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됐다"
난소암 3기 암투병 중인 유지현 7대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임사에서 밝혀
▲ 유지현 위원장유지현 7대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이임사를 하고 있다. ⓒ 김철관
암투병 중인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이임사를 통해 "암 투병이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지현 7대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1일 오후 4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9층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7·8대 집행부 이·취임식에 이임사를 했다.
먼저 유지현 위원장은 "파격적인 이임사를 할까. 혹시 이임사를 하다 울면 어떠나. 오늘 아침 노트북 앞에 꽤 오랜 시간 걸렸다"며 "사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조금 복받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프고 난후 7개월을 생각하니 그저 감사하다는 말 뿐이 할 말이 없다"며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돼 감사했고, 긴 수술과 힘든 치료과정에 견디어 준 내 몸이 감사했다, 쾌유를 기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기도가 감사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고 빠졌던 머리카락이 새로 나면서 여태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 서 이임사를 하기 까지 여기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다, 보이지 않게 현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셨다, 감사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정말 이임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7개월 전이었다"며 "아프면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항상 오늘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런 심정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저 자신을 많이 추스르고 있다"며 "투병이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줬다, 반성할 시간도 미련해 줬다"고 밝혔다.
이어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6년이 제게는 황금기였다"며 "진주의료원 문제나 인력문제같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도 많지만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대의료원, 서울본부, 보건의료노조 중앙사무처장을 거치면서 만나고 경험했던 우리 현장의 문제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힘을 쓸 수 있었던 위원장으로서 지난 6년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며 "제일 마음에 남는 것은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이다, 특히 저한테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해 젊어서 못했는데 결국 전문 주례사에게 결혼을 했다면서 원망 아닌 원망을 했던 조합원 부부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진주의료원에 좋은 소식을 기다린다"고 피력했다.
또한 "마음씨 고운 선배였고 병실을 자주 찾던 고 이은주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을 갑자기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도, 아직도 투쟁 중인 인천성모병원지부와 영남대의료원 지부의 해고자인 두 지도위원분도 마음에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제들을 나순자 위원장에게 넘긴다"며 "지난 시간에도 늘 선배로서 함께 해주셨던 나순자 위원장님이 맡아 주시니 든든하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고대의료노동조합위원장으로 노개투 총파업을 했다, 정리해고 반대 정치파업을 거치면서 너무 힘들어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서 현장에 잠깐 복귀했다가 다시 나왔다"며 "그대로 도망가듯이 현장에 복귀했더라면 지금에 내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본부 교육부장을 하면서 육아문제 때문에 활동을 접겠다고 했을 때, 일과 가정의 양립의 그런 모범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여성 전임자들의 요구와 바람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두 시기이다, 현재도 전임활동을 하면서 갈등하는 우리 현장 전임간부들이 힘을 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참 많은 분들을 만났다, 현장의 지부장, 전임간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힘을 주었던 조합원 등이다"라며 "큰 문제없이 커준 우리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키워준 지금 요양원에 있는 친정 엄마, 투병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동생 등 모두 감사하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어 "감사한 일도 있었지만 죄송한 일도 많았다, 부디 좋은 기억만 간직하시고 나빴던 기억들을 잊으시기 바란다"며 "늘 건강 챙기시면서 든든하게 저희들의 지원자로 남아 주시기 바란다"고 피력했다.
▲ 유지현 위원장11일 보건의료노조 집행부 이취임식에서 노동가요를 부르고 있는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류은혜 민주당의원, 권영길 전의원, 천영세 전의원 등이다. ⓒ 김철관
유지현 7대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지난 90년에 고려대의료원에 입사해 94년 전임 활동을 시작했다. 97년 보건의료노조 산별 전환 일에 상급단체 파견으로 서울본부 교육부장, 서울본부장, 중앙 사무처장을 거쳐 위원장 등 20여 년간 보건의료분야에서 노동운동을 해왔다.
그는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지난해 6월 2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9시간여 대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7일 김영주 노동부장관이 회복 중인 구로병원을 찾아 위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청와대 '상생연대실천 노사와의 만남'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한 유 위원장에게 쾌유를 비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임기 3년의 보건의료노조위원장에 첫 당선돼 6·7대 연거푸 재선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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