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재정분권 전략
[경실련 자치분권 시리즈 칼럼 ⑭]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재정분권 방향
2018년 6월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3 지방선거)는 조기 대선 이후 첫 전국 선거로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여겨지면서 중앙정치의 대립의 장으로 변질·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나 중앙 정치의 이슈 논쟁으로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고,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일자리 등 민생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방자치 및 분권전문가와 지역경실련이 함께 자치분권의 현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매주 1회 칼럼으로 발표하여 지방자치를 다시 생각하고,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기자말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을 국정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는데 특히 재정분권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간 합의가 어려워지자 '범정부 재정분권 TF'까지 구성해 빠른 시일 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재정분권은 매 정부마다 채택하였으나, 결코 성공적하지 못하였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파악해 보고자 한다.
Ⅰ.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과제
재정분권(fiscal decentralization)의 개념은 워낙 다의적(多義的)이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중앙이 가지고 있던 과세권과 지출권한을 지방정부에게 이전하거나 넘겨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손희준, 2013; 임성일, 2003 등).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국정과제 75)'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까지 개선한다고 하였으며, 지방재정의 자주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이전재원 조정 및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와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 및 주민참여 예산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문제는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인 국세와 지방세를 조정하는 세원배분을 여하히 달성하느냐이다. 실제로 중앙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재정분권 방향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6대 4로 책정하는 것은 지나치고, 중앙과 지방 간 사무와 기능배분을 고려하여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매우 타당해 보이지만 과거 경험상 결코 수용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비율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다. 하나의 사무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해야 하는 사무가 있는 반면, 재난이나 위기 때 한 번 하는 사무가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무 재배분은 이미 과거 정부 때마다 논의했으나 참여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예 지방세 비중의 장기비전이라며, 2012년 말 30%, 2020년 40% 등을 제시하였고, 박근혜 정부 역시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해 지방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국정목표를 밝혔으나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현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래도 함께 고민할 문제는 과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조정이 가능하냐로 현재의 세원 및 재원배분 실태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17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는 76대 24이고, 재정사용액규모는 중앙이 40, 지방이 45, 지방교육이 15로, 중앙은 내국세의 19.24%(지방교부세)와 20.27%(지방교육재정교부금)를 지방으로 넘겨주어, 내국세의 40% 가량을 지방으로 주고 있어 세금만 걷고 있지, 지출은 오히려 4대 6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세금수입 8대 2의 비율이 지출수준 4대 6으로 변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40%의 부분이 중앙이 거두어 지방으로 넘기되 보조금, 교부금의 형태로 주면서 다양한 조건을 달거나 또는 시쳇말로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부담액의 비율이 2013년 6대 4까지 증가하였다가 최근 다소 감소하였으나, 매칭비 부담은 지방재정 취약성의 큰 요인이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핵심내용은 이 40%의 재원배분을 어떻게 지방의 자율과 책임을 확대하면서 추진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Ⅱ. 실질적인 재정분권의 방향 및 원칙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에 대해서 지방은 많은 기대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정부에서의 재정분권이 단순히 지방교부세 제도개편 및 재정관리 제도 개선을 통해 추진되다 보니 실패(?)를 학습했기 때문에, 지방과 주민(국민)은 이미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한 그런 면에서 성공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정책목표를 지방재정의 자립을 지향하는 점으로, 세원배분과 동시에 지방교부세의 상향을 명시하여, 지방으로의 순증(純增)을 전제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보여 진다. 즉, 단순한 재원규모 증대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재정자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이는 지금까지의 지방재정의 실태인 재정자립도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2014년 재정자립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변경되었으나, 과거와 동일하게 산출해도 1991년 67%, 1995년 63.5%이던 것이 2017년 53.7%로 2009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정자립도 평균이 재정규모가 크고 재정력이 좋은 광역단체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으로, 단체별로 보면 군(郡)은 평균 20%대에서 10%대로 내려앉았고, 자치구 역시 54%이던 것이 26%로 30% 정도 감소하여 기초의 자립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방향과 원칙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재정분권은 국세의 지방 이양 등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통교부세와 같이 지출의 자율성만을 보장하는 일반재원의 확대를 통한 재정분권은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연성예산 제약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재정력이 약한 기초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세원(tax base)이 존재하지 않는 기초에 어떻게 더 많은 세원을 이양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원이양이 어려우면 단계적으로 재원이양과 지방간 균형화를 통해서 기초에 더 많은 재원을 이전하여 기초의 자립기반을 확보하고 이에 걸맞는 재정책임과 의무가 부과하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왜냐하면 현행 국세와 지방세의 결정은 결코 지방이 아니라 국가가 했기 때문에, 징수가 용이한 간접세인 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국세로 하고, 부동산거래세는 시도세로 정하는 반면,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시군세로 책정하였다.
셋째,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지방에 상당할 정도의 순증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재원중립이나 추가적인 사무이양 없는 세원이양은 불가라는 주장은 현재의 중앙-지방 간 사무배분과 재원배분이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기간 지방재정의 총 세입이 9배 증가한 반면, 보조금은 24배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지방의 매칭부담도 크게 증가하였다. 결국 지방은 그동안 자치를 한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의 엄청난 보조 사업을 중앙대신 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의 숨은 잠재력과 자율 및 자립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실제 지방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 또한 과거 분권교부세 도입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증가와 같은 문제점은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
넷째, 균형과 분권이 결코 상충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결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즉 우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다름이 경쟁의 과실로 지나치게 나타날 경우에만 균형을 위한 재정조정제도를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순차적으로 분권에 따른 지나친 재정력 격차는 중앙이 아닌 지방에 의한 재정조정제도를 통한 균등화를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재정분권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확대는 모두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재정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와 차이 발생이 재정분권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롭게 지방간 협치와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추진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적 재정조정과 재정관리 방식이 결코 국민과 주민을 더 행복하게 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이미 재작년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미래사회는 중앙집권적이며 일방적인 시스템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단순히 지방소멸로 머물지 않을 국가소멸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지방의 대응이 요구된다는 사실이 선진국에서의 교훈이다. 따라서 중앙은 국가가 해야 할 국방과 외교, 사법 등에 집중하고, 지방은 다양한 주민의 삶과 복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앞으로는 지방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유산인 중앙주도형, 거점 개발방식을 고수하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정분권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근거의 제시 요구와 논리적인 문제점 및 지방 간 재정력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추후 논의하자거나 모든 문제를 일거에 종합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결국 실제로는 지방에 대한 세원이양 및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존의 중앙중심 또는 국가주도적인 재원관리 방식을 유지하고 지방에 결코 재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억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지방이 지방답게, 중앙이 중앙답게 제자리를 잡게 해 줄 수 있는 재정분권의 방안과 추진을 차제에 기대해 본다.
내년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나 중앙 정치의 이슈 논쟁으로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고,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일자리 등 민생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방자치 및 분권전문가와 지역경실련이 함께 자치분권의 현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매주 1회 칼럼으로 발표하여 지방자치를 다시 생각하고,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기자말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을 국정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는데 특히 재정분권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간 합의가 어려워지자 '범정부 재정분권 TF'까지 구성해 빠른 시일 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재정분권은 매 정부마다 채택하였으나, 결코 성공적하지 못하였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파악해 보고자 한다.
Ⅰ.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과제
재정분권(fiscal decentralization)의 개념은 워낙 다의적(多義的)이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중앙이 가지고 있던 과세권과 지출권한을 지방정부에게 이전하거나 넘겨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손희준, 2013; 임성일, 2003 등).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국정과제 75)'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까지 개선한다고 하였으며, 지방재정의 자주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이전재원 조정 및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와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 및 주민참여 예산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과제 ⓒ 경실련
문제는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인 국세와 지방세를 조정하는 세원배분을 여하히 달성하느냐이다. 실제로 중앙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재정분권 방향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6대 4로 책정하는 것은 지나치고, 중앙과 지방 간 사무와 기능배분을 고려하여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매우 타당해 보이지만 과거 경험상 결코 수용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비율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다. 하나의 사무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해야 하는 사무가 있는 반면, 재난이나 위기 때 한 번 하는 사무가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무 재배분은 이미 과거 정부 때마다 논의했으나 참여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예 지방세 비중의 장기비전이라며, 2012년 말 30%, 2020년 40% 등을 제시하였고, 박근혜 정부 역시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해 지방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국정목표를 밝혔으나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현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래도 함께 고민할 문제는 과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조정이 가능하냐로 현재의 세원 및 재원배분 실태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17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는 76대 24이고, 재정사용액규모는 중앙이 40, 지방이 45, 지방교육이 15로, 중앙은 내국세의 19.24%(지방교부세)와 20.27%(지방교육재정교부금)를 지방으로 넘겨주어, 내국세의 40% 가량을 지방으로 주고 있어 세금만 걷고 있지, 지출은 오히려 4대 6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세금수입 8대 2의 비율이 지출수준 4대 6으로 변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40%의 부분이 중앙이 거두어 지방으로 넘기되 보조금, 교부금의 형태로 주면서 다양한 조건을 달거나 또는 시쳇말로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부담액의 비율이 2013년 6대 4까지 증가하였다가 최근 다소 감소하였으나, 매칭비 부담은 지방재정 취약성의 큰 요인이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핵심내용은 이 40%의 재원배분을 어떻게 지방의 자율과 책임을 확대하면서 추진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 재정분권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 경실련
Ⅱ. 실질적인 재정분권의 방향 및 원칙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에 대해서 지방은 많은 기대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정부에서의 재정분권이 단순히 지방교부세 제도개편 및 재정관리 제도 개선을 통해 추진되다 보니 실패(?)를 학습했기 때문에, 지방과 주민(국민)은 이미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한 그런 면에서 성공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정책목표를 지방재정의 자립을 지향하는 점으로, 세원배분과 동시에 지방교부세의 상향을 명시하여, 지방으로의 순증(純增)을 전제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보여 진다. 즉, 단순한 재원규모 증대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재정자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이는 지금까지의 지방재정의 실태인 재정자립도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 지방재정 자립도 추이 ⓒ 경실련
2014년 재정자립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변경되었으나, 과거와 동일하게 산출해도 1991년 67%, 1995년 63.5%이던 것이 2017년 53.7%로 2009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정자립도 평균이 재정규모가 크고 재정력이 좋은 광역단체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으로, 단체별로 보면 군(郡)은 평균 20%대에서 10%대로 내려앉았고, 자치구 역시 54%이던 것이 26%로 30% 정도 감소하여 기초의 자립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방향과 원칙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재정분권은 국세의 지방 이양 등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통교부세와 같이 지출의 자율성만을 보장하는 일반재원의 확대를 통한 재정분권은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연성예산 제약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재정력이 약한 기초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세원(tax base)이 존재하지 않는 기초에 어떻게 더 많은 세원을 이양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원이양이 어려우면 단계적으로 재원이양과 지방간 균형화를 통해서 기초에 더 많은 재원을 이전하여 기초의 자립기반을 확보하고 이에 걸맞는 재정책임과 의무가 부과하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왜냐하면 현행 국세와 지방세의 결정은 결코 지방이 아니라 국가가 했기 때문에, 징수가 용이한 간접세인 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국세로 하고, 부동산거래세는 시도세로 정하는 반면,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시군세로 책정하였다.
셋째,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지방에 상당할 정도의 순증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재원중립이나 추가적인 사무이양 없는 세원이양은 불가라는 주장은 현재의 중앙-지방 간 사무배분과 재원배분이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기간 지방재정의 총 세입이 9배 증가한 반면, 보조금은 24배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지방의 매칭부담도 크게 증가하였다. 결국 지방은 그동안 자치를 한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의 엄청난 보조 사업을 중앙대신 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의 숨은 잠재력과 자율 및 자립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실제 지방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 또한 과거 분권교부세 도입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증가와 같은 문제점은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
넷째, 균형과 분권이 결코 상충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결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즉 우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다름이 경쟁의 과실로 지나치게 나타날 경우에만 균형을 위한 재정조정제도를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순차적으로 분권에 따른 지나친 재정력 격차는 중앙이 아닌 지방에 의한 재정조정제도를 통한 균등화를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재정분권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확대는 모두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재정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와 차이 발생이 재정분권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롭게 지방간 협치와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추진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적 재정조정과 재정관리 방식이 결코 국민과 주민을 더 행복하게 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이미 재작년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미래사회는 중앙집권적이며 일방적인 시스템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 경실련
재정분권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근거의 제시 요구와 논리적인 문제점 및 지방 간 재정력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추후 논의하자거나 모든 문제를 일거에 종합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결국 실제로는 지방에 대한 세원이양 및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존의 중앙중심 또는 국가주도적인 재원관리 방식을 유지하고 지방에 결코 재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억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지방이 지방답게, 중앙이 중앙답게 제자리를 잡게 해 줄 수 있는 재정분권의 방안과 추진을 차제에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손희준씨는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이고,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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