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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 한 달 앞두고 전시회 연 선생님

이준절 화백 정년 퇴임 기념 개인전... 현대인을 고향으로 안내하는 전시회

등록|2018.01.30 14:16 수정|2018.01.30 14:16

▲ 이준절 화백의 '고향-가을' (전시작을 촬영한 것이므로 실제 작품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아래의 다른 사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준절


화이트는 '현대인은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탓에 현대인은 고향을 가질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인간의 고향은 본래 전원이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따른다면 화이트의 갈파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은 태생적으로 실향민이 되었다는 애틋한 지적이다.

이준절 화백의 그림 속 고향 산들이 둥글고 평온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흡사 산이 아니라 왕릉을 그린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화백은 왕릉의 이미지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경주 출신이 아니다. 그는 영천에서 태어났으므로 유년의 기억 속에 산을 왕릉의 이미지로 각인시킬 이유가 없다.

고향의 산은 어째서 어머니를 떠올리게 할까

화백에게 있어 고향의 산은 유아기 때의 어머니 품속과 같다. 화백은 하이데거가 지적한 것처럼 실향민으로 전락한 현대인이 되지 않고 여전히 고향을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스하게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고향의 산은 회갑이 넘은 오늘도 변함없이 정겹다.

▲ 이준절 '미인송' ⓒ 이준절


위의 작품 '미인송'에 등장한 산도 날카롭거나 험준하지 않고 역시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외에도 '봄 동산', '향수 지름', '고향-산', '뒷동산', '사랑', '더불어 하나 지름', '금송', '심향' 등 대구 아양아트센터에 전시되어 있는 화백의 작품 중에는 마찬가지의 산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 고향에는 소나무가 자란다

또 하나, 화백의 작품에는 우리나라 소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생명력 넘치고 강인한 위용을 뽐내는 소나무들이다. 고향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을 표상하는 듯 소나무들의 몸체는 붉고 짙은 빛깔을 띠고 있다.

소나무 역시 고향의 상징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고향의 나무인 까닭이다. 소나무가 있고, 산이 있고, 달이 떠 있는 정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전원으로서의 고향 풍경 그 자체이다. 그 풍경은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귀거래의 꿈터인 것이다.

▲ 이준절 '동화사 마애불' ⓒ 이준절


화백의 그림에 절, 불상 등 불교 관련 대상물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마음의 고향을 형상화한 결과이다. 그의 종교적 경향성과는 무관하게 선택된 소재들이라는 해석이다. '동화사 마애불', '벌탑', '봉정암 천진불', '갓바위', '신륵사 관음보살' 등은 불교라는 종교적 의미에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신라 시대부터 줄곧 그 자리에 존재해온 고향의 일부일 따름이다.

그림속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화백의 유년을 표상하는 작중 아이들은 도시에서 피자를 먹고 대형 놀이기구를 타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라 새집을 훔쳐보고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고향의 초동들이다.

고향과 동심의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다

따라서 화백의 그림속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다. 하늘색은 어른들이 과학적으로 규명한 빛깔일 뿐이다. 아이들 눈에 하늘은 주황색이기도 하고, 때로는 오색찬연한 빛일 수도 있다. 회갑을 넘겼지만 이준절 화백은 오늘도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간직하고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아이들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거꾸로 매달린 채 노는 모습을 그린 이준절 화백의 작품은 보는 이를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 이준절


현대인을 고향으로 안내하는 이준절 개인전은 2018년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대구 망우당공원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그의 정년 퇴임 기념 전시회다. 영남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 화백은 1981년부터 경북 경산시 하양읍 소재 무학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오는 2월말에 교단을 떠나는 화백은 "스승, 친구, 가족들을 두루 잘 만나 행복하게 살아왔다"면서 "화실과 개인 갤러리까지 차려준 제자들도 너무 고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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