 맞물려 어린이 독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런데 사랑 받고 있는 동화들 대부분이 일상에서 겪는 현실 중심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시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에 머물러 있다. 즉,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고, 생활, 관계, 사람, 사건, 소재 중심으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흔히 '생활 동화'라고 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류의 작품들은 '동화' 본연의 개념에서 살짝 벗어난 '어린이 소설'에 가깝다. 실제로 머지 않은 과거에 이런 작품들을 담은 '아동 소설', '소년 소설', '어린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했었다.
판타지가 가미된 진짜 '동화'
김나월 작가가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도서출판 소야 주니어/10,000원)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제대로 판타지가 가미된 '동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동화는 모두 어린이 맞춤형 '판타지'를 담고 있다. '포뢰의 노래', '하늘을 나는 거미', '바다를 떠난 은빛이',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 등 네 작품 모두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를 잘 버무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 김나월 창작동화 '하늘을 나는 거미'김나월 창작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는 '판타지'를 제대로 살린 동화집이다. ⓒ 도서출판 소야
더군다나 이 책에 담긴 판타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 속 멀리 있는 판타지가 아니라, 어린이들과 친근한 소재와 연결된 현실성 있는 판타지라는 점에서 어린이 독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보인다.
자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미와 잠자리, 바닷물과 소금, 꽃샘추위와 봄바람 등의 소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친근한 것들이다. 용왕의 셋째 아들인 '포뢰'의 경우는 상상 속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이야기들에서 수없이 다뤄져왔기에 어린이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이처럼 친근한 소재는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여기에 결합된 판타지는 전혀 엉뚱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모험과 여정'의 정통성을 살린 작품들
동화집 <하늘을 나는 거미>가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수록된 동화들이 모두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과 여정'이라는 정통 이야기 구조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장편동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떠남'과 '만남', '시련'과 '극복', '회기'라는 명확한 플롯을 제대로 구현해 내고 있어서, 단편을 읽어도 잘 여문 장편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하늘을 나는 거미김나월 작가는 '하늘을 나는 거미'를 통해 '모험과 여정'이라는 동화의 정통성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 도서출판 소야
특히 표제작인 '하늘을 나는 거미'와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의 경우는 '모험과 여정'의 구조를 모범적으로 구현해내고 있어 동화적 정통성을 제대로 따르고 있다. 반면 '바다를 떠난 은빛이'는 '떠남'의 이미지가 부각되지만, '기다림'으로 '여정'을 대체함으로써 '모험'의 새로운 느낌을 보여준다.
'포뢰의 노래'는 주인공의 존재적 여정을 주된 테마로 설정하여, '방황'과 '만남'의 여정을 넘어서 '변형'을 받아들이며 장엄한 결말을 그려내고 있어, 어떤 작품보다 모험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이야기들을 잘 살려낸 그림의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각각의 작품마다 고유 톤을 설정하여 각 작품의 일관된 느낌을 제공해 주며, 구체화시키기 어려운 상황들을 제대로 형상화시켜주고 있다.
또한 '봄바람'이나 '바닷물방울' 같은 추상적인 느낌의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힘, 바닷물방울의 점진적 변화를 그림으로 뒷받침 해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점 등은 그림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번 겨울방학, 제대로 된 정통 동화를 읽히고 싶다면, 김나월 작가의 '하늘을 나는 거미'를 추천한다.
▲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김나월 작가의 '하늘은 나는 거미'에 수록된 '함께 갈 친구를 찾습니다'는 추상적 캐릭터를 그림으로 잘 형상화해 낸 특별한 작품이다. 그림은 박다솜 작가가 그렸다. ⓒ 도서출판 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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