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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안 보이는 번호판, 고의인가 고장인가?

[르포] 번호판은 운전자의 얼굴

등록|2018.01.16 17:23 수정|2018.01.16 17:27

▲ ⓒ 김학용


▲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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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용


지난 15일, 출장차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앞서 달리던 덤프트럭의 적재물에서 돌가루가 흩날리는 것도 부족해 난폭운전까지 일삼고 있었다. 하지만 번호판 식별은 불가능했다. 고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덤프트럭의 차량 번호판이 흙투성이로 덮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주행하면서 만난 번호판 훼손 차량은 어림잡아 대여섯 대다. 이 중 대부분이 화물차와 중장비 차량이었다. 차량은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지만 번호판만 보이지 않거나, 번호판 주변에 구조물을 설치해 식별이 어려운 차량도 많았다.

이후 고속도로를 통해 귀가하는 밤길에는 번호판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차들까지 눈에 띈다. 번호판 등은 번호판 주변에 전구가 설치돼 야간에 번호판을 식별하기 위한 용도다. 하지만 번호판에 조명이 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교통사고 등 위급상황에서 내 번호판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나 마찬가지다.

물론 번호판 등은 고의성이 없는 차들이 더 많다. 차량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 남이 알려주지 않는 이상 점등 유무를 확인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번호판 등에 사용되는 전구는 습기 방지형 밀폐식이라 전구 자체의 열에 견디지 못해 나가는 경우도 많고 뒤 범퍼의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주간에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거나, 야간에 번호판 등이 꺼진 경우는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일단 법령부터 살펴보자. 관련 법에서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자동차 관리법 제10조 제5항은 '누구든지 등록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운전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최대 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난폭 운전을 일삼기 위해 오염된 번호판을 고의로 방치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야간에 번호판 등을 점등하지 않은 경우도 과태료 대상이다. 도로교통법 제37조 (차의 등화)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전조등, 차폭 등, 미등과 그 밖의 등화를 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번호판 미점등 상태로 야간 운행 시 승용·승합차는 2만 원, 이륜차는 1만 원의 교통 범칙금이 부과된다.

내 번호판이 보이지 않는 것이 고장인지 고의인지는 다른 사람이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오늘 바로 번호판부터 확인하자. 번호판은 차주의 얼굴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와 관련 16일, 당진 경찰서 교통관리계 담당자는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 관련 번호판 위반행위 단속은 지자체 소관이다."라며 "번호판 훼손이나 번호판 등 미점등의 경우, 고의임을 입증하기 힘들고 주로 운전자가 차량관리를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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