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재인의 검찰-경찰 개혁, 성공하기 위한 유일조건

[분석] 검경 구조개혁, 개헌 없이는 불가능하다

등록|2018.01.15 19:49 수정|2018.01.15 19:49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의 권력기관이 과거의 적폐를 철저하게 단절·청산하고,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하며,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을 통제한다는 점을 기본방침으로 삼은 것이다. 권력기관의 개편안 중에서 그동안 수없이 논의돼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까지 내세웠던 '검경 수사권' 개편에 대해서 살펴보자.

구조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의 권한 중 일부를 경찰에 넘겨주게 된다. 그 결과, 경찰은 치안·경비·정보·수사에 관한 권한을 그대로 가지면서 1차적 수사권도 갖는다(국가정보원에서 넘겨온 안보수사권까지 갖게 된다).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만큼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나눠서 수사경찰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치경찰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해 경찰 권한의 분산을 이뤄냄으로써 경찰의 비대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사의 객관성, 청렴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그동안 전면적으로 수사권을 갖고 경찰에 수사지휘를 했던 것에 비해 2차적, 보충적 수사권을 갖되 경제·금융 등에 대한 특수사건에 대해서는 직접수사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 통제 벗어난 경찰? 사실 그렇지 않다

▲ 지난 14일 발표된 청와대의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 ⓒ 청와대


구체적으로 개편안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우선적으로 지금까지는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형사소송법 제195조), 경찰은 수사보조자의 지위에 있었을 뿐이다. 경찰이 일부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고(형사소송법 제196조), 수사 결과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사뿐이었다(형사소송법 제245조, 제246조).

경찰은 수사를 하더라도 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결과 구약식 또는 구공판으로 기소를 할 것인지, 불기소를 할 것인지의 결정(수사를 종결하는 권한)은 오로지 검사에게만 권한이 주어졌다. 또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는 헌법규정에 따라서 경찰은 독자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 반드시 검사에게 신청한 다음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개편안이 형식적으로는 수사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에게는 특수사건에 대한 전면적 수사권(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만들어지면 특수수사의 일부권한이 넘어갈 것이다)을,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부여한 것은 지금의 제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편안의 경우에도 수사결과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사만이 할 수 있고, 압수·수색 등 영장의 청구에 있어서도 경찰이 독자적으로 법원에 청구를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검사를 통해서만 영장청구를 해야 한다면 사실상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검사에게만 있다면 경찰에게 수사권이 주어진다고 한들 속빈 강정에 그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수사권의 핵심은 독자적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하면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느냐, 수사를 위해서 필요한 압수·수색 등의 영장을 법원에 곧바로 청구할 수 있느냐에 귀착된다.

다만 영장청구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바꿀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검사만 기소하도록 하는 기소독점주의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의 문제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헌법개정 논하지 않고 개혁을 논한다? 한계가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 굳은 표정으로 출근문무일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의 수사 총량을 줄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헌법개정을 논하지 않고 검경 수사권의 개혁을 논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가 있는 셈이다. 경찰이 자신들에 대한 권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알맹이가 모두 빠졌다고 불만을 가지는 이유다. 검찰은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통제불능의 상태에 이르러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지만, 권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지 못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배 다툼에 일반 국민들은 선뜻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은 물론 나름 민주화가 된 시기에도 두 기관 모두 국민들의 인권 침해를 막아내지 못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때로는 편파적인 수사를 일삼고, 정치권력자나 유력 경제인에게는 관대하게, 일반 서민들에게는 가혹하게 권한을 남용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인권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두 기관에게 의혹의 시선을 갖게 된다. 한편으로는 비대한 검찰의 권력을 분산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찰에 권한을 나눠줘야 하는데, 그러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인권신장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서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검찰-경찰이 정말 개혁하려면

검찰과 경찰이 적정하게 권한을 배분해서 나눠 갖고 수사의 독립성과 객관성 그리고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국민들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특수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에 일부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수사건은 오로지 검찰만 수사가 가능하고 경찰은 배제된다면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직무유기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 검찰이 보여왔던 권력자 봐주기 수사,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손 봐주기 수사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 통제방법은 경찰수사를 통해서 일부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특수사건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수사를 종결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권한을 경찰에게도 일부 줘야 한다. 개편안처럼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검찰에게만 주어진다면 지금의 제도와 달라질 바가 전혀 없다. 다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외압에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경찰 조직이 객관적이고 형평성 있게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은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별다른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들의 인권신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할 것인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명시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더라도 수사종결권이나 영장청구를 검사에게만 인정한다면 간접적으로 수사지휘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경찰이 수사한 결과 기소·불기소의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검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경찰의 의견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경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압수나 수색 또는 구속이 필요한 경우 검사를 통해서만 영장청구가 가능하다면 그 과정에서 사실상 검사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명시적인 수사지휘권이 없어지더라도 사실상 수사지휘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수사권의 조정 문제는 단지 법률의 개정으로 완성될 수 없고, 헌법개정을 통해서 영장청구의 일부 권한을 경찰에 줘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검찰 '흑역사'를, 경찰 '시녀노릇'을 짚어야 한다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선 이철성 경찰청장이철성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박 열사가 숨진 인권센터 509호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경찰과 검찰의 권력구조 개혁의 문제는 헌법과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단지 정부가 개혁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틀을 제시하는 것 이상은 아니다. 다만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하고 여론을 형성해 국회를 압박하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여야로 구성된 국회를 설득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민들의 여론을 형성한다는 명목 아래 정치권 논의를 배제한 상태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국회와 전문가 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지금까지 우리 경찰과 검찰의 민낯이 어땠는지,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았던 흑역사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었는지,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했던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진정으로 국민들의 인권신장을 위해서 권한을 행사하고 통제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처럼 권력구조 개혁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한을 넓혀가려는 경찰과 검찰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검찰 권력은 일부 권한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통제받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그동안 권력의 시녀노릇에 충실했던 경찰에게 검찰의 일부권한을 무조건 넘겨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경찰이 정치권력에 굴하지 않고 청렴하게 수사하고, 일반 국민의 인권신장을 위해서 변화하는 모습이 검찰 권력의 일부를 넘겨받는 선결 과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