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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사장님! JTBC '단독 집착증'은 고칠 수 없나요?

[주장] 뉴스타파 첫 보도 내용, JTBC에서 '단독' 붙였다 지워

등록|2018.01.25 10:09 수정|2018.01.25 10:09
손석희 사장님, 사장님은 JTBC가 얼마나 '단독 집착증'에 걸려 있는지 아시나요? JTBC가 단독으로 자료를 입수하고 취재했으니 단독을 붙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JTBC가 열심히 취재해 단독을 붙인 뉴스도 있지만, 타 언론사가 힘들게 취재한 내용을 가로채 '단독'을 붙였던 사례도 있습니다.

'뉴스타파 보도가 나왔는데, 웬 단독?'

▲ 1월 17일 JTBC 뉴스룸은 ‘단독’이라며 이대목동병원의 주사 처방 실태를 보도했다. ⓒ JTBC 화면 캡처


지난 1월 17일 JTBC <뉴스룸>은 <[단독] 주사제 한 병 나눠 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라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스룸> 보도가 있기 전인 오후 6시에 <뉴스타파>에서 이미 <[신생아 참사]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보험급여 부당청구 시도>라는 제목으로 JTBC와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흔히 시청자들은 단독이라는 의미를 한 언론사가 독점으로 취재해 보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JTBC와 뉴스타파는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진짜 '단독'을 붙여야 할까요?

'부모님 한 분 한 분 설득해 취재한 뉴스타파' 

▲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JTBC 단독 보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의 직업적인 양심과 윤리를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날 보도에 관한 숨겨진 사실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기자에 따르면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 뉴스는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부모님 한 분 한 분을 설득하고 읍소해서 나온 취재였습니다. 부모님들은 다른 언론사에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 보도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김경래 기자의 주장에 따르면 <JTBC 뉴스룸>은 이미 <뉴스타파>가 취재한 뉴스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 '단독'까지 붙인 셈입니다.

아무리 <뉴스타파>가 먼저 취재를 시작했어도, <JTBC>에서도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단독'을 붙여야만 했을까요?

'저널리즘을 고민했다는 JTBC의 노룩 취재'

<JTBC 뉴스룸>은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박근혜씨 탄핵을 끌어내는 등 엄청난 일을 해낸 언론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받아야 마땅하고 자부심까지 느껴도 됩니다. 그러나 <JTBC 뉴스룸>은 취재의 기본을 지키지 않거나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보도를 종종 내보냈습니다.

▲ 2017년 JTBC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기획부동산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러나 현장 취재를 하지 않은 노룩 취재였다. ⓒ 임병도


<노룩 취재 논란>
JTBC의 '강경화 기획부동산'과 '노무현 초호화 요트'는 닮았다

<문재인 대선 후보 발언 누락>
"그때 그 반란군의, 말하자면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제가 그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래 발언)
"제가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JTBC 자막)


이외에도 성완종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파일을 비정상적으로 얻어 보도하는 등 취재윤리에 맞지 않는 일들이 <JTBC>에서 벌어졌습니다. 물론 손석희 사장님은 사과하고 다시금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뢰도, 영향력 1위 JTBC가 버려야 할 '단독 집착증'

▲ 뉴스타파 김성수, 홍여진 기자가 부모들을 설득해 입수한 사망 신생아 진료비 계산서 ⓒ 뉴스타파 화면 캡처


<JTBC>가 '단독'을 붙였다가 슬그머니 '단독'을 지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가 <JTBC> 보도 이후 사라지거나 묻히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뉴스타파> 김성수, 홍여진 기자는 부모님을 설득해 사망한 신생아들의 진료비 계산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끈질긴 취재는 <뉴스룸>의 '단독'에 외면받았습니다.

<JTBC>를 단순한 언론사로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1위','방송뉴스 신뢰도 1위'로 많은 국민이 <JTBC>의 뉴스를 믿고 보기 때문입니다.

손석희 사장님은 언론 지망생이 모두 닮고 싶은 언론인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런 손 사장님이 비록 타 언론사이지만 열심히 취재한 기자를 무너뜨리는 '단독 집착증'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대한민국 언론계에 만연한 '단독 집착증'은 사라져야 할 언론계 고질병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JTBC 뉴스룸>에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손석희 사장님에 대한 신뢰 속에는 언론 개혁에 대한 희망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소한 그들의 마음을 기억한다면 <JTBC>의 '단독 집착증'만이라도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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