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직 사퇴하려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 일침
이철우 의원 향해 "의원직 사퇴하고 출마하려거든 무소속 출마하라"
▲ 이철우 의원이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함께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고위원직과 당협위원장을 사퇴한 데 이어 다음달 6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로 했지만 홍준표 대표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지역 언론인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6일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7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일 7일 국회 표결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직생활 40년을 걸고 사퇴를 철회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가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광역단체장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전에 사퇴하겠다는 분이 있다"며 "당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이 의원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바람에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홍 대표는 "극구 만류해도 고집을 부리고 있어 공개적으로 한마디 한다"면서 "후보가 되기 전에 사퇴하겠다는 것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여지는데 그러면 같이 출마한 다른 국회의원들도 사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북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려던 이철우 의원을 향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출마하려거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비판했다. ⓒ 조정훈
홍 대표는 이어 "다른 국회의원들이 사퇴를 하지 않으면 그 분들은 마치 결연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질 뿐 아니라 예비후보 등록도 못하게 되어 무기 대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불공정 경선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에 서울시장 경선에서 미리 사퇴하고 경선에 나가 낙선을 한 후 그 국회의원 보선에 다시 출마함으로써 세간의 비난을 산 일도 있다"며 "결연한 의지는 높이 사지만 당을 위해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자중할 것을 촉구하자 이철우 의원이 의원진 사퇴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지난 28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다른 경쟁자들처럼 양다리 걸치는 식의 어정쩡한 정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 신조"라며 "경선에 지더라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에게 의원직까지 버리고 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었다"며 "예전 맹형규 의원 이야기를 하면서 사퇴를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일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후 만나서 다른 속내가 더 있는지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당협위원장 자리도 내놓았으니까 빨리 공모할 것을 요청하고 도민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사퇴를 극구 만류할 경우 사퇴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다른 후보들로부터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경북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난 25일 시장직을 사퇴했다.
▲ 남유진 구미시장은 지난해 12월 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월 또는 2월 중 구미시장직을 내려놀을 것이라고 밝혔다. ⓒ 조정훈
당장 남 전 구미시장은 이철우 의원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남 전 시장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의 기본자세는 선당후사"라며 "도지사 도전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당원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동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난했다.
남 전 시장은 이 의원을 향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당선시켜 3선까지 만들어준 김천시민들, 당을 혁신해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고 밀어준 경북 당원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사람"이라며 "적반하장격으로 자기희생을 말하는 것은 경북도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당을 혁신해 '지게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당 상황이 어떠냐"며 "스스로 지게 작대기가 되어 나서기 전에, 또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고 자화자찬하기 전에 자신의 행동이 당에 어떤 누를 끼치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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