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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장 얻으려고 신륵사에서 1년을 살았다니

[서평] 최우성 지음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등록|2018.01.17 14:31 수정|2018.01.17 14:31

사진집《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제1권 ⓒ 이윤옥


"필자는 전통건축을 전공한 인연으로 누구보다도 한국의 사찰건축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전국의 수많은 절들을 찾아다니면서 건축가의 눈으로 한국의 사찰을 살펴본 필자가 이번에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1권)을 세상에 내놓는 계기는 좀 특별하다."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제1권, 도서출판 얼레빗)를 출간한 최우성 작가의 머리말 가운데 일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많다. 더군다나 화질 좋은 스마트폰 덕에 지금은 너도 나도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도 올리고 사진집도 낸다. 그런 일은 어느 특정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하기에 사진집 하나쯤 냈다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최우성 작가의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가 주목을 받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제아무리 사찰을 즐겨 찍는 작가라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할 만한 108산사를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요, 전통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 누구보다도 사찰 건축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최우성 작가는 고건축 전문가다. 사찰건축을 포함한 고건축을 살피고, 더러는 낡고 부서진 것들을 살려내는 일을 하다 보니 고건축물들과 날마다 대화를 하며 지내야 한다. 쓰다듬고 보듬고 하면서 정든 건축물들은 곧바로 그의 렌즈를 통해 곳간에 일용할 양식이 쌓이듯 축적된다. 그가 찍어낸 108산사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이 그렇게 해서 쌓여 간 것이다. 그래서 값지고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은 것들이다.   

간월암섬이 된 간월암 ⓒ 최우성


천진불간월암 천진불 소품 ⓒ 최우성


석남사석남사로 들어가는 숲길 ⓒ 최우성


사진집에 넣을 '나옹선사의 법력이 깃든 여주 신륵사'의 사진 10장을 얻기 위해 최우성 작가는 1년 내내 춘하추동 신륵사에서 살았다. 그런가 하면 '동해 관세음보살의 성지 양양 낙산사'의 사진 10장을 건지기 위해 수삼년 동안 영동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은진미륵의 미소가 반기는 논산 관촉사'의 꽃을 든 은진미륵상의 가장 좋은 표정을 잡기 위해 드나든 세월은 또 얼마던가!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제1권에는 금산사, 낙산사, 대흥사, 백담사, 불국사, 선운사, 운주사, 통도사 등 한국의 고찰을 비롯하여 무학대사 전설이 어린 서산 '간월암', 붉은 배롱나무꽃이 아름다운 화순 '만연사', 6시간 산행 그 자체가 수행인 설악산 '봉정암', 백제 불교 도래지로 유서 깊은 영광 '불갑사', 오백나한 도량 광주 무등산 '증심사' 등의 절을 포함한 27곳이 글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법흥사법흥사 대웅전에서 ⓒ 최우성


진신사리탑봉정암 진신사리탑 야경 ⓒ 최우성


앞으로 몇 해 안에 최우성 작가는 3권을 더 만들어 전4권으로 108산사를 완간할 예정이다. 전 세계인이 일본 교토의 사찰 순례를 제일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꼽았다는 데 이는 뛰어난 사진집의 영향이기도 하다.

최우성 작가의 이번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제1권을 시작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절 108산사가 아름다운 사진과 글로 하루속히 완간되어 한국인은 물론이고 사찰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종교를 떠나 좋은 문화 길잡이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불심 깊은 신도들에게도 생생한 사진이 주는 감동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이다.

"한국의 고찰은 한국 건축문화가 담긴 보고"
[인터뷰]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최우성 작가


최우성최우성 작가 ⓒ 이윤옥

- 특별히 108산사를 사진집으로 내게 된 동기는?  
"불교에서 백팔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겪어야할 수많은 고통의 종류를 의미한다. 이때 백팔은 많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따라서 백팔산사는 한국의 많은 절을 뜻함과 동시에 많은 절 가운데 대표적인 사찰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고찰들을 순례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국의 절들이 비록 옛 영화에는 견줄 바 못되지만, 현재의 모습이나마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우리시대 불교문화의 일부라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사진집을 내게 되었다." 

- 건축가이자 사진작가로서 사찰을 볼 때 주로 어떤 점에 주목하는가?
"한국의 사찰은 그 모습 자체가 한국의 건축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건축문화의 계승자이면서, 훌륭한 정신문화를 그 속에 담아 발전 시켜온 보고다. 따라서 그 문화는 근래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가 길이 전승해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 사찰 촬영에서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사찰은 스님들의 수도 장소이고, 또 스님과 불자들의 예불의 대상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사찰의 주불전을 촬영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허락을 받으려고 해도 일부 스님 가운데는 경배의 대상인 불상을 사진으로 찍는 것은 불전의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하여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다. 하지만 꼭 찍고 싶은 마음에 허락을 받지 않고 촬영하다가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 이번에 27곳을 담아 1권을 냈는데 앞으로 전 4권을 언제 완간할 예정인가?  
"한 절에 10장 안팎의 사진을 넣었고 1권에 27곳의 사찰이 담겨 있다. 그래서 완간하려면 앞으로 3집을 더 내야 한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새롭게 각오를 다짐하며, 더욱 열심히 찍어 볼 생각이다." 

-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데 이 모임을 소개한다면?  
"한국불교사진협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면서 사진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불자들의 모임으로, 서울에 본부가 있고, 전국에는 지역별로 지부가 있다. 모두 100여명의 사진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월 넷째 주에 전국의 고찰들을 찾아서 순례도 하고 촬영도 하여, 사찰의 홍보용 사진을 제작하는가 하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회원전도 연다. 또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불심을 키워주기 위하여 청소년 불교사진공모전을 주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그 12번째 공모전을 가질 예정이다." 

- 작가로서, 불자로서 한국불교를 이야기한다면?
"한국에 불교가 들어와 인간과 우주의 진리를 설파한 부처님의 말씀이 전파된 지 어언 2,00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우리에게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라는 좋은 사상이 있었지만, 여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해짐으로써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정신적, 철학적인 바탕을 갖추었고, 그 아래 훌륭한 스님들이 배출되어 한국문화를 아름답게 꽃피웠다고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앞으로도 포용성을 바탕으로 외래문화를 슬기롭게 받아들여 조화롭고 훌륭한 문화를 꽃피움은 물론,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한국불교가 되기를 비손한다."

감로수 백련사 감로수 ⓒ 최우성



덧붙이는 글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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