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명품교육'은 실패... 수학여행도 무상으로 해야"
[인터뷰] 이찬교 경북 진보교육감 후보 "무상급식에 쓰지 않는 돈으로 학교 통제해"
▲ 이찬교 경북교육혁신연구소 <공감> 소장. ⓒ 조정훈
"길을 낼 때 직선으로 만들면 공사비도 적게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지만 주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판단합니다. 교육의 원칙도 길을 내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이영우 교육감이 3선으로 불출마하는 경북교육감 선거에서 과연 진보교육감이 당선될 수 있을까?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경북에서 진보교육감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 소장은 지난 22일 팔공산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경북 교육은 '명품교육'이니 하면서 서열화 시키고 차별화하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서 잘 사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 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통해 욕망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교육 본래의 목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 후보답게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무교육 기간에는 교복은 물론 수학여행비와 체험활동비 등도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 소장은 "무상급식에 쓰지 않는 돈으로 결국 학교를 통제하고 있다"며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특색있는 프로그램 사업에 응모하는 학교에 예산을 준다. 하지만 이게 학교 현장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문현답, 교문교답이다, 교육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고 교실에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육감이 되면 교육청은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교육지원청은 교육지원센터로 만들어 교육힐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찬교 경북교육혁신연구소 <공감> 소장. ⓒ 조정훈
다음은 이찬교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경북교육감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우 교육감이 재임하는 동안 경북교육청은 '명품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차별화, 서열화가 경북교육의 중심이었다. 학생들이 성적에 시달리면 생활이 즐겁지 않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서 잘 산다는 생존이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야 한다.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출마하려고 한다."
- 경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이다. 진보교육감 후보로 나서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데 왜 진보교육감인가?
"보수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관점은 여전히 학생들을 서열화 시키고 입시와 학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진보적 관점으로 보면 교육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닌 가르칠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경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교육의 틀을 깨야 한다. 교육의 틀을 바꾸는 데 보수보다는 진보교육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경북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학부모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통해 욕망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부모의 욕망을 제어하는 교육 본래의 목적으로 가야 한다. 지금 경북교육은 학부모의 입장에 앞장서고 있다. 어떤 학교는 우열반을 편성하고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등 학생들을 입시교육에 몰아넣고 있다. 그런 식의 '명품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돼왔다. 학교 정문에 명문대 입학자 이름의 현수막을 여전히 달고 있다."
- 이영우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무상급식에 쓰지 않는 돈으로 무엇을 했는가? 결국은 학교를 통제하고 있다.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학교에서 응모하면 예산을 준다. 정책사업이라고 하는데 이게 학교현장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공모사업을 하게 되면 행정적 절차로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예를 들면 김천은 내륙지역인데 학교별 해양교육 프로그램이 내려왔다. 응모를 해 받은 예산으로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바닷가 구경만 하고 왔다. 줄세우기식 학교평가, 단발성 프로젝트를 대폭 축소하고 일반재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공모사업이 학생들에게 바람직한가 고민해봐야 한다.
이 교육감이 잘못한 또 하나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이다.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려야 함에도 이를 역행하고 철저하게 자본의 효율성에 따라 운영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교육부로부터 1600억 원의 예산을 받았지만 이 돈으로 지역 중심학교, 기숙형 중학교를 만들었다. 결국 지역이 사라지게 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인구감소에 의해 사라지는 학교는 어쩔수 없지만 교육 때문에 이사하는 주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다. 소규모학교를 특성화시켜 생태중심학교, 친환경 교육학교 등으로 만들면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 이찬교 경북교육혁신연구소 <공감> 소장. ⓒ 조정훈
- 이 교육감은 경북교육을 '명품교육'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명품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공교육에 적합한 말이 아니다. 명품이라는 말은 상업자본주의 사회를 특징짓는 단어이다. 교육을 자본의 하위수단으로 전락시킨 게 명품교육이다. 소수의 엘리트 교육 중심이라는 이미지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명문학교를 육성해 지역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명문학교로 인해 지역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명품교육은 실패했다."
- 경북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시작된다.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간다고 본다면 고등학교까지 100%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본다. 경북의 무상급식 비율이 지난해까지 57% 정도였는데 올해는 68% 수준으로 올라간다. 앞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 다른 지역은 무상급식뿐 아니라 무상교복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필요로하는 것은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복 뿐 아니라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수학여행, 체험활동, 야영활동 등을 학부모에게 부담하도록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 교육감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학교현장의 중심은 교육이고 교육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교육문제의 초점을 현장에서 찾을 것이다. 지역교육지원청을 교육지원센터로 바꾸고 교육힐링센터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겠다. 학부모가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많다. 결국 교사로부터 불신이 온다고 본다.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와 불만을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은 교육지원청이 되어야 한다. 교사들도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그것 또한 교육지원청에서 함께 치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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