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영화 리뷰 책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세 사람이 영화에 대해 수다를 떠는 팟캐스트를 해왔고 그 내용으로 책을 엮었다. 모두 SBS 라디오 피디들이다. 이재익 피디는 소설도 쓰고 칼럼도 연재하는 글 잘 쓰는 피디로 익히 알고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처음 알았다. 해당 팟캐스트의 존재는 희미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들어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책이 나온 걸 알았을 때 단박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우연한 기회로 책 <무비유환>이 내 앞에 놓이기 전에는.
읽어보니 익히 봐오던 영화 리뷰가 아니었다. 세 사람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얘기하는지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재익 피디의 글은 자주 접했는데 다른 두 피디의 글도 제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런 유형의 책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이재익 피디의 영화에 대한 '구라'를 듣다가 지루하면 바로 다른 피디의 '썰'로 넘어가면 된다. <첨밀밀>을 보다가 중간에 채널을 돌려 <매트릭스>로 가도 되고, 그도 아니면 <메멘토>로 순간이동 해도 셋 중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세 채널의 선택권은 오로지 읽는 나에게 있다.
특정한 영화에 대해 쓴 글은 딴 거 없다. 읽고 나면 그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 들게 하면 잘 쓴 글이다. 혹은 '그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어?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라며 뒤통수를 치게 한다면 참 좋은 글이다. 또는 '난 그 영화를 이렇게 봤는데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뇌까릴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글이다. 이 책 <무비유환>은 그런 생각들을 꽤 자주 하게 했다. 무엇보다 이재익 피디 말고도 다른 두 피디 이승훈, 김훈종 피디를 알게 했다.
이미 본 영화지만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글은 <매트릭스>가 그랬고 <다크나이트>가 그랬다. 보지 않았는데 꼭 보리라 마음먹게 한 글은 <엘리트 스쿼드 2>가 그랬고 <보이후드>가 그랬다. 특히 <보이후드>는 세 사람이 3인3색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주로 혼자 영화를 본다. '혼영'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건 보고 나서 바로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혼영'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그 취미는 그다지 권장하지 않소'라고 말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이 보고 똑같은 걸 봤는데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음을 은근하게 주장한다.
이 책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팟캐스트는 아마도 세 사람의 썰전 형식이었을 텐데,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나의 테마로 피 튀기며 얘기하는 맛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무비유환>. '영화에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는 풀이까지 해놓았다. 이 제목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회의와 번민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 제목은 책은 아니지만 영화사 '외유내강'에서 느꼈던 전율을 오랜만에 경험하게 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부부다)의 이름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제 책을 덮고 영화 한 편 봐야겠다. 매일 영화 보고 수다 떠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이고 싶다.
▲ <무비유환> 표지 ⓒ 박하
읽어보니 익히 봐오던 영화 리뷰가 아니었다. 세 사람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얘기하는지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재익 피디의 글은 자주 접했는데 다른 두 피디의 글도 제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런 유형의 책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이재익 피디의 영화에 대한 '구라'를 듣다가 지루하면 바로 다른 피디의 '썰'로 넘어가면 된다. <첨밀밀>을 보다가 중간에 채널을 돌려 <매트릭스>로 가도 되고, 그도 아니면 <메멘토>로 순간이동 해도 셋 중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세 채널의 선택권은 오로지 읽는 나에게 있다.
특정한 영화에 대해 쓴 글은 딴 거 없다. 읽고 나면 그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 들게 하면 잘 쓴 글이다. 혹은 '그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어?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라며 뒤통수를 치게 한다면 참 좋은 글이다. 또는 '난 그 영화를 이렇게 봤는데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뇌까릴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글이다. 이 책 <무비유환>은 그런 생각들을 꽤 자주 하게 했다. 무엇보다 이재익 피디 말고도 다른 두 피디 이승훈, 김훈종 피디를 알게 했다.
이미 본 영화지만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글은 <매트릭스>가 그랬고 <다크나이트>가 그랬다. 보지 않았는데 꼭 보리라 마음먹게 한 글은 <엘리트 스쿼드 2>가 그랬고 <보이후드>가 그랬다. 특히 <보이후드>는 세 사람이 3인3색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실제 배우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랄까. 기발한 기획에서부터 노련한 연출과 묵직한 감동까지, 성장영화의 끝판왕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하다." - 이재익
"다른 영화에서는 감독이 순간을 붙잡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링클레이터 감독은 <보이후드>에서 순간들이 자기를 붙잡아주기를 기다리며 12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것이 <보이후드>가 다른 영화들과 가장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다." - 이승훈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보이후드>를 통해 '우리네 삶은 불가해하다는 진실'과 '인생은 결국 반복되는 변주'의 다름 아니라는 걸 켜켜이 숙성해 보여준다. 메이슨의 엄마는 늘 같은 이유로 남자와 헤어지고, 어느 순간 같은 성향을 지닌 남자와 다시 만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같은 이유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삶인 것을." - 김훈종
나는 주로 혼자 영화를 본다. '혼영'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건 보고 나서 바로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혼영'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그 취미는 그다지 권장하지 않소'라고 말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이 보고 똑같은 걸 봤는데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음을 은근하게 주장한다.
이 책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팟캐스트는 아마도 세 사람의 썰전 형식이었을 텐데,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나의 테마로 피 튀기며 얘기하는 맛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무비유환>. '영화에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는 풀이까지 해놓았다. 이 제목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회의와 번민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 제목은 책은 아니지만 영화사 '외유내강'에서 느꼈던 전율을 오랜만에 경험하게 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부부다)의 이름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제 책을 덮고 영화 한 편 봐야겠다. 매일 영화 보고 수다 떠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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